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문영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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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규는 병마에 끌려 다니지 않았고, 

마음자리의 근원에 가 닿으려고 애썼다. 

내가 본 마지막 모습, 

그는 시와 투병과 수행이 하나인 순리의 길을 가고 있었다. 

― 이응인 (시인)

 

살얼음같이 시간을 앓았던 사람

시를 방패 삼아 병마를 이겨내던 사람

문영규 시인은 새가 되었을까

저 많은 시편 구름으로 펼쳐둔 것을 보면 ……

― 하아무(소설가)

 

 

출간의 의미

 

마흔 여섯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문영규 시인의 유고 시집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가 출간되었다. 문영규 시인은 1957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마산․창원에서 노동자로 생활하였으며, 1995년 <마창노련문학상>을 받고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첫 시집 『눈 내리는 날 저녁』, 두 번째 시집 『나는 지금 외출 중』을 출간하였고, <객토문학> 동인, <일과시> 동인,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중에 2015년 10월 9일 지병으로 영면하였다.

 

이번 시집의 1부는 시인이 도달한 정신적 높이와 깊이를 한눈에 보여 준다. 그는 투병과 더불어 생의 근본에 대한 질문을 철저하게 밀고나가 그 끝에 다다른 모습을 시로 살려 내었다. “그동안 나를 / 몰고 다녔던 나를 / 이제 놓아 준다 / 더는 그 무엇도 아니다”(「그 무엇도 아니다」). 거기서 “나는 자꾸 새로 태어난다 / 밥 먹고 새로 나고 / 글 한 자 쓰고 새로 나고 / 획 하나 긋고 새로”(「공(空)」) 난다.

 

2부는 투병 과정에서 쓴 시들로 현실 속의 초극을 보여 준다. 그는 투병 중에도 ‘병’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고 그 너머에서 자신을 본다. 안드로메다로 가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카시아꽃 향기” 가득한 여기가 “정토”임을 일러 주고, “툭”하고 지는 동백꽃에서 “잘 내려놓음”의 “툭”을 간파한다.

 

3부 「주유소 일기」 연작은 시인이 주유소에서 일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생의 의미를 낚아챈 수작들이다. “주유마개부터 연 다음 / 얼마나 넣겠냐고 하면”, “고급차들은 대부분 가득이라고 한다.” 시인은 고집스럽고 빈약한 “가득은 좀 피하자”고 말한다. 오히려 “비워 두고 있지만 가득 찬 것”(「주유소 일기 4」)의 위대함을 시인은 몸소 깨닫고 있다.

 

4부는 시인이 시를 가지고 놀다 깨닫게 된 이치로 빛난다. 그에게 “꽃은 / 나무가 쓴 시”(「시」)이고, 걸레는 “시인은 젖은 몸으로 세상을 닦으라는”(「걸레」) 전언이다. 산책로를 걷다 만난 개미, 노래기, 딱정벌레, 거미를 통해 “많은 신호등이 점멸하고 있음”(「신호」)을 읽고, 우리가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시인의 말

 

아무것도 볼 게 없다고 말해 놓고

그 말 하고 연꽃들에게

얼마나 미안하든지

생각해 보니

연꽃만 아니라

나는 모든 걸 눈으로만 본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인데

귀로만 들었던 것을

가까스로 알게 된 것인데

 

눈으로 본 곳은 본 것이 아님을

귀로 들은 것은 들은 게 아님을

알게 된 것인데

 

― 「연꽃 논에 와서」 부분

 

 

문영규 시인을 기억하다

 

문영규의 시는 늘 땀이 배어 있다. 그가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는 무엇보다 진실한 것이다. 시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거짓말로 쓴 시는 바로 알 수 있다. 우리 시대의 건강한 시란 어떤 것일까. 아는 사람만이 시를 읽는 슬픈 시대가 왔다. 하지만 문영규처럼 온몸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는 다시 우리 생활 속에 파고 들 것이다.” ― 정규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의 겨울나기」(『눈 내리는 저녁』 발문)

 

“그에게 시는, 시작(時作)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도정에서 극심하게 흔들리고 요동치는 마음의 갈피를 추스르되, 무엇이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인가를 성찰하고 그렇게 깨우친 그 무엇을 삶의 현실에서 몸소 수행하는 삶의 도량과 다를 바 없다.” ― 고명철, 「젊고 드넓은 마음밭을 일구는」(『나는 지금 외출 중』 해설)

 

그가 “진심어린, 혹은 겸허한, 진솔한 등의 표현”으로 설명한 ‘진정성’은, 우리가 아는 ‘인간 문영규’의 모습과 일치한다. 그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갖는 태도가 바로 이 ‘진정성’인데, 시를 쓰는 데 있어서도 이를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삼고 있으니, 한 마디로 시와 삶의 일치를 그대로 보여 준 경우이다. ― 이응인, 「병을 도반으로 길을 가는 시인」(『경남작가』 29호)

 

시인은 마지막 그날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 어쩔 수 없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젖은 몸으로 세상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다 “그 몸마저 / 바람 따라” 떠난 시인이 쓴 시가 있다. ― 서정홍, 해설 「문영규 시인을 그리며」(『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故 문영규 시인 소개

 

문영규 시인은 1957년에 경상남도 합천에서 태어났다. 합천 대병초등학교, 대병중학교를 졸업한 후 1978년부터 1983년까지 창원의 금성산전 통일중공업에서 일하였다. 이때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 눈을 떴고 책을 가까이하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갔다. 1988년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1994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1995년 마창노련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객토문학> 동인, <일과시> 동인,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2002년에 첫 시집 『눈 내리는 저녁』(갈무리, 2012)을, 그리고 2014년에 두 번째 시집 『나는 지금 외출 중』(푸른사상, 2014)을 발간하였다. 2015년 10월 9일 향년 59세로 영면에 들었다.

 

 

대표시 ― 「아카시아 필 무렵」

 

나는 이다음에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그곳에 가서 태양계를 보겠다

지구를 보겠다 당신을 보겠다

그곳에 가서 나는 당신에게

이상향이 정토가 피안이,

여기라고 말하겠다

 

메밀꽃 핀 밤 풍경을

소금 뿌린 듯하다고

선대 문학가께서 말했지만

먼 산 희끄무레하게

아카시아꽃 핀 풍경을

안드로메다의 그림자라고 나는 말하겠다

 

아카시아꽃 향기는

정토의 향기라고 말하겠다

꿀의 달콤한 맛은

잊었던 안드로메다의 맛이라고 말하겠다

우리의 고향이 안드로메다임을 기억하라는

맛이라고 말하겠다

 

꿀벌들은 안드로메다의 전령이라고 말하겠다

이맘때는 날씨가 화창해서

꿀벌들께서 작업이 순조롭기를 빌겠다

 

 

목차

 

문영규 시인의 유고 시집을 내며

 

1부 그 무엇도 아니다

 

명상

그 무엇도 아니다

반야

봄날은 간다

척추

공(空)

민들레

잠두봉에서

연꽃 논에 와서

빗장

파지

당초문

바람과 나

홈키파

뾰족하다

여름이 간다

토란 잎

독서의 계절에

화장실에서

고들빼기

쇳말뚝

개머루

쑥 캐러 가자

금강반야

열반

산불 조심

 

2부 입원실에서

 

입원실에서

왜소함

점멸등

어스름 녘에는

아카시아 필 무렵

호박넝쿨

소비자

하루

난 오늘

근데 뭐

목도리

하얀 꿈

동백

고물상

밝기 때문

 

3부 주유소 일기

 

주유소 일기 1

주유소 일기 2

주유소 일기 3

주유소 일기 4

주유소 일기 5

주유소 일기 6

주유소 일기 7

주유소 일기 8

교차로 광고지

희망의 촛불을 켜자

희망을 찾는다

플래카드

용병 노상태 씨

순수 소비자 연맹

새 길

위양지

애들아

유기(遺棄)

 

4부 분해

 

걸레

신호

감탄고토(甘呑苦吐)

연결

구리다

풍란의 발

징검다리

논바닥

분해

저녁 별

겨울

거울 이야기

봄비

옥수수

돈다

비둘기는 텃새이면서 철새다

문워크

장어

 

5부 시인의 시 세계

 

시와 시인 그리고 진정성에 대하여

희망을 갖자

 

문영규 시인을 그리며 / 서정홍(농부 시인)

 

故 문영규 시인 연보

 

 

책 정보

 

2016.10.9 출간 l 127x188mm, 무선제본 l 마이노리티시선46

정가 9,000원 | 쪽수 152쪽 | ISBN 978-89-6195-144-9 04810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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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사 

 

[경남도민일보] 눈에 띄는 새책 / 나는 안드로메다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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