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있어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네 개의 주제들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아감벤, 랑시에르, 데리다, 바디우 등 동시대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준 철학자 장-뤽 낭시의 철학 강의!
하나의 철학이 하나의 삶에서, 나아가 우리 공동의 삶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며 개화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장-뤽 낭시가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이라는 네 가지 기본적 철학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끌었던 강연들의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여기서 물론 우리는 동시대의 중요한 철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의 사상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펼쳐놓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준상(숭실대 철학과 교수)
간단한 소개
장-뤽 낭시란 누구인가?
알랭 바디우로부터 “최후의 공산주의자”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장-뤽 낭시(Jean-Luc Nancy)는 1940년 프랑스 보르도 근처의 코데랑 출신이다. 1960년 파리 대학에서 철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그 시기부터 칸트, 니체, 맑스 등의 사상가들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사유를 발전시킨다. 1973년 폴 리쾨르와 칸트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1987년 데리다와 리오타르 심사 하에 국가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때의 논문은 『자유의 경험』(1988)으로 출간된다. 데리다는 2000년에 『접촉, 장-뤽 낭시』를 출간하여 낭시 사상을 주목하기도 했다.
1986년에 출간된 『무위의 공동체』는 아감벤과 랑시에르 등 동시대의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기부터 베를린 대학과 버클리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게 되고, 그의 저작들이 세계적으로 번역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1980년대 말 심장이식수술과 암 진단을 받아 다른 활동을 중단하고 집필활동에만 전념하여 1990년대부터 많은 저작들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도 그의 주요 저작들인 『밝힐 수 없는 공동체, 마주한 공동체』(공저, 2005), 『무위의 공동체』(2010), 『문자라는 증서』(공저, 2011), 『코르푸스』(2012) 등이 꾸준히 출간되며 독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종교, 철학, 사랑, 예술에 관한 쉽고 친절한 강의!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은 프랑스 몽트뢰유 연극센터에서 여섯 살에서 열두 살까지의 남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강연들의 기록이다. 낭시는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여 아이들에게 종교, 철학, 사랑, 예술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다. 낭시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 강연의 기록이 “정확하고 세심하게 이뤄졌”다며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인 만큼 이 책은 쉽고 친절하다. 독자들은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유머와 적절한 예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매 강연마다 주고받았던 「질문과 답변」은 낭시의 사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사유의 깊이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강좌의 기록들을 낭시가 확인하였고, 강연에서 부족하게 설명하였거나 수정할 내용들은 강의록의 시작 부분이나 본문의 주석을 통해 보충하여 내용의 깊이를 더했다.
또한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이뤄진 네 번의 강의를 검토함으로써 우리는 낭시 사상의 최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낭시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라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커다란 매력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네 개의 키워드!
낭시는 네 번의 강의에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쉬운 듯하지만 막상 대답하려면 어려운 질문들을카라바조(Caravaggio), <나르시스>(1598~99) 단초로 삼아 자신의 철학을 표현한다.
첫 번째 강의 「신에 대하여」에서는 ‘하늘에는 세상을 창조하신 절대자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왜 절대자를 “신”이라고 부르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며 ‘신’이란 것에 대해 규명한다. 낭시에게 신이란 존재는, 우리를 무한한 가능성과 초월적인 차원으로 열어주는 증거이다. 그 열림이 없다면 우리는 아마 인간으로조차 존재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 버린 많은 사물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강의 「정의에 대하여」에서는 ‘정당함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이게 정당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강의한다. 낭시는, 정당하다는 말의 뜻은 정당한 것을 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더 찾아내고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함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의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 것이며,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다.
세 번째 강의「사랑에 대하여」에서는 ‘사랑한다 함은 무엇일까? 왜 사랑은 그토록 강력하고 그토록 어려운 걸까?’라는 질문들에 친절히 답한다. 낭시는,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자신의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유일한 관계 속에서 상대와 함께 상대를 위해 자신의 믿음을 주는 것이 낭시의 사랑이다.
마지막 강의 「아름다움에 대하여」에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고민한다. 낭시는, 아름다움은 마치 나르시스가 물속으로 이끌리는 것처럼, 우리 안에 있고 우리를 초월하는 무언가에 이끌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 무언가가 바로 진실이고, 결국 아름다움은 진실의 문제이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욕망에서 소환하고 지향하는 진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강의를 통해 그는 종교와 철학, 그리고 사랑과 예술이 각기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드러나는 각각의 방식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천사
박준상(숭실대 철학과 교수,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 옮긴이)
이 책은 장-뤽 낭시가 소년소녀들을 대상으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이라는 네 가지 기본적 철학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끌었던 강연들의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여기서 물론 우리는 동시대의 중요한 철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의 사상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펼쳐놓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갖는 보다 주목해봐야 할 새로운 점은, 하나의 철학이 하나의 삶에서, 나아가 우리 공동의 삶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며 개화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은 현대 철학이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형태로 전개된다 할지라도, 그 바탕에 견고한 우리 공동의 중핵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논의들을 이끌어가는 낭시의 어조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무엇보다 포용력 있고 대단히 여유롭다. 그러나 거기서 우리는 계산적?경제적 이성이 극에 이르고 있는 이곳의, 이 혼잡하고 삭막하다 못해 잔인한 ‘자본의 현실’의 밑바닥을 가로질러가는 단호한 어떤 목소리를, 무위(無爲)의 엄밀성에 대한 요구를 듣지 못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위, 그것은 물론 ‘현재의 현실’에 대한 정답을 제공해주지 않지만, 오히려 모든 종류의 정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즉 우리 각자에게 주체성에 대한 물음을 다시 불러일으키면서 우리에게 어떠한 종류의 패배주의나 허무주의나 절망도 역사의 정답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주지시킨다. “무(無)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우리 모두처럼 말이죠. 어떤 이유도 목적도 없는 바로 그 사실에 세계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죠?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에요?’ 어쩌면 신은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대답할지도 모릅니다. 거기엔 아무 의미도 없지만, 또한 바로 그렇게 때문에 그것은 좋은 것이다. 그것은 열려 있고 유연합니다. 수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 또한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유연한 것이지요.”
책 속에서
종교들은 왜 '신'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걸까요? …… 그것은 바로 이 가능성의 차원과 초월적인 차원을 사실상 사랑, 정의, 환희, 자비, 정의와 같은 그런 추상적인 단어로 부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결국 그를 소환하고 그와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었겠지요. ― 「신에 대하여」
기관으로서의 정의가 아닌 이념으로서 또는 이상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법을 넘어서는 정의에 대한 개념을 가져야 합니다. 아마 정의를 위한 법이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법 안에 갇힐 수 없는, 즉 모든 법을 넘어서는 정의의 개념을 세워야 합니다. ― 「정의에 대하여」
사랑은 도처에 있습니다. ...... 사랑은 우리 주변의 도처에 존재하며 우리를 난처하게 만듭니다. ……사랑을 줄 때조차 우리는 사랑을 받습니다. 바로 이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상대에게 사랑을 줍니다. ― 「사랑에 대하여」
아름다움은 나의 기쁨이나 매혹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매력적이지 않은 문제입니다.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매력이나 단순한 즐거움보다 더 강렬한 욕망, 즉 대상 그 자체로 만족하지 않는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욕망이란 그것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죠. ― 「아름다움에 대하여」
지은이
장-뤽 낭시 Jean-Luc Nancy, 1940~
프랑스 보르도 근처의 코데랑 출신으로 1968부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가르쳤다. 헤겔과 니체, 하이데거 사상으로부터 출발해 독일 낭만주의를 계승, 재해석하며 지금까지도 정치철학과 미학분야에서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 가능한 공산주의와 공동체의 문제를 급진적으로 다루었으며 이는 동시대의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크 랑시에르와 함께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그의 저서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는 국립대학연맹에서 철학분야, 그리고 모리스 블랑쇼 연구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문자라는 증서』(필립-라쿠 라바르트와 공저, 1973), 『철학의 망각』(1986), 『무위의 공동체』(1986), 『사유의 무게』(1991), 『코르푸스』(1992), 『세계의 의의』(1993), 『뮤즈들』(1994), 『복수적 단수의 존재』(1996), 『이미지의 심연 속에서』(2003), 『데클로지옹』(2005), 『작가의 초상』(2005), 『민주주의의 진실』(2008) 등이 있다.
옮긴이
이영선 LEE Youngsun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현재 동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예술에서의 매체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현대미술, 영화, 무용에 대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장-뤽 낭시의 글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7
신에 대하여 9
질문과 답변 39
정의에 대하여 65
질문과 답변 91
사랑에 대하여 113
질문과 답변 142
아름다움에 대하여 171
질문과 답변 201
발문:예술, 그리고 세계의 다양성에 대하여 224
옮긴이 후기 245
장-뤽 낭시에 대하여 247
찾아보기 250
책 정보
2012.7.22 출간 l 127×188mm, 무선제본 l 카이로스총서23, Mens
정가 17,000원 | 쪽수 252쪽 | ISBN 978-89-6195-052-7 94300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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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사
[한국일보] 책과세상 / 꼬마들 앞에 선 老철학자의 쉽고도 우아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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