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의 거장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단독 저작 국내 최초 출간!
갈무리 인지과학 시리즈의 세 번째 권!
살아가는 것은 인지이며 삶이란 의미만들기이다!
이 책은 유교, 불교, 도교 등 동양의 사상과 서양의 철학적 전통들을 넘나들며
윤리적 행위의 본질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준다!
나는 윤리적 노하우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 가에 대한 나의 주된 관심사를 조명하기 위하여 마음의 과학과 전통적 지혜의 가르침에서 나온 주제를 함께 엮으려고 노력하였다. 나의 논의는 비의도적 행동으로 이해되는 지혜로의 복귀에 대한 기원이다. 삶에 대한 숙련된 접근은 순간순간 우리 자아의 가상적 본성을 자각하는 변화의 실천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이 완전히 펼쳐질 때 개방성은 참된 돌봄으로 만개한다. 이것은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시대를 위한,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더욱 어려운 시대를 위한 급진적 사상이자 강력한 처방이다. ― 프란시스코 바렐라
바렐라의 연구, 특히 이 책 『윤리적 노하우』는 교육과 복잡계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영속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 복잡계와 교육 세계학회
의의와 특징
과학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이 책은 현대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이 당면한 가장 도전적인 두 가지 문제를 다룬다. 첫째, 의식적인 판단의 공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체계적인 자기조직화의 습관적인 맥락의 일부이자 신경학적이고 인지적인 과정의 결과로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습관적 행위에 대한 이해와, 둘째, 초월적 자아, 안정된 주체 또는 영혼과 같은 것이 없다는 현재의 자각에 적합한 윤리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초창기에 인지는 지식표상과 추상적 추론의 모델에 따라 개념화되었다. 윤리학의 영역에서는, 윤리적인 것을 행하는 것은 곧 추상적인 규칙에 따르는 것과 같다는 철학적 교의에 해당된다. 이러한 계산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저자는 구성으로서의 인지를 강조한다. 구성은 우리 자신의 감각-운동 능력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체화되고, 일상화된 삶을 살아가는 능력으로서의 인지이다.
바렐라는 윤리적 행위는 판단체계라기 보다는 존재의 투사라고 생각하는 맹자의 실천윤리를 가져온다. 또 불교로부터 그는 “공의 체화”와 “가상자아의 실천”을 가져온다. 단일한 자아나 주체를 가정하지 않는 이러한 신념체계가 “나”의 살아있음을 어떻게 아는가? 저자는 정신적 삶의 실제적인 행위 안에서 우리자신의 “가상적인” 속성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것에 기반한 변형의 실천을, “앎함”(savoir faire)의 윤리학을 제안한다. (아마존 책 소개)
1.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단독 저작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되다.
『윤리적 노하우』는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되는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단독저작으로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행한 세 차례의 강연원고를 엮은 Ethical Know-how : Action, Wisdom and Cognition 영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하바드 대학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스승이자 동료인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인지과학 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자기생성) 개념을 함께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2. 친절한 부록과 역자해제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에는 『체화된 마음』의 공동저자인 에반 톰슨이 쓴 두 편의 글이 부록으로 실려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프란시스코 바렐라 사상의 전개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역자해제는 로크, 흄 등의 경험주의 철학, 훗설과 메를로퐁띠의 현상학, 듀이의 교육철학, 비트겐쉬타인의 언어철학, 루만의 체계이론을 아우르며 서양 철학 전통에서 구성적 인지과학의 전사와 후사를 다루어 인지과학 사상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3. 갈무리 출판사의 세 번째 인지과학 시리즈
이 책은 갈무리 출판사 인지과학 시리즈의 세 번째 도서이다. 갈무리 출판사는 2006년에 마뚜라나와 푀르크젠의 대담집 『있음에서 함으로』, 그리고 2007년에는 마뚜라나와 바렐라가 함께 쓴 인지과학 분야의 고전 『앎의 나무』를 출간하였다.
내용적 특징
1. 윤리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윤리적 노하우』는 윤리 혹은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발본적으로 묻고 있는 저작이다. 바렐라는 인류가 당면한 위기의 시대,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더욱 심각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윤리적 노하우’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2. 기존의 윤리 개념을 뒤집다: 노하우와 노홧
이 책에서 노하우(Know-How)는 노홧(Know-What)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윤리라는 말에서 보통 우리는 ‘국민윤리’로 대표되는 ‘규칙과 규율의 준수’(노홧)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윤리란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아니며, 개인의 윤리적 수양 속에서 체화된 판단능력이 곧 지혜이자 윤리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1장)
3. 인지과학이란 무엇인가
인지과학은 간단히 말하면 인간과 동물의 마음에 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전산학, 사회학, 생물학 등 여러 가지 학문분야와 연관되어 있다. 인지과학이라는 말은 크리스토퍼 롱게히긴스가 당시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 내용을 담은 '라이트힐 보고서 해설 1973년판'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저널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과 『인지과학 학회』(Cognitive Science Society)가 만들어졌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행동을 시뮬레이션하는 알고리즘을 컴퓨터로 구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인지심리학과 차이점이 있다. (위키피디아)
4. 계산주의 인지과학을 비판한다
기존의 인지과학은 ‘인공지능’ 연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구조, 인지활동을 중앙통제 장치를 가진 컴퓨터에 비유하는 계산주의 인지과학과 달리 발레라와 마뚜라나로 대표되는 구성주의 인지과학은 단순한 행위들의 상황적 체화를 중시한다.
“인공지능의 (그리고 일반적으로 인지과학의) 처음 30년간(1950~1980)의 연구는 전적으로 계산주의자들(computationalists)의 패러다임에 기초하였다. 그것은 현대의 디지털 컴퓨터와 같은 방식으로 지식의 완벽한 표현을 찾으려는 생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평범한 일들조차, 심지어 매우 작은 벌레들이 수행하는 일들조차 계산주의 전략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어느덧 초기의 낙관주의는 사라지고 인공지능의 이름에 걸맞은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순한 행위들의 상황적 체화(the situated embodiments of simple acts)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 간단히 말하면 이 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떤 것이 아니고 우리가 움직이고 만지고 숨 쉬고 먹으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그 어떤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구성으로서의 인지”(cognition as enaction)이다. 왜냐하면 구성이란 실제적인 행함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강의: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29~30쪽)
5. 서구근대문명을 비판한다
저자는 서구근대문명은 근대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발할 능력을 잃고 윤리적 초보자의 위치에 떨어졌다고 본다. 그에 반해 동양의 유교, 불교, 도교는 2천 5백년간 윤리적 숙련성/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수행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윤리적 참조틀을 마련하자고 주장하며 유교, 불교, 도교의 핵심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여 동서양 철학의 통합을 꾀한다. (2장, 3장)
예1) 도교의 무위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
노자의 무위에 대한 바렐라의 설명에 따르면,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충만한 행위 자체이다. 마치 달밤의 달빛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밝히는 행위이다. 그것은 사적 이득 욕구나 외부로부터 강제된 규칙이나 과거적 습관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바렐라는 교환도 선물도 아닌 충만한 행위 자체를 윤리적 노하우의 새로운 양식으로 제시한다.
예2) 유교에서 군자와 향원의 대비
“맹자에게 있어서, ……진실로 덕이 있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이고 자발적인 도덕적 행위로 이어지는 도덕적 판단이란 상황에 대한 참된 기술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은 맹자로 하여금 덕이 있는 듯이 보이는 행동들(향원)로부터 진실로 덕이 있는 행동들(군자)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관하여』, 57쪽)
예3) 불교의 공(空)과 보리심, 자비에 대한 새로운 해석
“시각장애인이 바라보는 풍경, 공중에 피어난 꽃 등. 개념적인 마음이 이를 잡으려 하면 그 마음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고, 그래서 그 마음은 비어있음을 경험한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알게 될 수 있다. 아니 직접적으로만 알게 될 수 있다. 그것은 불성, 무심, 최상의 마음, 절대적 보리심(bodhiciita), 지혜의 마음, 최고의 선, 위대한 완전, 마음으로 지어낼 수 없는 것, 자연스러움 등으로 불린다. ……자비는 무조건적이고 두려움이 없으며, “가차 없는/무자비한”(ruthless) 자발적 연민이다.” (『세 번째 강의:비어있음의 체화」, 105~106쪽)
6. 전통적 재현주의 철학을 비판한다
저자는 의식에서 독립된 객관적 실재가 의식 속으로 재현되는 것이 인지라는 관점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인지는 행동들의 교차 속에서 창발되어 나오는 새로운 세계의 상이다. 바렐라는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삶앎’(savoir faire)을 제시한다.
7. 윤리적 트레이닝이란 곧 동양의 수행을 일컫는다: 지(知), 사(思), 추(推)
지적 주의력(知,intelligent awareness), 주의(思,attention), 그리고 확장(推,extension)이 윤리적 트레이닝의 세 가지 단계이다. 확장이란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상황으로부터 기술을 익히기 시작해서, 적용되는 영역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그 기술을 보다 더 복잡한 상황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지적 주의력(知)를 발휘해야만 하는 일에 대하여 주의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하려고 한다”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마음(the mind)의 독특한 능력이 곧 주의(思)이다. …… 구체적인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자연스러운 능력”을 말한다. “요약하자면, 이에 따라 우리는 지적 주의력(知), 주의(思), 및 확장(推)의 상호작용이 비록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진정으로 덕을 지닌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는 사실과 진실로 윤리적인 행위는 “향원”의 행위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게 된다.“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관하여」, 60~61쪽)
역자의 책 소개
윤리적 노하우: 윤리적 행위의 본질에 관한 인지과학적 성찰
이 책은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행한 세 차례의 강연원고를 엮은 Ethical Know-how : Action, Wisdom and Cognition 영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인지생물학 분야의 대가로서 많은 연구와 저술을 하였던 그의 사상적 도전과 실험의 정신은 현대 학계에 진정한 학문활동의 본보기로서 길이 기억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인지생물학과 불교, 유교, 도가의 만남 : 윤리적 숙련이란 '무아의 경지'와도 같다.
새로운 윤리학적 논의의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있는 이 강연집에서 그는 자신의 인지생물학 연구를 서구의 전통 철학, 현대 철학 그리고 심리학, 교육학 등과 대비하였을 뿐 아니라, 동양의 불교, 유교, 도가 등의 고전적인 가르침들과의 근본적인 연관을 확고하게 지어주고 있다. 그로써 윤리적 행위의 본질에 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그의 강연 내용은 우리의 경의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강연집에서 다루어진 주제는 ‘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윤리적 숙련에 대하여’, ‘비어있음의 체화’이다. 이 주제들은 기존의 서구 윤리학계 내지 한국의 현대 윤리학계에서 윤리학적 논의의 초점으로 맞추어왔던 이성적 사유와 판단, 그리고 규범의 의식적 적용이라는 틀의 근본을 해체하면서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차원을 열어 보여주고 있다. 그 근원적 차원이 윤리적 앎은 노홧보다도 노하우가 더 비중이 크다는 점, 일상적 행위를 통해서 자아의 틀 속에 정착된 무의식적 행동패턴이 곧 숙달된 윤리적 행위의 본질이라는 점, 윤리학적 논의의 궁극점은 한 개인이 무아의 경지 즉 ‘비어있음’[空]을 체화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점 등이며, 그것이 그가 강연한 내용의 요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그는 인간의 내면의 의식·무의식의 세계에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그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성찰을 엮어내고 있다.
인지과학이 윤리학에 던지는 충격과 자극의 성질을 느껴보자.
그러므로 이 책은 비록 세 가지 주제의 간단한 분량의 강연집이라 하더라도 인지과학이 오늘날 철학 윤리학의 영역에 던져주는 충격과 자극의 성질 또는 그 의미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새로운 지적 영역에 대한 탐구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으로서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아울러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쉽도록 그와 함께 활동한 에반 톰슨의 ‘생명과 마음:오토포이에시스로부터 신경현상학까지-프란시스코 바렐라에게 바치는 헌사’를 권말에 실었다. (작성자: 유권종)
지은이
프란시스코 J. 바렐라 Francisco J. Varela, 1946~2001
프란시스코 바렐라는 1946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바렐라는 그의 스승 움베르또 마뚜라나처럼 칠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생물학을 공부하고 하바드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고양이 시각뇌로 노벨상을 수상한 위젤(Torsten Wiesel)의 지도 아래 「곤충의 망막: 복합 눈의 정보처리」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1973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 이후 바렐라와 그의 가족은 7년 동안의 망명생활을 하였고, 칠레로 돌아온 바렐라는 생물학과 교수가 되었다. 1970년대에 티벳 불교도가 되었고 처음에는 샴발라 훈련의 창시자인 초그얌 트룽파 린포체(Chögyam Trungpa Rinpoche)와, 이후에는 고등 탄트라의 네팔 명상 마스터인 툴쿠 위르겐 린포체(Tulku Urgyen Rinpoche)와 연구하였다. 1986년 프랑스에 정착하여 에콜 폴리텍에서 인지과학과 인식론을, 파리대학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쳤다. 1988년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CNRS(Centre National de Recherche Scientifique)의 연구그룹을 지휘하였다. 2001년 간이식이 원인이 되어 C형 간염으로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오토포이에시스와 인지』(Autopoiesis and Cognition, 1980), 『앎의 나무』(The Tree of Knowledge, 1987), 『체화된 마음』(The Embodied Mind: Cognitive Science and Human Experience, 1991), 등이 있다.
옮긴이
유권종 Yoo Kwon Jong, 1959~
1959년 충북 괴산 출생.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철학 분야 연구로 문학석사 철학박사를 취득하였다. 1995년부터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충식 Park Choong-Shik, 1962~
1962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과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영동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갈무리 인지과학 시리즈
『앎의 나무』(움베르또 마뚜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최호영 옮김, 갈무리, 2007)
생물학에서 과학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마뚜라나와 바렐라는 이 책에서 삶과 앎의 근본과정에 관한 자신들의 체계관(Systembild)을 처음으로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선보이고 있다.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 불가의 화두처럼 들리는 이 문장은 인식자의 ‘주체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환경이 개체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던 전통 다윈 생물학을 뒤엎는 혁명적 발상으로 꼽힌다.
『있음에서 함으로』(서창현 옮김, 갈무리, 2006)
인지생물학의 거장 움베르또 마뚜라나가 선언한 인지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밀도 있는 대담! 이 책은 우리의 인지력의 한계를 탐구하고, 지각에서의 진리, 사랑의 생물학에 대해 토론하며, 현실적이고 상상력이 가득 찬 풍부한 일화를 들어가면서 체계론적 사고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저자 서문
원래 이 강의의 초청은 명백히―그리고 처음에는 놀라운― 윤리학적 사상의 영역으로 향한 모험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사상의 넓은 스펙트럼과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개인적 탐구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서 이번 강의는 내게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독자에게 미리 말하거니와, 나는 내가 최근에 마무리한 『체화된 마음』(The Embodied Mind, MIT Press, 1991)처럼 내가 믿는 한 현대 철학적 생태학으로써 가장 성과가 풍부한 방식으로 이 주제를 다룰 것이다. 한편으로는 철학적 성찰에 필수적인 준거점을 과학적 작업으로부터 끌어내고, 또 한편으로는 철학적 지평을 넓혀 비서구적 전통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윤리학은 나에게 새로운 영역이고, 여기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모험심의 소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윤리학은 내가 탐구하고 싶었던 영역이다. 왜냐하면 내가 제안하려는 것과 같이 도덕과는 무관한 (학문적) 틀에서 윤리학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세상을 위하여 중요하다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이탈리아 강의를 가능하게 한 폰다지오네 시그마 타우와 라테르자(Fondazione Sigma Tau and Edizione)에게 감사를 표한다. 또 첫 강연자 중 한 명이 되는 영광을 안겨준 초청자 로레나 프레타(Lorena Preta)와 피노 동기(Pino Donghi)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해야 하는 강의에 어떤 가치가 있든 그들이 이미 시작한 비전 가득한 문화작업에 그것이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호의적으로 이 행사를 주최한 볼료냐 대학과 파올로 파브리(Paolo Fabbri)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강의를 값지고 보람된 경험으로 만들어준 볼로냐의 수많은 진실하고 대부분이 젊은 청중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이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체화한(embodied) 나의 윤리 스승들인 초걈 퉁빠(Chögyam Trungpa)와 툴쿠 우르겐(Tulku Urgyen)에게 영원한 감사를 보낸다.
역자 서문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에 프란시스코 바렐라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늦은 일이었지만 동양철학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무척이나 의미 깊은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로 학문 연구의 방향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고, 또한 그로 인해서 연구에 많은 희열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바렐라를 알게 된 것은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박충식 교수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지과학의 급진적 구성주의 계열을 소개받으면서 거센 학문적 호기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맨 처음에 읽었던 것은 바렐라와 에반 톰슨이 공동으로 저술한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었고, 이후 바렐라가 그의 스승인 움베르또 마뚜라나와 함께 저술한 『앎의 나무』(The Tree of Knowledge)를 공부하게 되면서 바렐라의 관심사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공감은 그들의 관점과 이론이 유교의 윤리와 유학자들의 수양론의 현대적 해석에 매우 유용하리라는 믿음을 넘어서서 그들이 접근하고 있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의 열정에 대한 존경과 동경으로까지 발전되었다.
당시에 박교수와 필자는 의기투합해서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연구비를 지원받아서 공동연구를 해보자고 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지원한 결과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연구비를 받아서 수행한 연구는 “성리학적(性理學的) 심성(心性)모델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유교 예(禮)교육 방법의 효용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연구였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상인 성리학에서 강조한 예교육이 과연 현대사회에서도 효용이 있는 것인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답하기 위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필자의 전공인 한국유학과 교육학, 인공지능의 세 분야가 연결된 학제간 연구였다. 이 번역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교육학 분야에서 이 구성주의 이론을 소화하면서 교육학과의 연관성을 밝혀주고 그 이론적 연관의 체계를 만들어준 강혜원 교수와 박교수 및 필자는 매주 또는 격주로 만나서 진정한 학제간 연구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우리가 그렇게 만나면서 했던 일은 상호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개념이나 이론을 서로 묻고 확인하면서 학문 분야 간 소통의 폭과 깊이를 넓히려는 노력이었다. 그 노력의 효과를 높이고자 우리가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공동의 교과서를 정해서 함께 강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여 함께 읽었던 서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우리가 번역한 바렐라의 저서이다. 특히 이 서적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론과 관점들을 담고 있어서 우리는 이것의 해독에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을 읽으면서 필자는 매우 새로운 시각에 흥분했으며, 그리고 이를 계기로 바렐라의 관점과 방법론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시기에 필자는 인지과학 혹은 인공지능의 이론들을 접하면서 유교의 전통적 사유 구조를 현대 학문의 관점에 의해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조류의 현대학문이 존재하고 또 외부로부터 수용되고 있었지만, 모두가 적절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판단해서 고른 것이 급진적 구성주의 계열의 인지과학 이론, 그 중에서도 특히 바렐라와 마뚜라나의 이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학자들보다도 그들의 연구가 도달한 지적 탐구의 깊이와 폭 그리고 일관성이 우리를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교의 수양론 뿐 아니라 유교를 비롯한 사상 문화 전반의 생멸과 진화에 관해서 더 신축성이 큰 설명력이 있다고 판단되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유교라는 전통 사상의 현대적 유용성을 주장할 수 있으려면, 나아가서 유교라는 전통사상의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하기 위해서는 현대적 학문 방법 특히 철학 외적인 학문 방법의 동원과 응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학제간 연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공동 연구에 들어온 타 전공분야의 생소한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은 매우 긴 시간이 요구되었고, 한국 유학의 원전을 읽어야 하면서도 많은 시간을 인지과학 서적을 탐독하는 데 들이는 것도 어느 한쪽이든 더 심화된 연구로 나아가기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내내 떨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의 첫 번째 연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다시 “인지과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조선(朝鮮) 성리학(性理學)의 예(禮) 교육 심성(心性)모델 개발”이라는 주제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우리는 본 연구 자체의 지속과 확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연구 동참자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중에 이 서적을 번역해서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포함되었다. 사실 이 번역은 함께 강독과 토론을 하면서 이미 기획되었던 것이다.
필자가 박교수와 함께 이영의 교수를 찾아간 것은 1999년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하여 뉴욕주립대학 빙햄턴에서 연구를 하고 있던 이영의 교수는 한국에서 갑자기 찾아온 우리들을 매우 융숭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우리 연구와 관련하여 많은 정보를 주었는데, 우리는 이교수 댁을 떠나 뉴욕 맨하탄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이 번역을 함께 검토하면서 갑론을박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뉴욕시내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도 이 번역 원고를 붙잡고 토론하기도 했었다. 번역은 무사히 마쳤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이런 번역은 처음이라 자신도 없었다. 또 원래 이 서적이 이태리어로 된 바렐라의 강연 원고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어서 영어 문맥에 소통이 잘 안 되는 부분도 많았으며, 아울러 필자에게는 생소한 인지과학 개념들이 넘쳐나서 사실 번역서로 출판하기에는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이 원고를 묵혀 둔 것이 거의 5, 6년은 되는 셈이다.
약 4년 전에 베를린 대학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최호영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게 되었다. 최호영 박사는 처음에 필자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던 심리학과의 최상진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으며, 이후 최박사가 『앎의 나무』 번역자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최박사 덕분에 지금 이 번역서의 출판을 맡은 갈무리 출판사를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박사와의 인연은 이 책을 놓고 본다면 매우 진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번역 원고의 교정까지도 최박사의 신세를 졌다는 점이다. 물론 오역이나 미흡한 점은 순수하게 우리 역자들의 책임이지만, 아마도 최박사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양으로 보면 단 세 편의 강연원고를 엮은 것이어서 매우 분량이 적은 얄팍한 두께의 책이다. 사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서 읽으면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독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에 주목한다면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유의 양이 얼마나 확대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바렐라의 사상과 그의 연구의 역정이 단 세 편의 강연원고에 배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진정한 윤리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앎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마음의 체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조리 있게 설파하는 데 있다. 그리고 동양의 전통사상이 주는 지혜의 빛을 어떠한 방식으로 읽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적절한 답을 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번역을 완성하고 또 출판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분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최호영 박사, 필자의 다정한 이웃으로서 번역 초기부터 번역원고를 읽어주시면서 번역 문장을 다듬어 주셨던 박교수의 현처이신 이옥희 선생님, 우리의 연구를 독려하면서 용기를 주셨던 이영의 교수님, 우리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였던 강혜원 교수님, 또 매달 한 두 번씩 만나면서 마음 연구의 틀과 방법을 논하고 또 마음연구라는 이 외로운 분야의 개척에 동감을 표해주고 함께 노력하고 있는 <마음연구회> 회원들이 기억되어야 할 중요한 분들이다. 한 가지 뒤늦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 사람은 아리랑방송국의 문건영 기자이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마지막 교정을 세심하고 정확하게 진행해 준 까닭에 이 번역이 오류를 잡고 더 원문의 맥락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공동 연구를 기획하면서 항상 젊고도 용기 있는 도전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려해 준 박충식 교수, 거의 매일 밤에 늦게 귀가하는 남편에게 애정의 표시를 꾸준히 보내준 사랑하는 아내 이영미에게 무슨 감사의 변이 필요하리오.
아울러 잘 팔리지도 않을 이 책을 출판해주시겠다고 해주시는 갈무리 출판사 사장님, 이 책의 편집을 담당하는 출판사의 직원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2009년 12월 상도동 정괴서실(鼎槐書室)에서
유권종 삼가 씀
목차
역자 서문
저자 서문
첫 번째 강의:노하우(Know-How)와 노홧(Know-What)
문제의 제기 23
인지과학에서의 즉각적 대응 28
노하우와 노홧에 대한 재고찰 42
두 번째 강의:윤리적 숙련에 대하여
윤리의 숙련자 49
전통적 가르침의 관점 52
윤리의 숙련을 위한 실용적 열쇠 61
비단일체적인 인지적 자아들에 관하여 66
세 번째 강의:비어있음의 체화
다시 한 번 비단일체적 자아와 인지적 행위자에 관하여 77
창발적 성질과 가상 자아 86
가상적 인격으로서의 자아 95
가상 자아의 실제 99
프란시스코 바렐라 연보
프란시스코 바렐라 저작목록
역자해제
부록
부록1. 생명과 마음:오토포이에시스로부터 신경현상학까지 139
―프란시스코 바렐라에 대한 헌사_에반 톰슨
어려운 문제 너머 있는 생명 145
삶과 마음의 강한 연속성 150
목적론과 “오토포이에시스 기계들” 159
생명은 오직 생명에 의해서 알 수 있다 168
부록2. 프란시스코 바렐라(1946~2001)의 부고_에반 톰슨 177
찾아보기
용어풀이
책 정보
2009.12.22 출간 l 145×215mm, 무선제본 l 아우또노미아총서21, Mens
정가 11,000원 | 쪽수 192쪽 | ISBN 978-89-6195-022-0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미디어 기사
[세계일보] 편집장과 한 권의 책 / 윤리적 숙련의 핵심은 자아가 비어있음을 깨닫는 것
[웹진 문지] 프란시스코 J. 바렐라, 『윤리적 노하우』
[대학원신문] 같이 읽기 / <윤리적 노하우> 프란시스코 바렐라, 갈무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