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의 현대적 실체를 밝힌다!
인지자본주의는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를 잇는 제3기 자본주의이다.
산업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쓰인 맑스의 『자본론』을 인지자본주의 시대에 다시 쓴 책!
인지자본주의는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를 다시 사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금융자본이 아니라 인지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
출간의 의의
자본주의 위기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기업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전쟁 등으로 인해 실업, 가난, 물가 상승, 양극화, 삶의 고통은 전 세계에 만연하다. 그리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개선되지 않는 세계 경제 상황은 일상적인 개인의 삶에, 사회에, 그리고 이론에 비관주의, 허무, 우울,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의 핵위기에서 확인되듯이 자본주의로 인해 파괴된 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총체적인 위기의 시대에 대안은 있는 걸까? 많은 경제학자들이 분석하듯이 이 위기는 자본주의의 의례적인 순환일 뿐이고, 자본주의는 또다시 위기를 넘어 상승할까? 『인지자본주의』는 이러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위기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지’(cognitive)란 무엇인가? ‘인지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인지’라는 말은 주로 과학에서 사용되어 왔다.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지과학’을 비롯하여, 신경생리학, 뇌과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 ‘인지’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과학적 성과들을 수용하고 확장하여 인지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인지는 지각, 이해, 판단, 의지 등의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이며, 감각, 지각, 추리, 정서, 지식, 기억, 결정, 소통 등 같이 개인 및 사회적 수준의 정신작용 모두를 포괄하는 용어이다. 『인지자본주의』는 현대 첨단 과학이 주목하는 ‘인지’라는 말과 정치경제학 용어인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결합시킴으로써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규정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서 우리들의 신체는 물론이거니와 행동양식, 관계를 맺는 방식, 소통방식, 기억과, 욕망 또 심지어 꿈마저도 착취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인지자본주의는 20세기 초에서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자본주의의 역사발전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베네치아, 네덜란드 등에 의해 표상되는 상업자본주의(14~17세기) 시기, 영국과 독일,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미국에 의해 표상되는 산업자본주의(17~20세기 후반) 시기를 지나, 오늘날 우리는 제3기 자본주의인 인지자본주의 시기에 살고 있다.
인지자본주의는 상업노동이나 산업노동이 아닌 인지노동을 중요한 착취 대상으로 삼는다. 이것은 자본주의와 노동이라는 문제설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본주의 역사를 추동해 온 것은 자본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노동의 힘임을 분명히 한다. 이것은 1960년대 이딸리아의 오뻬라이스모(노동자주의) 운동이 산업자본주의를 노동의 관점에서 포착하고, 대안을 제시하려한 작업의 현대적 적용이다.
그렇다면 인지자본주의에서 착취되는 인지노동이란 무엇일까?
간호사, 예술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학원강사, 영업사원, 기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텔레마케터 등 현대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의 신체뿐만 아니라 사교술, 정서적인 교감능력, 지능, 언어능력, 소통능력 등 인지적 능력들을 사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처럼 인지자본주의는 인간의 근력을 착취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의 생명, 지각, 지식, 감정, 마음, 소통, 욕망, 행동 등의 움직임을 조직하고, 그것이 생산한 가치와 부(富)를 수탈하고 착취한다. 그리고 인지자본주의는 공포, 불안, 경쟁 같은 마음의 요소들을 끊임없이 생산/재생산하고, 이것을 미디어와 광고를 통해 조절한다.
이렇게 노동이 인지화될 때, 노동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진다. 노동하는 곳으로서의 ‘직장’, 노동하지 않고 쉬는 곳으로서의 ‘집’이라는 경계는 인지자본주의하에서는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일본의 핵 위기와 아랍 혁명은 인지자본주의의 위기
2008년 이후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의 상승-하강의 순환적 위기의 한 국면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위기에 대한 대안은 자본주의의 보수․유지를 통한 혁신이다. 그러나 『인지자본주의』의 저자 조정환은 지난 10여 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최근의 위기가 순환이 아니라 탈순환적이며, 한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성격을 띄고 있음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물가 상승, 실업률 증가, 식량부족 등 위기의 경제적 지표들이 전지구적으로 격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10여 전부터 사회운동이 점차 활발해져 온 라틴아메리카에 이어 미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중국 등지에서 인지자본주의 지배질서와 착취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2011년 두 개의 사건이, 자본주의가 자신이 불러 낸 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일본 대지진에 뒤이은 원자로 폭발과 방사능 위기이다. 이 사건은 과학처럼 인간의 인지능력을 통해 획득한 원자 에너지라는 거대한 힘을 자본주의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음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사회연결망 서비스(SNS) 등 인지적 수단에 힘입어 일어난 북아프리카 및 중동의 연쇄적이고 연속적인 혁명은, 인지자본주의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혁명은 이집트로 확산되었고 이어 리비아, 알제리, 등의 아프리카 지역뿐만 아니라 중동의 전 지역으로, 중동을 넘어 중앙아시아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축적을 위한 인지혁명에서 삶을 위한 인지혁명으로의 전환을 제시하다.
이러한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선 “오늘날의 경제적 붕괴는 경제적 사유, 경제적 도구를 통해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 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 이유는 첫째, 오늘날에는 경제 약국뿐 아니라 군주국 미국, 일본, 영국 등 강대국들 또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국가채무를 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주의 경제논리는 최근 일본의 대지진과 핵위기에서도 드러났듯이 생태계 파괴를 막고,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1994년 멕시코의 라깡도나 정글에서, 1995~6년에 유럽의 메트로폴리스들에서, 1999년 씨애틀에서, 2001년 아르헨티나에서, 2005년 프랑스 방리외에서, 2008년 서울에서, 2009년 그리스에서, 2010년 영국에서, 그리고 마침내 2011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에서 터져 나온,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다중의 전 지구적 대장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의 요구들은 경제적 사유와 도구에 의해 해결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자본주의와 자본 축적을 위한 인지 사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 혁명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는 이 인지 혁명과정을 자본주의 위기-공황 속에서의 공포, 불안, 우울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치유작업”이라고 명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을 부추기는 개인적(사적)인 생산과 소유가 아니라 공통적인 것의 생산을 해야 하며, 축적을 위한 지성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자율적 공통지성 즉, 다중지성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처럼 『인지자본주의』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것이 무엇인지, 옛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요소들이 무엇인지, 이 새로움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유의 혁명이 필요한지 등의 문제를 실천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자본주의』는 이러한 역사적 과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짚고 넘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자, 의미 있는 응답이다.
상세한 소개
서장에서 6장까지는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인지자본주의가 갖는 위치를 규명하고 특히 맑스의 자본주의 분석을 인지자본주의에 현대적으로 적용하면서 인지자본주의 분석의 적실성을 논증한다.
서장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이후 서술의 논리적 순서를 개괄하면서 자본주의 역사 서술에서 인지자본주의라는 명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예를 들어서 “자유경쟁자본주의―(국가)독점자본주의―신자유주의”라는 연결 속에서 자본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은 오늘날의 제3기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충분하지 않고 부적합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장 「몸과 마음」은 인지의 개념을 밝히고 인지과학이 정치경제학 비판에 대해 갖는 의미를 살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지를, 지각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지하는 등의 활동에 포함되는 정신적 과정을 총칭하는 용어로서, 감각, 지각, 추리, 정서, 지식, 기억, 결정, 소통 등의 개체적 및 간개체적 수준의 정신작용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다. 특히 저자는 인지는 “체화되고 집단화된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이는 인지를, 지각에 의해 인도되는 행동으로 본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구성주의 인지과학과 상통하는 것이다.
3장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은 1917년 혁명, 1968년 혁명의 차이를 밝히고, 21세기 혁명의 토대를 성찰하면서 산업자본주의의 발전이 어떻게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가져왔는지를 살핀다. 특히 기술발전과 자본주의 발전 간의 연관관계를 역사적으로 서술함으로써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 인간의 집단지성의 체현물인 기계, 그리고 이 둘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자본의 삼자 관계가 어떤 투쟁과정을 통해 인지자본주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규명한다.
4장 「인지자본주의에서 가치법칙의 문제」는 생산과 축적의 양식이 달라진 인지자본주의에서 가치법칙이 어떤 변용을 겪는가라는 뜨거운 쟁점을 살핀다. 저자는 이를 위해 맑스의 『자본론』 1권에 서술된 가치론을 현대화하고 맑스의 명제가 아니라 그의 문제의식을 현대의 지평에 되살리려고 시도한다.
5장 「착취와 지배의 인지화」는 4장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인지자본주의에서 착취와 지배의 양식이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살핀다. 이 문제를 고찰함에 있어서 『자본론』 3권에 서술된 지대론이 중요하게 참조된다. 이 장을 통해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그것의 안락사가 운위될 만큼 중요성을 잃어 갔던 지대 문제가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 속에서 다시 살아나 첨예한 논쟁과 갈등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6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자본형태의 재구성」은 5장에서의 논의를 기초로 하여, 현대의 금융자본과 2008년 금융위기를 인지자본주의의 현상형태들로 파악하고 이 과정의 동태와 내적 모순을 규명한 다. 또한 금융자본의 본질을 파헤침으로써, 과거 어느 때보다 노동에 적대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지자본주의적 금융자본의 시대가 “다중이 자본주의적 가치화와 시장적 가치화에 맞서 자신의 표현력과 창조력을 다르게 가치화할 기회”임을 드러낸다.
7장에서 11장까지는 인지자본주의가 현대 세계와 우리의 삶에 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공간, 시간, 계급, 지식, 정치 등의 여러 층위에 걸쳐서 자세히 살펴본다.
7장 「인지자본주의에서의 공간의 재구성」은 인지자본주의에서 공간 개념의 변화를 서술하는 데 할애되었다. 이 서술을 위해 벤야민의 메트로폴리스론과 데이비드 하비의 도시공간론이 인지자본주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재조명된다.
8장 「인지자본주의에서의 시간의 재구성」은 인지자본주의에서 시간이 재구성되는 양상을 탐구한다. 이 장에서 노동시간론의 맑스는 베르그손(지속durée의 시간)과 들뢰즈(잠재성의 시간)에 의해 보완되고 정정될 뿐만 아니라 구체화된다.
9장 「인지자본주의에서의 계급의 재구성」에서는 맑스가 큰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자본구성 분석 때문에 생전에는 깊이 파고들 수 없었던 계급구성 개념을 오늘날의 인지자본주의라는 조건에 비추어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또 적용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특히 불안정노동과 비정규직노동의 형성경향을 탐구하면서 이것을 인지화, 프리터, 기본소득 등의 주제와 결합시켰다.
10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정치의 재구성」은 인지자본주의에서 ‘정치적인 것’의 질과 내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할애되었다. 저자는 네그리, 아감벤, 지젝, 무페, 발리바르, 랑시에르 등 현대 유럽의 새로운 정치철학들이 제기하는 ‘정치적인 것’의 문제의식을 1968년 혁명 이후의 ‘탈정치’ 및 사회주의에서의 정치 개념과 비교하면서, 인지자본주의의 문제틀 속에서 비판적으로 재조명했다.
11장 「인지자본주의 하에서 지성의 재구성」은 지난 이십여 년 간 화두가 되어온 인문학의 위기론, 촛불집회 경험을 통해 부각된 집단지성론, 그리고 고전 붐boom 등을 맑스의 일반지성론, 피에르 레비의 집단지성론, 네그리의 다중지성론 등에 비추어 종합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12장 「상품에서 공통적인 것으로」은 상품commodity 사회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커먼common, 즉 공통적인 것에서 찾으려는 시도이다. 9장에서 서술된 특이한 노동들과 삶들이, 서로 협력하고 공통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밝힌다.
13장 「21세기 혁명과 인지적인 것」은 공통적인 것과 공통되기가 놓여 있는 핵심적 조건 중의 하나로 인지적인 것이 갖는 위치와 역할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 문제를, 2008년의 촛불봉기와 2011년의 아랍 혁명에서 인지적인 것이 어떻게 공통적인 것의 정치화를 달성하는 힘으로 작용하는지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다루었다.
부록으로 실린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문답」에서는 인지자본주의와 관련된 주요 쟁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고, 「용어해설」에서는 자주 등장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용어들에 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문답
Q. 인지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탈산업사회 등의 다른 이름인가?
이것들이 사유하는 대상은 거의 같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론은 자본주의 정책형태의 변화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며 그것의 대안은 주로 사회(민주)주의적 정책변경에서 찾아진다. 금융자본주의론은 자본형태를 중심으로 사유하며 그것의 대안은 지금까지 주로 산업자본에서 찾아졌다. 탈산업사회론은 주로 기술형태를 중심으로 사유하며 그것의 초점은 대안기술과 문화에 모아졌다. 인지자본주의론은 노동형태의 변화를 중심으로 사고하며 그 대안은 노동의 대안적 자기조직화이다.
Q. 인지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의 한 유형일 뿐,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지 활동도 신체를 사용하며 신체에 의존한다. 인지노동은 육체노동에 대립하는 노동이 아니라 육체노동이 확장되고 진화한 것이 다. 이런 의미에서 인지노동은 산업노동과 연속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노동은 산업노동으로 환원될 수 없다. 산업자본주의에서 육체노동은 정신노동과 분업적으로 구별되었고 심지어 대립되었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가 그것이다. 인지자본주의에서 이 분업적 구별과 분리는 사라진다. 육체노동이 인지화하며 인지노동이 육체화한다. 그 결과 모든 노동은 육체노동이면서 동시에 인지노동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나타난다. 인지자본주의를 산업자본주의로 환원하는 것은 이 핵심적인 변화를 간과하면서 인지화가 가져오는 변화의 여러 지점들을 놓친다. 이 책에서 내가 분석하는 것은 인지화가 가져오는 실제적 변화들, 그 결과들, 그리고 의미들이다.
Q. 인지자본주의론이 인지 노동자들을 특권화시키지는 않겠는가?
인지자본주의에서는 대학이 공장으로 되고 메트로폴리스가 미술관으로 되고 국가가 스펙타클로 된다. 이것의 영향으로 전통적 공장들도 점점 디자인 작업실로 바뀐다. 이런 의미에서 인지노동의 헤게모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 예술가, 공무원 등을 인지 노동자로 특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노동들이 인지노동의 성격을 더 많이 띠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원자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을 전통적 산업 노동자로 부를 수 있겠는가?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유기농산물 생산자를 농민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인지노동은 산업노동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메트로폴리스로의 확장이며 또 그것의 변화한 특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노동의 헤게모니를 말하는 것이 인지 노동자의 정치적 특권이나 헤게모니를 의미할 수는 없다.
Q. 인지자본주의론은 공통되기를 위한 인지 혁명을 주장한다. 그렇다면 인지자본주의론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등 인지적 성격이 강한 신기술의 영역을 운동과 혁명의 핵심영역으로 간주하는가? 예컨대 최근의 아랍 혁명을 SNS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전통적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SNS는 표현수단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노동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한다.
SNS는 오늘날의 공장이다. 사회적 인지력을 연결하는 망은 공장 노동자들을 연결하는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 내가 현대의 메트로폴리스를 거대공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이것을 통해 가치생산이 이루어지고 축적이 이루어진다. SNS 사용자들을 산업공장의 노동자들과 구별짓는 것은 그들의 생산방식이나 그 생산과정의 특성일 뿐이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재생산의 구성부분이라는 점에서 양자는 동일하다. 그러므로 SNS가 생산의 장소가 아니라 혁명의 장소로 사용된다는 것은 공장이 점거되어 파업투쟁의 장소로 사용되는 것과 같다. 그것은 투쟁의 특권적 장소로 파악되어서도 안 되며 투쟁을 보조하는 종속적 장소로 파악되어서도 안 된다. 메트로폴리스에서의 혁명은 산업적 투쟁과 사회적 투쟁 그리고 담론적 투쟁 모두를 위계 없는 관계로서 포괄한다. 이 각각을 서로 연결되어야 할 특이한 투쟁력들로 파악할 때에만 현대의 혁명이 뿌리에까지 이르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 말, 국가보안법에 의한 전국지명수배령이 내려졌고 1990년에서 1999년 말까지 그는 9여 년에 걸친 기나긴 수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한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그의 연구와 사유의 과정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이 ‘발견적 모색’의 긴 시간을 통해 그가 ‘자율주의로의 선회’라고 부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12월 수배 해제 이후 그는 월간 『말』에 1년간 문화시평을 연재하면서 자율주의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국 속에서 Within Empire, 제국에 대항하여 Against Empire, 제국을 넘어서 Beyond Empire’라는 의미의 <다중문화공간 왑 WAB>(지금의 다중네트워크센터)을 통해 다중지성과의 접속을 이어 갔다. 그는 또 그 동안 발전시켜 온 현대사회와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집약하기 위해 ‘조정환의 걸어가며 묻기’라는 연속 저작집을 내고 있다.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 [http://daziwon.com]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정치사상사와 정치철학, 그리고 정치미학을 연구하면서 주권형태의 변형과 21세기 정치의 새로운 주체성에 대한 그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저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연구사, 1989), 『노동해방문학의 논리』(노동문학사, 1990), 『지구 제국』(갈무리, 2002), 『21세기 스파르타쿠스』(갈무리, 2002),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갈무리, 2003),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 『탈영자들의 기념비』(공저, 생각의나무, 2003), 『제국기계 비판』(갈무리, 2005),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카이로스의 문학』(갈무리, 2006),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갈무리, 2007), 『들뢰즈와 그 적들』(공저, 우물이있는집, 2007), 『현대철학의 모험』(공저, 길,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저, 그린비, 2008),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 『공통도시』(갈무리, 2010), 『맑스를 읽자 : 부커진 R NO.3』(공저, 그린비, 2010),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갈무리, 2011)
편역서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C. 하먼, 갈무리, 1994),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5),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C. 하먼 외, 갈무리, 1995),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 1』(S. 볼로냐 외, 갈무리, 1997), 『자유의 새로운 공간』(A. 네그리 외, 갈무리, 2007)
번역서 『오늘날의 노동자계급』(A. 캘리니코스, 갈무리, 1994), 『디오니소스의 노동 1』(M. 하트 외, 갈무리, 1996), 『디오니소스의 노동 2』(M. 하트 외, 갈무리, 1997), 『사빠띠스따』(H. 클리버, 공역, 갈무리, 1998),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W. 본펠드 외,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J. 홀러웨이, 갈무리, 2002), 『무엇을 할 것인가』(W. 본펠드, 갈무리, 2004), 『들뢰즈 맑스주의』(N. 쏘번, 갈무리, 2005), 『다중』(A. 네그리 외, 공역, 세종서적, 2008)
책 속에서
"오늘날의 제3기 자본주의를 신자유주의나 금융자본주의 혹은 소비자본주의로 정의하기보다 인지자본주의로 정의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 인지자본주의라는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자본 자신이 아니라 노동이 현대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우선적 힘이라는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노동의 역사적 진화와 혁신의 과정을 중심적 문제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장」
"생산과 소비가 전혀 분리되지 않는 노동이라는 의미에서 그것은 퍼포먼스(수행) 노동이다. 이 노동을 통해서 생산되는 것이 소비과정을 거쳐야 하는 물질적 생산물이 아니라 생명, 생활, 삶 그 자체이고 이 생산이 사회를 구성하는 정치적 행위(action)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삶정치적 노동이다. 이 노동이 주로 사용하는 능력을 중심에 놓고 보면 이것은 다시 인지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어느 것으로 불리건 여기에서 노동하는 것은 정신이고 영혼이며 노동과정은 영혼의 운동이다." ― 「3장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
" 메트로폴리스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생산공간으로서, 전통적 공장과 가정을 자신의 요소로 포섭하면서 …… 농민들까지도 특정한 역할(예컨대 유기농업, 특산물 생산 등)을 부여하여 이 연결망 속의 일부로 포섭한다. ……이리하여 메트로폴리스는 삶정치적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생산의 공간으로 확립된다." ― 「7장 인지자본주의에서의 공간의 재구성」
"아프리카와 중동은 20세기의 지배적 정치 패러다임과 냉전이 생산한 예외지대들이다. 이 예외들이 그 특이성을 발휘하면서 전 인류를 연결할 공통되기의 용광로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는 세계 다중들의 전지구적 대장정의 모색과 실험의 성과들을 모아 정치적인 것의 새로운 기관으로 만드는 정치적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1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정치의 재구성」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축적원천으로 삼아온 지난 30년의 최종적 귀결이 바로 탈성장이다. 그렇다면 인지의 폐기가 필요한 것일까? 아니다. 인지의 자본주의적 사용이 궁지에 몰린 지금이야말로 인지력과 인지관계의 진정한 혁명이 필요하다. 축적을 위한 인지의 전용이 아니라 삶의 혁신과 행복을 위한 인지 혁명이 필요한 때이다." ― 「종장」
목차
책머리에 11
서장 27
2장 몸과 마음
‘인지’란 무엇인가? 43
인지는 체화되고 집단화된다 45
3장 인지자본주의로의 이행
‘노동하는 신체’에서 ‘노동하는 영혼’으로 55
자본의 인지적 재구성 61
노동의 인지적 재구성 79
4장 인지자본주의에서 가치법칙의 문제
인지노동에 대한 맑스의 관점 95
인지노동과 가치측정 103
5장 착취와 지배의 인지화
착취의 인지화 123
가치의 변형과 되기 127
이윤의 지대로의 전화 138
정동적 지배 143
6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자본형태의 재구성
창조력과 공통되기 165
금융과 금융자본:금융자본의 형태와 기능의 변화 169
잉여가치화와 공통되기 176
금융체제의 모순과 금융위기의 역사적 위치 200
금융지배와 절대민주주의의 가능성 210
7장 인지자본주의에서 공간의 재구성
메트로폴리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 221
실질적 포섭하의 생산공간으로서의 메트로폴리스 226
메트로폴리스와 예술적 생산양식 230
메트로폴리스적 생산의 주체:다중의 문제 234
삶권력의 공간으로서의 메트로폴리스 237
메트로폴리스에서의 적대들:분할, 위계, 대립 244
삶정치 공간으로서의 메트로폴리스 246
간주 메트로폴리스의 기억과 꿈
오늘날의 도시적 삶 255
계엄도시의 역사 257
해방도시의 체험 258
세계화와 혁신도시 260
포획장치로서의 창의도시 263
메트로폴리스에서의 봉기와 위기 265
공통도시의 전망 266
8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시간의 재구성
맑스와 시간 275
공장노동, 형식적 포섭, 그리고 시간의 공간화 277
실제적 포섭에서 시간의 공간화 282
비물질노동, 가상실효적 포섭, 그리고 시간의 초시간화 286
인지노동, 삶시간, 그리고 구성 291
9장 인지자본주의에서 계급의 재구성
프롤레타리아트의 재구성과 다중 303
현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배제와 불안정화의 문제 310
현대 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자유, 자율의 문제 322
‘독특한 노동’의 잠재력과 진로 329
10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정치의 재구성
정치적인 것, 감각적인 것, 생산적인 것 345
현대 자본주의 정치의 두 수준과 양동전략 351
치안 개념에 묶인 대안운동의 정치 개념과 주체 개념 354
다중의 전 지구적 대장정과 ‘정치적인 것’ 364
수동 혁명을 넘어서 369
11장 인지자본주의에서 지성의 재구성
인지력의 확산 및 지도력의 빅뱅 379
인지자본주의에서 지성의 산업화와 그것의 두 얼굴 385
인문학의 우향우와 발전전략으로서의 인문학의 부상 389
좌파 인문학의 동요와 신보수의 인문학주의의 대두 394
고전 붐 안에서의 두 가지 흐름 400
다중지성 시대의 고전과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투쟁 406
12장 상품에서 공통적인 것으로
인지적 지배의 모순과 인지적 저항의 잠재력 417
인지적 생산의 이중성 422
공통되기와 공통되기의 계기로서의 미메시스 424
공통적인 것의 발명과 공통적인 것의 경제표 426
공통적인 것들의 공통되기 429
인지적 공유지와 인지적 치유 442
13장 21세기 혁명과 인지적인 것
근대 혁명에서 인지적인 것 457
탈근대 혁명과 인지적인 것 461
21세기 혁명에서 인지적인 것 462
“지도자 없는 혁명”인가 “누구나가 지도자인 혁명”인가 475
인지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 479
종장
공통되기의 존재론과 가치론을 위하여 487
축적을 위한 인지 혁명에서 공통되기를 위한 인지 혁명으로 496
미주 508
참고문헌 532
부록
인지자본주의에 대한 문답 543
용어해설 548
용어 찾아보기 562
인명 찾아보기 565
책 정보
2011.4.15 출간 l 152×222mm, 양장제본 l 아우또노미아총서27, Virtus
정가 25,000원 | 쪽수 576쪽 | ISBN 9788961950367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미디어 기사
[한국일보] 3기 자본주의, 당신의 지성·감성을 착취한다
[한국일보] 지금 독서 중 / 조정환 자율주의 이론가 '창조적 진화'
[중앙일보] BOOK 200자 읽기 / 인지자본주의 外
[동아일보] 300자 다이제스트 / 인지능력 활용하는 자본주의 시대의 과제
[광주일보] 현대자본주의 문제점과 해법, 인지에서 찾아라
[교수신문] 비물질노동자의 잠재력을 특권화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한겨레] “노동가치론 폐기를”-“마르크스주의 몰이해”
[프레시안] 마르크스주의 진화를 가로막는 진짜 '적'은?
[프레시안] 왜 굳이 '마르크스'를 호출해 논란을 자초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