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께서 이르기를

<객토문학> 동인 제8집
<객토문학> 동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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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우리는 동인지를 통해 그때그때 시대에 부응하는 기획물과 좀 더 폭넓고 깊은 눈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할 것이며, 낮지만 끊어지지 않는 목소리를 통해 노동 현장과 소외 받는 사람들의 삶을 시로 승화 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객토’에게 주어진 의무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 동인 각자의 삶과 직업이 2000년대 이후 시대의 흐름처럼 공장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직업의 다양성해짐에 따라 시적 소재 또한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표성배, 「삶과 문학 그 경계를 넘나들며」 중에서

 

 

출간의 의미

 

문학의 위축 속에서도 그간 노동시의 끊임없는 실험과 투쟁의 힘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온 <마이노리티시선> 서른네 번째 책으로 <객토문학> 동인의 여덟 번째 시집 『각하께서 이르기를』이 출간되었다.

 

경남 마산, 창원 지역 노동문학 모임인 <객토문학> 동인은 2000년 첫 동인지 『오늘 하루만큼은 쉬고 싶다』(다움)를 묶어낸 이래로 현실의 첨예한 문제들을 다룬 기획 시집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자본의  무차별적 공격에 저항하다 분신자살한 노동열사 배달호 추모시집 『호루라기』(갈무리, 2003), 평화 옹호 시집 『칼』(갈무리, 2006), 한미 FTA 반대 시집 『쌀의 노래』(갈무리, 2007) 등 그간 <객토문학> 동인이 다뤄왔던 주제들은 ‘노동문학은 생명을 다했다’는 오늘날에도 시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들의 끈질긴 고민을 잘 드러내 준다. 이들의 시작(詩作)은 자본과 권력의 폭압에 의해 핍박받고 소외받는 이들이 있는 한 노동문학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300여 일이 넘도록 85호 크레인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한 노동자, 1%를 배불리고 99%를 굶기는 극단적인 양극화, 그리고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면 장학금 받으라 하시고 ……  물가가 올라 서민의 생활이 힘들다 하면 소비를 줄이라 하시는’(「각하께서 이르기를」 중에서) 각하. <객토문학>의 진솔한 언어가 그리는 2011년의 풍경은 그리 밝진 않지만, 낮은 곳으로 향하는<객토>의 따뜻한 시선은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저항 속에 희망이 있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8집을 내며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해는 졌다. 해가 져도 아침이 쉬이 오지 않는 것은 어둠이 너무 짙기 때문이다.

 

‘양극화’라는 말은 이제 일상어가 되었다. 무자비한 말, 굳이 따지지 않아도 삶의 문제는 질의 문제라고 쉽게 말들 한다. 그러나, 그러나에 주목하는 것은 현실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정리해고, 이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35미터 크레인 위, 260여일이 넘도록 내려오지 못하는 한 노동자가 대변인처럼 말해주고 있다. 실종된 것이 인간성만이 아니다. 그래서 시詩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와 자본주의 사이는 양극화만큼이나 멀다. 

 

강물은 길을 잃지 않는다. 스스로 이정표를 세우게 되리라. 몸이 말하는 곳에 길이 있음을 보여주게 되리라. 이게 순리고 역사다. 작은 희망이 모여 역사가 되듯, 지난 1년은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위안이다.

 

다시 길 나서는 사람들이 아침 정류장에 붐비지만, 막상 기다리는 차는 쉬이 오지 않는다. 성급한 몇 사람이 목을 길게 빼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큰 폭의 그림이라 쉽게 다리를 걸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다다르면 그림자를 찾아 볼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현실은 언제나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절하곤 한다.

 

지금, 바로, 당신의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걸어온 길은 영영 길이 아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동인들의 마음을 잡아 주는 손들이 늘었다. 그게 희망이다. 8집을 내어 놓는다. 어려운 일이지만, 한 걸음 또 떼어 놓는데, 딱 그 만큼이 위안이다. 

 

멀리 청주에서 활동하는 <엽서시> 동인, 김규성, 박원희, 배병무, 이원익, 이정섭, 이종수 시인님들을 모셨다. 선뜻 옥고를 보내 주신 <엽서시> 동인 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시가 필요한 시대다. 어떤 시냐의 문제지만 우린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그대로 갈 것이다. 

 

 

<객토문학> 동인 소개

 

1990년  경남 마산창원에서 터를 잡음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작은 책 <북1>에서 <북10>까지 발행

2000년  제1집 『오늘 하루만큼은 쉬고 싶다』(도서출판 다움)

2001년  제2집 『퇴출시대』(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

2002년  제3집 『부디 우리에게도 햇볕정책을』(도서출판 갈무리)

2003년  배달호 노동열사 추모 기획시집『호루라기』(도서출판 갈무리)

2004년  제4집『그곳에도 꽃은 피는가』(도서출판 불휘)

2006년  제5집『칼』(도서출판 갈무리)

2007년  한미 FTA반대 기획시집『쌀의 노래』(도서출판 갈무리)

2008년  제6집『가뭄시대』(도서출판 갈무리)

2009년  제7집『88만원 세대』(도서출판 두엄)

2011년  제8집『각하께서 이르기를』(도서출판 갈무리)

 

 

목차

 

8집을 내며

 

1부 <엽서시> 동인 초대시

 

김규성  시간이 멈추는 곳

           짬뽕 짜장면

박원희  이빨

           빨래

배병무  그녀의 집

           현상과 본질

이원익  도롱뇽 벽보

           생명연장의 꿈

이정섭  거북이가 말하길

           빈 집

이종수  낙지 잘 잡는 병래 씨

           꽃절

 

2부 양극화의 시대

 

노민영  질량보존의 법칙  

문영규  웃음  

박덕선  그림자놀이  

배재운  공정사회  

이규석  덫  

이상호  학습지 교사  

정은호  시퍼런 칼  

최상해  각하께서 이르기를  

표성배  신(新)계급  

허영옥  세상을 향해  

 

3부 시인의 눈과 마음

 

노민영  반지 팔던 날

           허이페  

           꿀벌  

문영규  키조개

           설거지

           부재

박덕선  단절

           이제 됐어?

           손금

배재운  공중목욕탕에서처럼

           빈 접시

           왕왕

이규석  화풀이

           손톱을 깎으며

           꿀떡

이상호  무지개

           기억하나

           소리

정은호  늪  

           경운기를 몰며

           노을

최상해  블타바  

           평화의 이름 앞에

           손 

표성배  목련의 배경

           폭식증(暴食症)  

           밥과 망치 

허영옥  나비효과

           나이 먹은 사진

           단상(斷想)

 

객토가 걸어온 길·삶과 문학 그 경계를 넘나들며 / 표성배  

객토 동인의 책 

 

 

책 정보

 

2011.10.20 출간 l 122x190mm, 무선제본 l 마이노리티시선34

정가 7,000원 | 쪽수 120쪽 | ISBN 978-89-61950-40-4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미디어 기사

 

[경남신문] 지역 문인 동인지 출간 잇따라

[경남도민일보] 도내 문학농사 수확 풍성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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