마이너리티 코뮌

동아시아 이방인이 듣고 쓰는 마을의 시공간
Minority Commune

신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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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2015년, 도쿄·서울·뉴욕 거리에서 만난 소수자 마을들

마을의 생로병사 속에서 …… ‘저곳’을 통해‘ 이곳’을 말하기

거리의 대중지성과 동아시아 사상의 접속, 그리고 소문의 아카이빙

 

 

『9월, 도쿄의 거리에서』의 지은이

가토 나오키 작가가 추천한다!

이곳저곳에서 국경을 넘어 나타나는 거리의 코뮌-마을. 당신/나의 ‘저곳’에 서서 사람들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당신/나의 ‘이곳’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물음을 얻는다. 분명 그 앞에는 동아시아 마을이 만나는 광장이 있을 것이다. 우리, 그곳에서 만납시다! 

 

『벌레와 제국』의 지은이 

황호덕 성균관대 교수가 추천한다!

거기 사건이 있는 곳을 신지영은 때때로 마을이라고 부르고, 더러는 코뮌이라 명명한다. 과감히 ‘나’를 거기에 던져 놓고 실험하는 에세이의 힘, 휘발될 수 있는 현장을 전승하려는 르포르타주의 의욕은 때때로 충돌을 불사하며 저 코뮌의 빛과 그늘들을 그려낸다. 가능성과 고통의 “현장”들로 나아가 들으려는 윤리, 수다한 이질성들을 함께 써내려는 균형도 그러하거니와, 어쨌든 거기 그 시간에 있으려는 의지가 이만한 볼륨의 지적 윤곽을 그려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없던 자리에 그녀가 있었기에, 다시 거기 그 자리로부터 사건들을 재점화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거기 있던 그 말과 신체들이, 또 신지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이리라. 그들을, 이 나를, 우리를 들어라. 또 전하라. 가만히 있지 마라.

 

 

간략한 소개

 

이 책은 2009년 가을부터 2015년 초까지 도쿄·서울·뉴욕의 길에서 만난 소수자 마을(minority commune)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의 반전·반빈곤 활동,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활동, 야숙자들의 공원 점거 활동, 재일조선인 코뮌과 인종주의적 차별, 3·11 이후 탈원전·반원전 활동,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한 카운터 데모, 비밀보호법과 전쟁헌법 반대 활동, 이 순간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 순간들은 미군 기지 반대 운동, 두물머리, 세월호, 재능교육, 쌍용 자동차 투쟁을 하는 한국의 거리와 연결되며, 2014년 ‘범죄 인종주의’에 저항하며 뉴욕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아메리카 아프리칸들과 접속한다.

 

 

상세한 소개

 

거리에서 만난 소수자 마을, 그 낯설고 생생한 파열음

세계여행이나 국제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요즘, ‘이방인’과의 만남은 빈번하다. 이태원이나 경리단 길에 가면 다양한 언어가 들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안산 근처에 가면 냄새부터 이국적이다. 일본의 원전사고나 최근의 난민문제 및 테러는 먼 이국(異國)이라고 생각했던 곳들이 국민국가나 지역적 테두리를 넘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냈다. 고정된 삶의 필드를 갖기 힘든 지금 이곳에서, 낯선 존재와의 만남이란 어떤 것일까? 끊임없이 불안정한 상태로 떠돌아야 하는 ‘우리’들의 삶의 조건이 만들어낸 타자와의 만남, 그것이 지닌 낯설고 생생한 파열음을 이 책은 ‘소수자 마을/마이너리티 코뮌’(Minority Commune)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수자 마을의 생로병사를 동아시아의 문학, 사상, 역사를 통해 서로 접촉시킨다.  

이 책은 저항 운동이나 집회를 소개하는 책만은 아니다. 이 책은 거리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마을이란, 사실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마을의 일상적인 리듬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그 ‘지속적’ 순간들에 5년간 접촉했던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거리의 밥상인 ‘246키친’, 야숙자들의 그림 그리는 모임인 ‘에노아루’, 미야시타 공원을 지키기 위한 블루텐트, 고엔지의 ‘가난뱅이들의 반란’, 지하대학, 교토대의 요시다 기숙사, 프리타들의 ‘자유와 생존의 집’, 3․11이후 형성된 수많은 점거텐트, 그리고 인종주의의 심화와 미일 안보동맹의 강화 속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뉴욕과 도쿄 그리고 온갖 거리의 코뮌들이 그것이다. 이 책이 ‘듣고 쓴’ 이 코뮌적 순간들은 곧 ‘삶의 방식’을 고민한 순간이자, 새로운 삶에 대한 모색이기도 하다.

이 책은 도쿄, 서울, 뉴욕에 대한 르포만인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 자본주의의 폭력이 민족적․국가적 경계를 넘어 작동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고정된 필드를 갖기가 힘들다. 오히려 그 경계들 내부에 웅크리며 형성된 작은 마을들이 자본의 흐름과는 다른 형태로 만나고 갈등하고 분열한다. 이 모든 요동치는 접촉의 순간들을 이 책은 특히 ‘동아시아적’ 소수자 마을이라고 부른다. ‘동아시아’라는 지역에서 벗어난 시공간이 포함되어 있으나, ‘동아시아’라는 정치적 제안이 서구 중심 사유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새겨져 온 타자에 대한 역사적 감각을 질문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오직 이렇게 파열적인 방식으로만 동아시아도 마을도 이야기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는 각각의 코뮌적 순간과의 만남을 잠시 ‘여행자’로서 머무는 외부의 시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하나의 마을 속에 어떤 식으로든 뿌리내리고 살아야 하는 ‘이방인’의 시선을 통해서 쓰려고 했다. 여행자는 그 마을에서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방인(혹은 이상한 놈)은 마을의 내부에 들어가 자신과 그 마을을 함께 변화시킬 때에만 그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방인(이상한 놈)이야말로 그 마을의 가장 내부적 시선을 통해서만 도래할 수 있는 외부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이상한 놈들, 혹은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변화하려고 애쓰는 순간들의 이야기이다.

 

코뮌의 생로병사 :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일본의 2011년 3월 11일 대지진 이후의 운동, 한국의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 그리고 아메리카 아프리칸들의 저항활동이 보여주듯이 항시적인 재난 상태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재난과 참사와 운동 ‘이후의 시간’, 장기화되어 삶과 구별할 수 없게 된 ‘이후’의 시간이다. 상황의 생생함이 잊히고 순수한 열정이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는 순간들, 운동 속에서 형성된 가치와 빛깔이 바래는 순간들 말이다. 또 대안적 코뮌이 권력을 흉내 내거나, 대안적 코뮌 속에 또다시 타자화된 존재가 생기는 순간들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렇게 묻는다. ‘~이후’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다시금 마을(commune)을 만들 수 있을까? 기존의 가치들이 붕괴할 때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은 무엇인가? 마을의 민감하고 내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그것이 마을 전체에 대한 비난이 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공통성 속에서 또 하나의 공통성은 어떻게 계속해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대답 대신 이 책은 ‘저곳’의 마을을 통해 ‘이곳’의 마을을 ‘듣고 쓰는’ 방식을 시도한다.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위험하게 하는 순간들은 ‘~이후 시간’ 속에 반드시 찾아온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방사능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것을 망각하게 되기도 하고 자신이 속한 마을의 가치가 절대적이라고 믿어 버려 또 다른 마을을 배제하기도 한다. 현장성을 떠나서도 안 되지만 그 현장에 있을 때 짙은 망각과 마취가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이곳’과 ‘저곳’의 ‘~이후 시간’을 연결하는 것이 줄 수 있는 활기와 용기에 대해서 이 책은 위로하듯 기록한다. 

이 책의 화두는 이것이다. 하나의 마을이 어떻게 다른 마을과 만날 수 있을까? 어떤 마을도 운동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마을이 시작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며 활기를 띠고 또한 병이 들기도 한다. 마을이 병에 드는 순간은 운동이 병이 드는 시기이기도 한다. 이때 다른 마을과 접촉하는 것은 ‘이쪽’의 무거움을 덜어주고 숨 쉴 구멍을 마련해 준다. “이런 고민과 괴로움은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니구나, 혹은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어이쿠 이런 부분은 조심해야겠는데, 아... 그들은 저렇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서 헤쳐 나갔구나” 등 서로 위로도 얻고 지혜도 얻는 접촉의 순간이 되길 꿈꾼다. 물론 만남은 늘 성공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저쪽’ 마을의 특수성이 벽처럼 단단하고 높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만남이 하나의 마을을 붕괴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저쪽’의 특수성을 통해 ‘이쪽’의 특수성을 알게 되거나, ‘이쪽’에 있는 특수성을 통해 오히려 ‘저쪽’의 특수성을 깊게 이해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한 이해나 공감이 바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몇 년이고 지난 어느 날 퍼뜩 섬광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익숙한 낯설음과 오래된 생생함이 지닌 힘을 동아시아의 소수자 마을 사이의 접촉, 그 한계와 잠재성으로 삼는다.

 

동아시아적 잡문, 혹은 소문의 아카이빙

이 책을 기존의 장르로 분류하는 것은 어렵다. 학술적 사상서만도, 르포르타주만도, 문학적 에세이만도, 역사서만도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표현형식을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문제를 사유하기 위하여 문사철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썼던 루쉰의 ‘잡문’적 형식에 사진들을 덧붙여 ‘지금 여기’의 소수자 마을들의 만남을 포착한다. 이는 한국의 활동가와 사회과학 이론가들이 고민해 온 ‘마이너리티 코뮌’이라는 화두를, ‘동아시아적’ 현실 속 소수자들이 부딪기며 만들어내는 실감 속에서 번역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재료는 ‘거리와 코뮌’에서 얻은 지식이다. 지하 출판물, 집회나 모임 현장에서 배포된 작은 단체들이 만들고 복사한 얇은 소식지, 며칠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크기도 다종다양한 지라시, 인터넷으로 보내온 안내나 유튜브의 영상, 무엇보다 모인 사람들의 수군대는 풍문과 같은 이야기들, 누군가가 내밀하게 다가와 말해 주었던 것들, 들은 그대로는 결코 쓸 수 없는 증언과도 같고 고백과도 같은 이야기들, 그날의 날씨와 공기와 냄새와 같은 분위기, 장소가 지닌 느낌과 흔적, 모인 사람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활기와 에너지의 강도 등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모든 정보나 번역은 그것이 발화된 분위기와 함께 읽혀야 하며, 동시에 그것을 읽는 ‘지금 여기’의 감각을 통해 계속해서 다시 번역되고 느껴지고 전달되고 변형되어야 한다. 

이를 이 책은 거리의 지식, 혹은 소문의 아카이빙이라고 부른다. 이것들은 공간된 자료는 아니지만 대중지성과 정동, 그리고 인간을 넘어선 교감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 방법은 문자로 남겨진 자료들보다 때로는 더 민감하게 갈등하고 민첩하게 변화하는 소수자 코뮌의 정동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비밀안보법안이나 애국자법, 테러 방지법 등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소수자 코뮌의 순간들을 ‘듣고 쓰는’ 소문의 아카이빙이 지닌 의미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소수자 코뮌의 표현법 혹은 아카이빙을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해방 71년, 역사적 난민들의 경험과 타자성에 대한 질문  

올해는 광복/해방/독립/전후/패전 후 71년이 되는 해이다. 이 71년이 의미하는 것은 더 이상 식민지기와 전후 역사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었는지를 말해줄 증언자들이 사라져간다는 의미이다. 이 증언의 한계 상황을 국가의 법과 역사서술이 장악해 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죽은 증언자들의 살아 있는 웅성거림을 계속해서 듣고 쓸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 모든 죽은 자들의 증언자가 됨으로써 현재의 증언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증언자의 요건이 타자성의 획득임을 강조한다. 한국의 근대국가형성과정에서 민주화 투쟁 속에서, 한국은 아시아에 대해서 혹은 우리들 내부의 타자들에 대해서 얼마나 자각적이었을까? 그 반증으로서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의 참사나 2014년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봉기가 있었다. 또한 일본에서 만나게 되는 재일조선인 코뮌, 자치적인 모색을 풍성한 자연 속에서 거듭해 온 오키나와의 역사, 아프리카의 저항적 운동의 역사는 한국이 잊어버렸던 역사적 난민(타자)과 함께 한국인 스스로가 난민이 되었던 경험을 상기시킨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본 사회 안에서 또한 미국 사회 안에서 그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삶의 가치와 표현방법들은 ‘난민’이 우리의 외부에 있는 타자이거나 공포의 대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시민과 난민은 어느 순간이든 바뀔 수 있으며, 우리는 이 시민과 난민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 이미 작은 마을들의 역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난민은 ‘우리’를 또 다른 가치와 코뮌으로 인도해 주고, 우리 내부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타자성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이러한 역사적 난민의 경험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이 ‘난민들에게 시민권을’ 허용이라거나, ‘올바른 법집행을’과 같은 ‘법 안의 투쟁’뿐 아니라, 소수자 마을들의 접촉을 통해 ‘법 그 자체를 새롭게 하는 투쟁’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동아시아 소수자 마을들의 내재적 갈등과 어느 순간 솟아오르는 저항적 에너지의 뒤섞임 속에서, 이 책은, 증언될 수 없(었)을 타자들의 목소리‘들’을 비밀스러운 소문으로 퍼뜨리는, 현재적 아카이빙이 되길 꿈꾼다.  

 

2009~2015, 전 지구적 투쟁순환 속에서 마이너리티 코뮌을 만나다

아래로부터의 투쟁들은 전염된다. 만나고, 대화하고, 접속된다. 이 책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전 지구적 투쟁순환 속에서 저자 신지영이 만난 마이너리티 코뮌(소수자 마을)들에 관한 이야기집이다. 저자 신지영은 가장 내부적인 이방인의 입장에서 코뮌들의 생로병사를 듣고 썼다. 

저자가 온몸으로 기록한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의 기간은 어떤 시간성을 갖는가? 몇 가지 주요 사건들만 떠올려 보아도 우리가 어떤 격변기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0년대 후반의 투쟁순환을 상기할 때 2008년 5월 2일 한국에서 타오른 촛불봉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08년 말 시작된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침체기에 빠지고,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노점상 부아지지의 분신 이후 아랍의 봄이 개시된다. 2011년부터는 아프리카, 중동, 유럽, 미국, 아시아로 이어지는 거대한 투쟁순환이 본격화되면서, 99%, 분노하라, 점거하라 시위들이 2012년, 2013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2011년 1월 6일에는 김진숙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올랐고 희망버스 운동이 개시되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참사로 일본 시민들의 탈원전․반원전 운동이 폭발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전국적인 진상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미국 경찰의 인종 학살에 맞서 미국에서 대대적인 인종차별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2015년 12월 28일 졸속적인 위안부 협상이 타결되면서 위안부 문제가 다시 뜨거운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다. 2016년 3월 2일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었다. 아래로부터의 반란, 위로부터의 억압과 전쟁, 우리는 분명 어떤 요동치는 변화 속에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삶과 새로운 관계성은 어디서 어떻게 싹 트고 있을까? 고통을 줄 뿐인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서 우리 소수자 마을들은 어떻게 접속할 수 있을까? 그 만남은 어떤 위험들과 기쁨들을 발생시킬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질문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무척 긴급하고도 절실한 문제들이다.

 

 

책 속에서

 

3월 11일 2시 46분에 나는 도쿄 내 방에 있었다. 똑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흔들림으로 방이 난장판이 되었지만, 지진을 별로 경험한 적 없는 나는 ‘지진은 다 이런 건가 … …’ 라고 생각했다. … … 14일 밤에서 15일을 기점으로 온갖 모임이 취소되기 시작했고, 유학생들은 본국이나 간사이 지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도쿄에 머물러도 괜찮을지 헷갈리고 불안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대피하거나, 집에 틀어박혔다. ― 2011년 4월 / 떠나온 자와 떠나는 자들 (130~132쪽)

 

첫 번째 퍼포먼스는 “하나의 응답 ― 배봉기 씨와 세어지지 않는 여자들”이었다. 1944년에서 2000년까지 오키나와의 전쟁과 군대와 미군 기지 주변에서 희생된 위안부나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다. …… [퍼포머] 이토 다리 씨는 땅바닥에 못을 마구 떨어뜨렸다. 못이 튀어 오르고 떨어지고 부딪치는 소리가 오키나와 기지 근처 환락가의 영상을 배경으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 이 행위는 못으로 상징되는 미군 기지에 의해 세어지지 못한 여성들의 피해를 고발하고 그녀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몸을 파고들고 몸을 속박하는 형태로만 그녀들은 바다를 건너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 2012년 4월~5월 / 그림자에 그늘질 때 (246~247쪽)

 

이날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것은 한국의 강정마을에서 온 <10만 송이 청년들>의 어필이었다. “구럼비를 살려 주세요”라고 쓴 노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이 1천 명 주민 중 단지 40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으며 ‘구럼비’라는 강정 특유의 자연환경이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폭파작업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마을 사람들이 결혼식 때와 같은 특별한 행사 때 비는 신성한 곳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강정과 다카에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  2012년 6월 / 마치 정부가 없는 것처럼 … … ! (272쪽)

 

8월 15일은 일본에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야스쿠니 신사 주변에서는 <재특회>를 비롯한 과격 우파와 이에 대한 대항 데모가 동시에 펼쳐질 것이었다. 음흉하게 스며드는 불편함이 아니라, 불꽃 튀기듯 부딪치는 힘들 어딘가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종주의에 대항하는 것은 ‘경계선 따위는 없다’는 추상성이나, 그것은 ‘지도 위의 선일 뿐이야’ 하곤 자기 삶과 분리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 ‘경계선’이 복잡하게 형성되는 순간들을 보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  2013년 8월 / ‘내 친구에게 손대지 마라!’ 속 ‘친구’가 친구에게 (358쪽)

 

2013년 12월 6일 <특정비밀보호법>(特定秘密保護法)이 날치기로 강행 체결되었다. 이를 막으려던 수많은 사람의 의지도 배반당했고 일본의 민주주의는 퇴보했다. 그러나 중의원 표결을 통과한 11월 28일부터 현재까지 법 폐지를 위한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이 파시즘의 시대에 “NO PASARAN”이라고 외치는 정신이 점차 깨어나고 결집해 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비밀’을 선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2013년 12월 / 우리‘들’의 비밀을 되찾는 주문, ‘A 씨가 나다’ (383쪽)

 

계속되는 죽음 앞에서 ‘블랙’들은 이렇게 외친다. “다음은 나인가?”(Am I next?) 슈퍼마켓에 갔던 남편이, 아들딸이, 아버지가, 동생이, 형이, 언니가, 다음 순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되돌아올 수 있다는 공포가 미국 거리를 걷는 블랙들의 현실이다. 전쟁의 한복판도 아닌 이곳에서 마치 전쟁을 치르듯 사람들이 죽는 상황에서, 블랙의 집회가 봉기나 내전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법은 경관의 편이고, 경관은 화이트 편이다. 무고한 블랙을 죽인 경찰은 계속해서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  2014년 8월 ~ 2015년 1월 / 무엇이 ‘블랙’인가? (416쪽)

 

<실즈>SEALDs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シールズ, 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약자로 처음에는 10명 정도가 모여서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6월부터 매주 금요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이끌고 있다. …… <실즈>의 중심 멤버 중 한 명인 메이지 가쿠인 대학의 오쿠타 아키(奥田愛基, 23세) 씨는 대학 세미나에서 정치학을 접하고 2013년에 <특정비밀보호법>이 만들어지려는 위기 상황에 저항하기 위하여 특정 “대학을 넘어 친구들과 연구회와 데모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의 슬로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Tell me what democracy looks like! This is what democracy looks like!”이며, 이를 번역하여 “민주주의란 게 뭐야, 뭐야! 민주주의는 이거다, 이거다!”(民主主義ってなんだ、なんだ! 民主主義ってこれだ、これだ!)라고 외친다. 권리가 지금 여기, 집회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음에도 우리의 권리를 양도받은 자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우리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상황, 이 전도된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다. ―  에필로그 : 끝나며 시작하는 글 (492~493쪽)

 

 

지은이

 

신지영 Shin Ji Young, 1977~

 

연세대학원에서 「한국 근대의 연설 좌담회 연구」(2010)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 외국어 대학에서 포스트 닥터를 하고, 현재 쓰다주쿠 대학, 니쇼가쿠샤 대학, 무사시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다. 2011년 히토쓰바시 박사과정에 다시 입학하여 “식민지기 말기~전후의 동아시아(조선·대만·일본)의 담론공간 : 접촉사상과 발화행위”라는 주제로, 1945년을 전후한 동아시아의 이동과 이족/난민의 코뮌을 둘러싼 사건, 모임, 소문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00년부터 <수유+너머> 활동에 참여해 왔고, 4년간 『수유+너머 위클리』에 「해외통신 ― 일본에서 마을 만들기」라는 에세이를 연재하여 일본의 코뮌적 시공간과 활동을 소개했다. 저서로는 『마이너리티 코뮌 ― 동아시아 이방인이 듣고 쓰는 마을의 시공간』(갈무리, 2016), 『不부/在재의 시대 ― 근대 계몽기 및 식민지기 조선의 연설·좌담회』(소명출판, 2012),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 일본 비정규 노동운동가들과의 인터뷰』(이진경·신지영 공저, 그린비, 2012), 『일제 식민지 시기 새로 읽기』(공저, 혜안, 2007)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저 여기 있어요』(이치무라 미사코, 올벼, 2009)와 『주권의 너머에서』(우카이 사토시, 그린비, 2010) 등이 있다. 현재 『다니가와 셀렉션 1,2』(이와사키 미노루·요네타니 마사후미 편, 日本経済評論社, 2009)와 『이방의 기억』(이연숙, 晶文社, 2007)을 번역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 ‘이후’와 ‘계속’ 사이에서 : 듣고―쓰기 통신 2009~2015  9

 

1장 다시, 코뮌을 듣다

2009년 6월 / 서클 『진달래』의 진달래는 붉다 : 재일조선인 서클지 『진달래』 심포지엄  34

2009년 7월 / ‘마을’을 시작하는 법 : 다니가와 간과 1950년대 서클마을  41

2009년 8월 / 야스쿠니 앞에서의 ‘광복’ : 2009년 8월 15일, 야스쿠니를 둘러싼 사건들  48

2009년 9월 / 폐를 끼치면서, 비로소, 살고 싶다 : 야숙자 마을 ‘가마가사키’에서  56

2009년 10월~11월 / 신주쿠 246번지, ‘거리―밥상’에 초대합니다 : 이주노동자 민우 씨와 야숙자의 <246키친>  65

2009년 12월 / 만국의 루저들이여, 속이 후련한 축제를! : 고엔지의 ‘아마추어들의 반란’  72

2010년 2월 / 자치 기숙사, 학생 공동체의 갈라파고스 : 교토대학의 “요시다” 자치 기숙사  79

2010년 3월 / 지식게릴라들의 대학제도 이용법 : 비정규대학 <지하대학>에서 다큐멘터리 <철학에의 권리>를 보고  86

2010년 4월 / 싸우면서 태어나는 미야시타 마을 : 미야시타 공원의 나이키화를 막기 위한 싸움  92

2010년 5월 / 정치적 계절‘들’과 마을 : 일본의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99

 

2장 파국에서 시작되는 코뮌

2011년 1월~2월 / 무서워하는 마을에서 무서운 마을로 : “여자와 퀴어들의 외치는 모임”  109

2011년 3월 / 오키나와와 연대의 온도차, 마을은 마을을 들을 수 있을까? : 신죠 이쿠오의 『오키나와를 듣는다』에 부쳐  120

2011년 4월 / 떠나온 자와 떠나는 자들 : 3월 11일 일본 대참사, 그리고 이동과 만남의 문제  130

2011년 5월 / 3·11 이후, 드러나는 우리‘들’ 차이‘들’ : 불안은 새로운 분노가 되어 가고 있다  142

2011년 6월 / 나의 ‘애착’이 너의 ‘애착’과 만날 수 있을까? : 6·11 탈원전 데모, 공통의 언어를 찾아서  154

2011년 7월~8월 / 이제, 깊은 땅속에는 ‘불확실성’이 묻혀 있다 : 3월 11일의 재해 이후 일어난 감수성의 변화  166

2011년 10월 / 반년 후의 마을이, 40년 지속한 마을에게~ : 3월 11일 이후 반년이 흐른 시점에  178

2011년 11월 / 그녀들은 운다 : ‘불안해하는’ 여성들의 ‘불안하게 하는’ 점거  190

2011년 12월 / 점거 텐트, 그 마을들의 노래  201

 

3장 거리로 나온 소수자들

2012년 2월 / ‘이곳’에서 ‘저곳’과 함께하는 방법 : 생존 그 이상을 상상하는 야숙자들의 월동준비  213

2012년 3월 / ‘그날’을 정당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 2012년 3월 11일, 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 1주기  224

2012년 4~5월 / 그림자에 그늘질 때 : 3·12 후쿠시마, 5·15 오키나와, 그리고 이토 다리 퍼포먼스  241

2012년 5월 / ‘잡민’들의 메이데이 : 2012년 <자유와 생존의 메이데이>  252

2012년 6월 / 마치 정부가 없는 것처럼… …! : 제5회 <윤타쿠 다카에>(6월 17일)의 총천연색 에너지  265

2012년 7월 / 사라지지 않는 무한대―우리‘들’ : 6·11 야숙자 추방에 항의하며  276

2012년 8월 / 視衆 ― ‘우리’는 ‘우리’의 목격자 : 수상관저 탈원전 집회, 8월 10일을 중심으로  284

2012년 9월 / 지킴이, 가장 내재적인 외부세력 : 두물머리 지킴이 친구와 만난 날  295

2012년 12월 / 귀속―귀향 없는 ‘자기 결정권’과 ‘생활권의 공유’ : 오키나와 “복귀” 40년과 야숙자 추방을 생각하며  306

2013년 1월 / 그곳엔 긍지가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 요요기 블루텐트와 다테가와 블루텐트의 월동준비  317

 

4장 다시, 심화된 인종주의 속에서

2013년 3월 / 우리 집 앞, 보이지 않는 그녀들, 비밀들 : 재능교육 특수고용노동자, 위안부 할머니들  328

2013년 4월 / ‘네’ 이야기를 들어 봐! 재해 속 사이렌의 침묵을 듣는 법 : <아워 플래닛 TV> 아마추어 다큐멘터리 상영회  338

2013년 6월 / ‘그들’로부터 멀리 : 2013년 4월에서 6월까지의 어떤 감정  347

2013년 8월 / ‘내 친구에게 손대지 마라!’ 속 ‘친구’가 친구에게 : 차별 철폐 도쿄 대행진과 9·23 액션 “용서 못 해! 차별 배타주의”  358

2013년 11월 / 우리는 ‘우리의’ 가면을 쓴다 : <가면의 붉은 숨> 표현 행동을 보고  370

2013년 12월 / 우리‘들’의 비밀을 되찾는 주문, ‘A 씨가 나다’ : <특정비밀보호법>(12월6일) 강행 체결의 시간  383

2014년 4월 / 전 세계적 우경화 속 특수성을 ‘듣고―쓰는’ 법 : 인터뷰 「일본 대학에서 재일조선인 여성 강사가 강의하는 법」 1, 2에 대하여  395

2014년 8월~2015년 1월 / 무엇이 ‘블랙’인가? : 인종주의에 대항한 뉴욕의 블랙 운동, 2014.8.~2015.1.의 기록  412

2015년 3월 / ‘~이후 시간’들의 아카이브 : ‘저곳’에서 ‘이곳’을 말하기  462

 

에필로그 / 끝나며 시작하는 글 : 어떤 긴장감 속의 2015.4.11.~8.13. 486

후주  524

 

 

책 정보

 

2016.3.18 출간 l 152×225mm, 무선제본 l 아프꼼총서4

정가 25,000원 | 쪽수 540쪽 | ISBN 978-89-6195-131-9 94300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미디어 기사

 

[국민일보] 저항운동의 빛과 그늘을 바라보다… ‘마이너리티 코뮌’ 저자 신지영씨

[한겨레]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마을 이야기

[미디어스] 코뮌적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모색

[문화 다] 신지영의 『마이너리티 코뮌』(갈무리, 2016)

[참세상] 기록한다는 것

[대자보] 일본의 우경화는 당연? '마을'운동으로 막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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