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인종, 그리고 계급

승리의 전망 : 1952~2011 저작 선집

Sex, Race, and Class ―
The Perspective of Winning : A Selection of Writings 1952-2011

셀마 제임스 지음
서창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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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제임스는 1972년부터 자본주의 경제가 여성의 비가시적인 무임금 돌봄노동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녀의 선구적 분석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 페기 안트로부스, 『세계 여성 운동 : 기원과 논점 그리고 전략』 저자

 

셀마 제임스의 정치 이론과 조직 전략은 지식인이나 당 관료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즉 공장 노동자·주부·성판매자·이주민으로부터 비롯된다. 셀마 제임스의 연구는 프롤레타리아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일관되게 확장해 왔으며, 공장 문을 넘어, 가족, 거리, 교도소로 그 영역을 넓혔다. ― 마커스 레디커, 『만국의 악당』의 저자

 

 

간략한 소개

 

셀마 제임스의 출발점은 집과 땅에서 일하면서도 ‘노동자’로 보이지 않았던 이들, 계급투쟁이 아닌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수많은 무임금 여성들이다. 제임스는 CLR 제임스가 창립한 <존슨-포레스트 경향>에서 받은 정치적 훈련, 남반구와 북반구의 운동 경험, 그리고 맑스에 대한 존중 어린 연구를 바탕으로, 이전까지 주변적이라고 치부되었던 부문들을 포함하도록 노동계급을 다시 정의했다.

제임스에게 계급투쟁은 착취, 전쟁, 생태적 파괴를 동반하는 시장 지배와 인류의 재생산 및 생존 사이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는 변화를 위한 자신의 전략을 “살상이 아닌 돌봄에 투자하라”라는 말로 요약한다.

60년에 걸친 글들을 모은 이 선집은 국제적 캠페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관점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따라간다. 여기에는 ‘가사노동 논쟁’을 촉발한 고전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 발췌문, 성노동자들의 교회 점거를 다룬 생생한 글 「신의 성전에 거하는 매춘부들」, CLR 제임스의 걸작 『블랙 자코뱅』에 대한 날카로운 서평, 진 리스의 소설들과 줄리어스 니에레레의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 유명한 글 「맑스와 페미니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임스의 글은 전문용어에 기대지 않으며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다. 그의 사유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조직화의 경험, 성공과 좌절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에서 솟아난다.

 

 

상세한 소개

 

셀마 제임스는 누구인가

193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의 유대인 이주민이자 노동조합 조직가였고, 어머니는 열두 살 때부터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였으며 지역사회 복지 투쟁에 참여했다. 제임스는 1930년대 뉴욕의 사회운동 공동체 속에서 성장했고, 열다섯 살에 트리니다드 출신의 맑스주의 사상가이자 역사가 CLR 제임스가 이끌던 급진 맑스주의 조직 <존슨-포레스트 경향>에 합류하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스물두 살이던 1952년에는 어머니이자 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책자 『여성의 자리』를 썼고, 이 글은 이후 그녀가 여성의 가사노동과 노동계급의 문제를 새롭게 사유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1955년 셀마 제임스는 아들 샘 웨인스타인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CLR 제임스와 합류했고, 이후 1958년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이주해 그곳에서 카리브해 지역의 독립과 연방 결성을 위한 운동에 참여했다. 1960년대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BBC에서 프리랜서 오디오타이피스트로 일하며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작업을 하면서 인종차별 및 강제 추방 반대 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1970년대부터 제임스는 여성 해방 운동과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1972년 <여성의 힘 콜렉티브>를 창립했고, 이는 곧 <국제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으로 발전했다. 그녀는 여성의 무임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자본주의 경제의 토대임을 밝히고, 주부, 어머니, 이주민, 성노동자, 장애 여성, 수감자 등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문들의 투쟁을 노동계급 운동의 중심에 놓았다. 이후 <글로벌 여성 파업>의 출범을 도왔고, “살상이 아닌 돌봄에 투자하라”라는 구호 아래 돌봄, 반인종주의, 반제국주의, 복지, 생명, 민주주의의 문제를 연결하는 국제적 풀뿌리 운동을 지속해 왔다.

 

1부 여성의 자리, 노동계급의 자리

이 책의 1부에는 셀마 제임스 사상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글들이 실려 있다. 첫 글 「여성의 자리」는 1952년에 발표된 초기 저작이다. 당시 제임스는 미국의 군용 레이더와 라디오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여성 노동자이자 비혼모였다. 이 글에서 제임스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제대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신문 『통신』의 칼럼」은 1950년대에 제임스가 노동계급 여성들의 일상과 생각을 어떻게 정치의 언어로 표현했는지를 보여준다. 「오브리 윌리엄스와 윌슨 해리스」에서는 제임스의 시야가 여성 노동의 문제에서 식민주의, 예술, 카리브해의 역사로 확장된다. 이 글에서 제임스는 가이아나 출신 화가 오브리 윌리엄스와 작가 윌슨 해리스를 살펴보면서 식민지 경험과 예술적 상상력, 해방의 문제를 함께 사유한다. 1부의 세 글은 누가 노동계급인가, 누가 역사의 주체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주변에 있다고 여겨진 사람들의 경험은 어떻게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이 되는가라고 질문한다.

 

2부 투쟁의 문법 :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이론과 전략

2부에는 1970년대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핵심 문헌들이 모여 있다. 「〈노사관계법〉에 맞서는 여성들」,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 「여성,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여성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노동계급 정치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제임스는 집을 공장 바깥의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노동력이 매일 다시 만들어지는 곳으로 여긴다. 자본주의 가정에서는 밥을 먹이고, 아이를 돌보고, 아픈 사람을 보살피고, 다음날 다시 일터로 나갈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일이 진행된다. 그러나 이 노동은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노동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어 왔다.

「승리의 전망」, 「가족수당 캠페인 : 전술과 전략」은 이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운동 전략으로 발전시킨다. 일부 비판자들의 우려처럼 가사노동 임금 요구는 주부를 집에 묶어두자는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임금이 우리와 자본 사이의 결정적인 갈등 지점임을 포착하며 제기되는 전략적 요구이다. 임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누가 노동자로 인정되는가, 누가 사회를 유지하는가, 누가 빈곤과 의존 속에 묶이는가를 둘러싼 싸움이다. 제임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본은 돈을 원하고, 우리 역시 그러합니다. 그들이 돈을 원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노동을 강요하기 위해서이며, 우리가 돈을 원하는 이유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뿐입니다.”

「성, 인종, 그리고 계급」과 「전 세계의 무임금 노동자들이여」는 이 논의를 더 확장하여 여성, 흑인, 이주민, 실업자, 주부, 학생, 성판매 여성, 복지 수급자를 계급투쟁의 주체로 위치 짓는다. 제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오랫동안 노동계급 바깥의 사람들로 여겨져 왔지만 오히려 자본주의가 임금과 무임금, 남성과 여성, 백인과 유색인, 중심과 주변을 나누며 노동계급을 통제하는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2부는 가사노동 임금 운동을 노동계급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투쟁으로 제시한다.

 

3부 보이지 않는 노동, 들리지 않는 목소리

3부에는 사회가 지워온 사람들의 노동과 목소리를 다루는 글들이 모여 있다. 셀마 제임스는 과거 <영국 성판매자 콜렉티브>(English Collective of Prostitutes, ECP)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 단체는 경찰 폭력에 맞선 성판매 여성들의 투쟁을 페미니스트들이 지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신의 성전에 거하는 매춘부들」이라는 제목의 글은 1982년 이들이 전개한 놀라운 교회 점거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진 리스」는 식민주의와 인종, 젠더의 문제를 문학 속에서 읽어낸다. 

「맑스와 페미니즘」, 「전 지구적 부엌」, 「여성의 무임금 노동 : 비공식 부문의 핵심」은 맑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그동안 맑스주의가 간과해 왔던 지점들을 이야기한다. 3부에는 「이방인과 자매들」, 「유엔 여성 10년」, 「다양성의 도전」도 함께 실려 있다. 여기서 제임스는 국제 여성운동 내부의 갈등과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한다. 여성들은 성, 인종, 국적, 이주, 계급, 섹슈얼리티에 따라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그 차이를 지우거나 경쟁시키는 순간 운동은 약해진다. 제임스는 각자의 구체적 경험에서 출발해 서로의 투쟁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4부 세계를 향한 연대 : 돌봄, 생명, 민주주의

4부에는 제임스의 국제주의적 활동과 후기 사유를 보여주는 글들이 실려 있다. 「인간의 온정이 담긴 젖」은 모유 수유와 돌봄의 문제를 다루고, 「베네수엘라」와 「니에레레의 탄자니아 재발견」은 돌봄과 풀뿌리 민주주의가 국가 및 혁명의 문제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제임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여성의 무임금 돌봄노동을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으로 인정한 헌법을 주목하고, 탄자니아에 대한 글에서는 “여성이야말로 탄자니아의 진정한 노동자”라고 말한 니에레레의 통찰을 재조명한다.

「제6차 글로벌 여성 파업 호소문」, 「인터뷰 발췌」, 「인종차별과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는 유대인 미국 의회 연설」은 제임스의 운동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돌봄노동, 반전, 반인종주의, 반시오니즘, 군복무 거부, 기후위기를 분리해서 사유하지 않는다. “살상이 아닌 돌봄에 투자하라”는 구호는 이 사유를 압축한다. 전쟁과 군사주의, 오염 산업에 쏟아 붓는 부를 사람과 지구를 돌보는 일에 돌려야 한다는 요구다.

「아이티」, 「『가디언』 기사 모음」, 「무미아 아부-자말, 수감자 변호사」, 「명료함과 영향력을 향한 투쟁」은 제임스가 혁명과 운동의 기억을 현재의 싸움으로 되살리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이티에서는 노예들이 세계사를 바꾼 혁명의 기억을, 무미아 아부-자말의 글에서는 감옥 안에서 법을 익혀 서로를 변호하는 수감자들의 투쟁을 조명한다. 

 

살상이 아닌 돌봄에 투자하라

현재 셀마 제임스가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여성 파업>(Global Women’s Strike, GWS)은 여러 자율적 조직들이 함께하고 있는 국제 네트워크다. 흑인 여성의 가사노동 임금을 요구하는 단체, 성판매 여성들의 조직, 퀴어 파업 조직, 비혼모들의 자기방어 조직, 장애 여성 조직, 유색인 여성 조직 등이 함께하고 있다.

GWS의 핵심 요구는 “사람과 지구를 돌보는 모든 돌봄노동에 돌봄 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모든 사회의 기초다. 돌봄 노동은 집에서, 땅에서,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며 대부분 여성이 맡아 왔다. 하지만 이 노동은 낮게 평가되거나 임금 없이 수행되거나 저임금으로 수행된다. 그 결과는 빈곤, 의존, 끝없는 노동이다. GWS는 어머니, 원주민, 자연농을 실천하는 농민을 비롯해 모든 젠더의 돌봄 제공자에게 보장 소득을 요구한다. 어린이, 노인,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 땅과 물을 독성 화학물질로부터 지키는 일, 인권과 자연을 지키다 목숨을 거는 일, 자신들이 일으키지 않은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남고 저항하는 일, 이 모든 노동이 사회를 유지한다는 주장이다.

“살상이 아닌 돌봄에 투자하라”는 구호는 여기서 나온다. 세계에는 생명을 재생산하는 모든 노동에 지불하고도 남을 만큼의 부가 이미 쌓여 있다. 문제는 그 부가 어디로 가는가이다. GWS는 정부와 기업이 파괴적 산업과 군사주의에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고 말한다. 화석연료, 산업적 농업, 삼림 파괴, 무기 산업은 사람과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 반면 무급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과 소녀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원주민은 세계 인구의 약 6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지구 생물다양성의 약 80퍼센트를 지탱한다. 토지와 환경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살해당한다. 미국 군대는 세계 최대 단일 오염원으로 꼽힌다. GWS가 요구하는 전환은 분명하다. 전쟁과 오염 산업에 보조금을 주지 말라. 생명을 돌보고, 땅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소득을 지급하라. 

 

 

지은이 

 

셀마 제임스 Selma James, 1930~

 

여성 인권 및 반인종주의 운동가이자 작가. 카리브해연방 및 독립 운동에 참여하고, <국제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을 공동 창립했으며, <글로벌 여성 파업>의 출범을 도왔다. 여성의 돌봄 노동과 관련하여 ‘무임금’이라는 단어를 고안했다. 그녀는 ‘가사노동 논쟁’을 촉발하고 노동계급 운동 내의 권력관계를 분석했으며, 성별, 인종, 연령, 직업, 국적, 장애 등 다양한 분열을 가로질러 각 부문을 조직하는 방법론을 제시해 왔다. 주요 저작으로 『여성의 자리』, 『여성,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성, 인종, 그리고 계급』, 『전 세계의 무임금 노동자들이여』, 『맑스와 페미니즘』, 『신의 성전에 거하는 매춘부들』, 『이방인과 자매들 : 여성, 인종 그리고 이주』, 『인간의 온정이 담긴 젖』(공저), The Rapist Who Pays the Rent (공저), The Ladies and the Mammies : Jane Austen and Jean Rhys (편집 및 서문 저술), The Global Kitchen : The Case for Counting Unwaged Work 등이 있다.

 

 

옮긴이 

 

서창현 Seo Changhyeon, 1966~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있음에서 함으로』, 『사빠띠스따의 진화』, 『네그리의 제국 강의』, 『전복적 이성』, 『노동하는 영혼』, 『자본과 언어』, 『동물혼』, 『자본과 정동』, 『피와 불의 문자들』, 『도둑이야!』, 『들뢰즈 다양체』, 『예술적 다중의 웅성거림』 등이 있다.

 

 

추천사

 

이제 제임스의 선구적인 분석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그녀는 1972년부터 자본주의 경제를 재해석하여, 자본주의 경제가 여성의 평소 비가시적인 무임금 돌봄노동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 페기 안트로부스, 페미니스트이자 『세계 여성 운동 : 기원과 논점 그리고 전략』의 저자

 

50년이 넘는 세월에 걸친 이 통찰력 있고 필수적인 에세이와 강연 선집에서, 셀마 제임스는 해방이 위로부터 하달될 수 없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중요한 페미니즘이다. ― 앨리사 트로츠 박사, 여성과 젠더 학회 부교수, 토론토 대학교 캐리비언 학회 이사

 

셀마 제임스는 최근 저서를 통해 오랫동안 명백했던 사실을 재확인시킨다. 그것은 그녀가 단연코 같은 세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페미니스트 사상가 중의 한 명일 뿐만 아니라, 통찰력 있고 대단히 지적인 정치 분석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 제럴드 혼, 역사가이자 저술가, 휴스턴 대학교 존 제이 & 레베카 무어스 역사 및 아프리카계 미국학 석좌교수

 

이 에세이 선집의 출간은, 탄생하고자 고투하는 새로운 사회의 역사를 응축된 형태로 반영한다. 오늘날 이 에세이 선집의 등장보다 더 시의적절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의 집단적인 경험의 결실인 이 에세이 선집은 새로운 세대 전체에게 이론적으로 사유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그러한 사상들을 시험하는 수단으로서 조직의 필요성을 숙지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셀마 제임스는 이 에세이 선집에서, 혁명적 전통의 정신을 가장 유의미한 지점에서 구현하고 있다. ― 로버트 힐 박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CLR 제임스 유산 관리자이자 마커스 가비 기록 프로젝트 이사

 

… 맑스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포스트식민주의를 종합하려는 야심 찬 지적 시도. 여기에는 이 세 가지를 어설프게 하이픈으로 연결하는 일반적인 종합이 존재하지 않는다. ― 제니 터너, 『런던 도서 비평』

 

아이티 혁명의 유산에 대한 명석함과 헌신을 말하자면 … 셀마 제임스야말로 내 마음에 딱 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 대니 글로버, 배우이자 활동가

 

 

저자 강연

 

아래 내용은 셀마 제임스가 2011년 ‘런던을 점거하라’ 시위에서 한 연설의 유튜브 영상 일부를 발췌 번역한 것이다. 

( 출처 : GWS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yUESuthtG8A )

 

여러분이 인종주의에 반대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인종주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흑인들과 유색인들이 여러분을 그 점에서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젠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말을 안다고 해서, 강간에 반대한다고 해서, “나는 이제 괜찮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습관들은 돈의 위계가 만든 습관입니다. 돈의 위계입니다.

오늘 누군가 여성 임금에 관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성 임금은 언제나 남성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 전체의 위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위계입니다. 임금 위계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젊은 유색인, 이민자, 무임금 주부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취급됩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라고 합니다. 아이 넷을 키우고 아버지를 돌보는 일쯤은 하루 첫 한 시간 안에 해치우고, 그다음에는 좋은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들은 열 명의 아이를 둔 여성이 있는 가족을 무가치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것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성차별의 극치이고, 제 세대에 대한 경멸의 극치입니다. 인류의 재생산은 이 정부에게 가장 사소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모두 죽어버린다 해도, 하인 몇 명만 남겨두면 된다는 식입니다. 그 외에 우리가 사라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위계가 무엇인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을 뿌리 뽑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흑인들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거나, 여성들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함께 풀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으로서, 또 하나의 부문으로서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것에 기초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 우리가 이해한 것을 보탭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듣도록 요구합니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부분은 지금까지 숨겨져 있었습니다.

……

저는 노동시간을 하루 두 시간으로 줄이는 일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사 예산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깨끗한 수도를 공급해야 합니다. 어디에나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태양열 조리기가 있어야 합니다.

5천 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50명만 모여 앉아도,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고 세계가 계속 존재하며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해야 합니다. 크고 분명하게, 자주 말해야 합니다. 1퍼센트를 상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99퍼센트가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함께 모으는 방법은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을 말하고,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모두 노동주간 단축을 원합니다. 우리는 모두 런던 시티와 월스트리트가 우리의 자원을 훔쳐가는 일을 끝내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삶의 대부분을 돈을 어떻게든 맞춰 쓰려고 애쓰는 데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렇게 서로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50펜스를 쓸까 말까”를 계산하는 데 들어갑니다. 인간에게 어떻게 감히 그런 일을 강요합니까? 인간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훨씬 더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1퍼센트를 상대하는 일의 일부입니다.

……

우리는 언제나 분명히 해야 합니다. 노동계급을 이루는 경험이 얼마나 넓은가. 그 연결이 얼마나 넓은가. 국제적으로 노동계급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아프리카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80퍼센트를 재배하는 무임금 여성들도 그 안에 포함됩니다. 좌파는 우리에게 그들이 노동계급이라고 말해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알아내고 그들에게 말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 우리가 가진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게 됩니다. 99퍼센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누가 착취당하는지, 누가 잠재적으로 우리 편인지에 대한 생각을 넓혀야 합니다. 단지 우리 편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이리 와요, 자매여. 여기 힘이 있습니다. 그 빌어먹을 것을 내려놓아요.”

우리가 그들에게 하는 말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더 좋습니다. 우리가 더 매력적입니다.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세계를 구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들과 함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계급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젠더와 인종, 그리고 다른 모든 분할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데려오기 위해서입니다.

 

 

책 속에서

 

이 책 『성, 인종, 그리고 계급』의 또 다른 장점은 그 실용성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사유와 행동의 관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조직가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감각을 전달한다. 우리는 이론을 찬양하는 데 급급하여 실천의 기예, 즉 사람들이 지닌 삶의 모든 모순 속에서도 그들과 함께 일하는 민주적 기량을 너무 자주 망각하곤 한다. ― 마커스 레디커의 서문, 12

 

셀마 제임스는 인종차별 및 강제 추방 반대 운동에 깊이 관여했으며, 1965년에는 영국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초대 조직 간사를 맡기도 했다. 성인기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지금도 그녀는 인종 문제의 중심성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 니나 로페즈의 서문, 20

 

여성들이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그들이 집단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처지는 저마다 다를지언정, 여성이라는 존재는 결국 전반적으로 동일한 삶의 굴레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 여성의 자리, 51

 

노동조합 대표들은 대개 남성이지만 여성 대표도 일부 있다. 양자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두세 달에 한 번씩, 그들이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공장을 둘러보며 자신들의 “시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업무와 무관한 영역에서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활력과 에너지에 비하면, 그들 “대표”들은 말쑥하게 차려입은 시체나 다름없다. ― 신문 『통신』의 칼럼, 80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일했다. 우리는 수십억 톤의 면화를 땄고, 수십억 개의 접시를 닦았으며, 수십억 개의 바닥을 문질렀다. 수십억 개의 단어를 타이핑하고, 수십억 개의 라디오를 배선했으며, 손과 세탁기로 수십억 개의 기저귀를 빨아댔다. 그들이 전통적인 남성의 성역으로 우리를 “들여보내 줄” 때마다, 그 목적은 언제나 우리를 착취할 새로운 차원을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 120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노예적 조건을 타파하는 주체는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파업을 결행하며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지, 노동조합이라는 기구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조를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노동자들의 힘이며, 비참한 조건을 폐기하는 것도 오직 노동자들의 힘이다. 노동조합은 그저 이 힘의 상징이 되었을 뿐이며, 투쟁을 자신들의 통제 아래 가두고 길들이며 심지어 질식시키기 위해 그 상징적 이미지와 전통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그 힘의 본체는 언제나 노동자들의 것이다. ― 여성,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136~137

 

임금 노동을 하는 여성은 자본가가 그들의 목덜미에 대고 숨을 헐떡이며 감시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동주 전체에 대해 돈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이 그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기 위한 첫 번째 전략적 발걸음이다. ― 가족수당 캠페인 : 전술과 전략, 178

 

성별들, 인종들, 국가들, 세대들의 권력관계는 정확히 말해 계급 관계의 특수화된 형태들이다. 노동계급 내부의 이러한 권력관계는 계급 간의 권력 투쟁에서 우리를 약화시킨다. 이것들은 간접 지배의 특수화된 형태들로, 계급의 한 부문이 다른 부문을 식민화하게 함으로써 자본이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방식이다. ― 성, 인종, 그리고 계급, 186

 

맑스가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에 얼마나 유용했는지는 자명합니다. 페미니스트 중에는 그를 폄하하고 외면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흔히 내세우는 핑계는 그가 남성이었다거나 소위 남성 우월주의자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그를 변호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 주장이 사실이라 한들 어떻습니까? 남성들 없이는 우리가 승리할 수 없는데, 세상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남성들의 견해 ― 특히 자본의 파괴에 헌신한 남성들의 견해 ― 는 설령 그들이 성차별주의자라 할지라도 분명 들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게다가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연령차별주의자 등을 모두 배제한다면 과연 누가 남겠습니까? 우리 중 누가 과연 “순수”하단 말입니까? ― 맑스와 페미니즘, 289

 

튀니지, 수단, 케냐, 스리랑카, 멕시코, 이집트의 농촌 여성들을 인터뷰한 어느 유엔 사회 복지사는 “자녀를 적게 낳도록 설득해야 할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서로 매우 다른 이 여섯 문화권에서 다음과 같은 호소의 변주를 반복해서 들었다. “나는 지쳤어요. 나를 좀 보세요. 나는 들판에서 일하고 아이를 낳는 짐승에 불과해요. 더는 원하지 않지만 남편은 아이가 생기는 대로 모두 낳아야 한다고 말해요.” ― 전 지구적 부엌, 318

 

여성들은 가족이 언제 우리의 보호막이 되는지, 그리고 국가에 의한 가족의 해체가 언제 우리에 대한 공격이 되는지를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 우리의 노동에 기반하고 있는 가족을 보호할지 혹은 파괴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우리 스스로 쥐는 것이 항상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 이방인과 자매들 : 여성, 인종 그리고 이주, 337

 

저는 맑스가 두 가지 시간 척도로 사고했다고 믿습니다. 하나는 혁명이 당장 내일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참으로 현명하죠. 하나는 내일 당장 일어날 것이니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장기전을 위해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중 하나만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둘 다 해야 합니다. ― 다양성의 도전 : 어떤 콘퍼런스에 대한 성찰, 399

 

남성들은 겉보기에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성에 대한 권력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남성들이 어떻게 착취당하고 있는지, 그들의 입장과 투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소위 생산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그러합니다. ― 인터뷰 발췌, 455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감사의 서문 / 마커스 레디커  8

승리의 전망 / 니나 로페즈  14

 

1부 여성의 자리, 노동계급의 자리

여성의 자리  35

신문 『통신』의 칼럼  71

오브리 윌리엄스와 윌슨 해리스  83

 

2부 투쟁의 문법 :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이론과 전략

<노사관계법>에 맞서는 여성들  89

여성의 힘과 공동체의 전복 (발췌)  92

여성,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 :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122

승리의 전망  153

가족수당 캠페인 : 전술과 전략  169

성, 인종, 그리고 계급  179

전 세계의 무임금 노동자들이여  196

 

3부 보이지 않는 노동, 들리지 않는 목소리

신의 성전에 거하는 매춘부들  211

진 리스 (발췌)  244

맑스와 페미니즘  266

전 지구적 부엌 (발췌)  305

이방인과 자매들 : 여성, 인종 그리고 이주 (발췌)  327

유엔 여성 10년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353

다양성의 도전 : 어떤 콘퍼런스에 대한 성찰  379

여성의 무임금 노동 : 비공식 부문의 핵심  401

 

4부 세계를 향한 연대 : 돌봄, 생명, 민주주의

인간의 온정이 담긴 젖 (발췌)  413

베네수엘라  423

제6차 글로벌 여성 파업 호소문  432

니에레레의 탄자니아 재발견  436

인터뷰 발췌  453

인종차별과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는 유대인 미국 의회 연설  459

아이티  467

『가디언』 기사 모음  484

무미아 아부-자말, 수감자 변호사 (발췌)  497

명료함과 영향력을 향한 투쟁 : CLR 제임스의 정치적 유산 (2001~2012)  504

 

옮긴이 후기  529

인명 찾아보기  535

용어 찾아보기  539

 

 

책 정보

 

2026.7.27 출간 | 신국판변형 145x225mm, 무선제본 | 아우또노미아총서91, Potentia

정가 32,000원 | 쪽수 544쪽 | 무게 657g | ISBN 9788961954259 93300

도서분류  페미니즘, 재생산노동, 돌봄노동, 반인종주의, 탈식민주의, 사회운동론,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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