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악당

황금시대 대서양의 해적들

Villains of All Nations :
Atlantic Pirates in the Golden Age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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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은 약탈자가 아니라 제국과 자본에 맞선 반란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폭력과 착취의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규칙을 만들어 냈다. 문화와 인종, 국적을 넘어 함께 항해한 그들의 실험은 오늘, 자유와 저항의 또 다른 가능성을 다시 질문하게 한다.

 

이 책은 황금시대 해적들의 뒤집힌 세계를 낭만화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치밀한 연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 서술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 알프레드 영, 『마스커레이드』의 저자

 

 

간략한 소개

 

『만국의 악당』은 대서양 해적의 “황금시대”, 특히 1716년부터 1726년까지의 10년을 중심으로 해적의 신화와 현실을 “아래로부터의 역사”의 관점에서 다시 쓴 책이다. 검은 깃발 졸리 로저, 블랙비어드와 같은 인물들로 대표되는 이 시기는 단순한 모험의 시대가 아니라, 노동과 제국, 전쟁과 저항이 격렬하게 교차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실제로 수천 명의 선원들이 해적선에 승선했고, 이들은 상선 항로와 식민지 무역, 노예무역까지 뒤흔드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해적을 범죄자나 낭만적 모험가로 바라보는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삶을 실험한 바다 노동자 집단으로 조명한다. 해적들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잡색 부대’로서, 이 세상 어디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민주적인 권리를 갖지 못했던 시대에 선장을 직접 선출하고 전리품을 비교적 평등하게 분배하며 나름의 규칙과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의 위계적 질서에 대한 대안적 사회 실험이었다.

레디커는 해적이 “인류 모두의 적”으로 불린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국가와 자본이 자신들의 적을 보편적 악으로 규정한 방식이었다. 해적은 실제로 모든 사람의 적이기보다는 제국과 상업 자본, 노예무역 질서에 맞서는 다국적, 다인종, 다문화 집단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해적들이 18세기 초에 처음으로 그들만의 깃발을 만들었을 때, 그들은 당대의 통념에 맞서며 새로운 선언을 한 것이었다. 강력한 국가에 대항하는 수천 명의 프롤레타리아 무법자 집단의 연대를 상징하는 졸리 로저 깃발을 휘날리며, 해적들은 자신들이 “만국의 악당”임을 선포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상세한 소개

 

해적의 황금시대와 잡색 부대

해적의 “황금시대”(1650~1730년) 가운데서도 이 책이 주목하는 시기는 18세기 초, 특히 1716년부터 1726년까지 약 10년이다. 이 시기는 해적이 대서양 세계 전역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 때로, 저자는 이 시기를 단순한 모험담의 배경이 아니라, 노동과 제국, 전쟁과 저항이 집중적으로 교차한 역사적 순간으로 본다.

당시 해적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1716~1726년 사이 기간에 4천 명 내외의 선원들이 검은 깃발 아래 집결했다가 흩어졌다고 추정되며, 특히 바살러뮤 로버츠가 활동하던 1720년~1722년 무렵에는 상선 항로와 식민지 무역, 나아가 노예무역까지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확장되었다.

해적선은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뒤섞인 공간이었다.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출신 선원은 물론, 카리브해 지역 사람들, 네덜란드인과 프랑스인, 아프리카계 흑인 선원과 탈주 노예까지 함께 생활했다. 인종과 국적, 언어와 종교가 뒤섞여 있었고, 그 때문에 해적선은 당시 제국 질서가 요구한 민족적 충성이나 국가적 경계를 거스르는 공간이 되었다. 레디커가 이들을 ‘잡색 부대’(motley crew)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말은 서로 다른 출신과 피부색, 서로 다른 노동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제국의 바다에서 만나 기존 질서 바깥에서 새로운 연대와 규칙을 만들어낸 집단이었음을 뜻한다. “잡색”은 혼란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의 표시이기도 했다.

 

해적 : 범죄 집단인가 낭만적 모험가들인가?

레디커가 이 책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해적의 의미는, 해적을 단지 범죄자나 낭만적 모험가로 보는 두 가지 통념을 동시에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그는 해적을 가난한 선원, 착취당한 노동자, 제국 질서에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급진적인 사회적 실험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대중문화 속 해적은 보통 두 방향으로 그려진다. 자유롭고 대담한 모험의 화신, 혹은 약탈과 살육만 일삼는 잔혹한 괴물이 그것이다. 레디커는 이 두 이미지가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둘 다 역사적 현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본다.

레디커가 복원하는 실제 해적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당시 상선과 군함의 선원들은 매우 낮은 임금, 잔혹한 구타와 체벌, 임금 체불, 강제 징집,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선장의 권력 아래 놓여 있었다. 이런 삶이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에 많은 선원은 차라리 불법의 바다로 건너갔다. 따라서 레디커에게 해적은 착취와 억압 속에서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한 사람들이다. 해적은 자유를 꿈꾸었지만 폭력을 썼고, 평등을 지향했지만 모순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복잡성이야말로 오늘날까지 해적들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이유이다.

 

해적은 인류 모두의 적인가?

레디커는 분명 해적을 단순하게 미화하지 않는다. 해적은 폭력을 썼고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가 끝까지 묻는 것은 이것이다. 그들을 “인류 모두의 적”(라틴어로 ‘호스티스 후마니 제네리스’)으로 부른 사람들은 누구였는가, 그리고 그 말은 누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는가?

국가와 자본은 자신들의 적을 종종 “인류 모두의 적”으로 확대해서 말한다. 식민지 권력은 반란자를 폭도라고 부르고, 마녀사냥은 특정 여성을 공동체 전체의 적으로 만들고, 제국은 저항하는 집단을 야만인이나 테러리스트로 부른다. 특정 집단을 “인류 모두의 적”으로 만들면, 그들을 향한 극단적 폭력과 절멸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해적은 실제로 모든 사람의 적이라기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는 상인, 노예무역 자본, 식민지 정부, 왕권, 선장과 군함 질서의 적이었다. 그들을 “인류 모두의 적”이라 부른 것은 지배 권력이 자기 적을 보편적 악으로 포장한 방식이었다. 레디커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수많은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선원을 혹사하며 강제노동으로 부를 축적하면서도, 자기 질서에 저항하는 자들만 “야만”이라고 부른 권력이야말로 오히려 더 근본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만국의 악당들의 “즐거운 삶, 짧은 인생”

해적을 “인류 모두의 적”으로 부른 것은 객관적 진실이라기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적을 보편적 악으로 규정한 방식이 아니었는가? 이 질문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의 대중문화가 이 질문에 매우 직관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태국 시위 깃발에 등장한 『원피스』의 루피는 세계 정부가 규정한 악당이지만 독자들은 그를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저항자로 읽고,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 역시 관객들에게 체제의 위선을 꿰뚫어 보는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의 해적 콘텐츠는 단순히 해적을 낭만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규칙을 만들었는가, 그 규칙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슬그머니 묻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Villain’의 이미지는 점점 재조정되고 있다. 악인의 자리에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저항자”라는 새로운 해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감수성은 레디커가 역사 속에서 발굴한 것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18세기의 실제 해적들도 처음부터 악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가혹한 노동조건과 제국 질서 속에서 다른 선택지를 빼앗긴 끝에 악당이라는 낙인을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해적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반역자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급, 인종, 젠더, 그리고 국가의 관습에 도전했다. 그들은 가난하고 사회적 처지도 낮았지만, 고귀한 이상을 표현했다. 상선 선장들에게 착취당하고 자주 학대를 받았던 그들은 임금을 폐지하고 다른 규율을 세웠으며 자신들만의 민주주의와 평등을 실천했고 대해의 함선을 운영하는 대안적 모델을 만들어 냈다. 사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그들은 그 상징을 훔쳐 와 그의 면전에 대고 비웃었다. 해적들은 당대의 높고 고귀하신 분들에 맞섰고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스스로 만국의 악당이 되었다. 그들은 그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이는 해적들의 모토인 “즐거운 삶 짧은 인생”에서 잘 드러난다. 

 

졸리 로저가 오늘날에도 호출되는 이유

졸리 로저는 단순한 해골 깃발이 아니다. 해골, 엇갈린 뼈, 모래시계, 피 흘리는 심장 같은 도상은 모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 깃발은 상대에게는 공포였고, 해적 자신들에게는 집단적 결의의 표식이었다. 레디커는 졸리 로저가 해적을 포식자로 드러내는 동시에, 해적 자신이 이미 죽음의 세계에 깊이 들어와 있는 존재라는 자의식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졸리 로저는 “죽음을 휘두르는 상징”이면서도,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의 표식이기도 했다.

이 상징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옛 문양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규칙을 상상하는 깃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질서 안에 있지 않다”는 선언으로서, 해적기는 여러 시대에 반복해서 저항의 상징으로 호출되었다. 오늘날 해적기가 상징하는 저항은 꼭 폭력적 반란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존 권력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태도, 국가나 자본과 위계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태도, 억압적인 질서 바깥에서 다른 공동체를 상상하는 태도를 함께 담고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상징은 충분히 살아 있다. 누가 법을 만들고, 누가 질서를 정의하며, 누가 ‘범죄자’와 ‘폭도’를 규정하는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해적이 되었는가? 황금시대 이후 해적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장 가운데 하나는, 해적의 대부분이 원래부터 범죄자가 아니라 평범한 선원이었다는 점이다. 상선, 군함, 노예선, 사략선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해적이 된 경우가 많았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가혹한 노동조건이다. 선장은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고, 선원은 구타와 체벌, 임금 체불, 장기 항해, 병과 굶주림을 감수해야 했다. 이렇게 보면 해적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범죄의 선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바다 노동과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해적들이 재판정에서 “내가 한 일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라고 증언한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제국 무역 구조이다. 특히 전쟁이 끝난 뒤 일자리를 잃은 사략선 선원들, 노예무역과 상업 항해를 경험한 선원들이 해적선으로 많이 흘러 들어갔다. 해적행위는 제국과 무역의 바깥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한복판에서 생겨난 역설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금시대 이후 해적들의 활약은 172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으로 탄압당하며 빠르게 막을 내린다. 국가와 상인, 특히 서아프리카 노예무역에 얽힌 상업 자본과 해군력이 해적 소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공개 처형과 군함 파견, 항구 감시가 강화된다. 주요 무역항에는 교수형당한 해적들의 시체가 경고와 위협의 표식처럼 내걸렸다. 저자는 이 과정을 단순한 범죄 진압이 아니라, 대서양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절멸 캠페인으로 보았다.

 

해적 공동체의 운영 원리

이 책이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는, 해적선이 무법 상태가 아니라 매우 분명한 규칙과 절차를 가진 공동체였다는 점이다. 해적은 국가의 법을 거부했지만, 기존 상선과 군함의 폭력적 질서에 맞서 다른 종류의 질서를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선장 선출 방식이다. 상선과 군함에서는 선장이 위에서 임명된 절대 권력자였지만, 해적선에서는 선원들이 직접 선장을 뽑는 경우가 많았고, 평의회나 전체 선원들의 의사가 평상시 운영을 좌우했다. 전리품 분배도 중요했다. 완전한 평등은 아니었지만, 상선처럼 선장과 선원이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구조가 아니었으며, 저자는 이를 두고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이익을 함께 나누는 파트너십이라고 본다. 부상자 보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다친 동료에게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규칙이 있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사회보장제도와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처벌 규칙도 선장의 자의가 아니라 공동 규약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해적 공동체의 원리는 선원 전체의 참여, 선출된 권력, 비교적 평등한 분배, 위험의 공동 부담, 내부 규약에 따른 질서 유지로 요약된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해적선은 단순한 범죄의 현장이 아니라, 당대의 상선, 군함 체제에 맞서는 대안적 사회 실험장으로 읽힌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아마 해적들에 대해 가장 잘 말하는 방법은, 그들의 잔인함은 당대의 기준에서 전혀 이례적이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들의 민주적 관행은 거의 전례가 없는 것이었음을 지적하는 것”(『해적 계몽주의』, 56쪽)이라고 보았다. 

 

여성 해적들 : 앤 보니와 메리 리드

6장 「여성 해적들 : 앤 보니와 메리 리드」는 이 책에서 매우 특별한 장이다. 레디커는 앤 보니와 메리 리드를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이 두 인물을 통해 해적 세계와 젠더 질서가 어떻게 교차했는가를 묻는다. 

당시 바다 노동은 거의 전적으로 남성의 영역이었기에 여성 해적은 역사 속에서 낯선 존재처럼 보인다. 이 책의 6장은 바다 노동과 폭력, 자유와 위장의 세계 속에 실제로 진입한 역사적 인물들인 여성 해적 앤 보니와 메리 리드를 조명한다. 앤 보니와 메리 리드는 남장을 하고 배에 올랐고, 전투에도 참여했으며, 법정 기록 속에서도 실제 해적 행동을 한 인물들로 확인된다.

레디커는 이들의 삶을 더 넓은 하층계급 여성의 역사 속에 놓는다. 보니와 리드는 갑작스럽게 출현한 기이한 존재가 아니라, 경제적 필요와 생존, 계급적 제약을 넘어 남장을 감행했던 근대 초기 여성들의 전통 위에 서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장은 여성 해적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해적선이 기존 성별 질서에 균열을 내는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것이 완전한 해방의 공간은 아니었으며, 여성에게 허용된 자유 역시 제한적이고 불안정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6장은 보니와 리드가 후대에 남긴 문화적 흔적도 추적한다. 이들의 삶은 민간 발라드, 소설, 연극, 삽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며 여성성과 자유에 대한 상상을 뒤흔들었다. 레디커는 이 두 인물을 통해, 해적의 역사가 단지 바다의 범죄사가 아니라 젠더와 계급, 상징과 문화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의 서술 흐름과 각 장의 내용 소개

이 책은 단순한 해적 열전이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짜인 역사서이다. 전체 흐름은 대체로 등장 → 형성 → 조직 → 사회관계 → 탄압 → 기억과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1장 「두 가지 테러 이야기」는 해적과 국가의 폭력이 어떻게 서로를 강화하며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테러의 변증법”을 제시한다. 2장 「해적행위의 정치 산술」은 전쟁의 종결, 선원의 실업과 불안정, 제국 무역의 확대 등 해적 등장의 역사적 조건을 다루고, 3장 「누가 “해적질”에 나서는가?」는 해적을 상선, 군함, 노예선에서 일하던 평범한 바다 노동자 집단으로 분석한다.

4장 「“선상의 새로운 정부”」는 선장 선출, 평의회, 분배 규칙, 사회보장적 보상 체계 등 해적선 내부 질서를 다루는 핵심적인 장이며, 5장 「“선원들을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다”」는 해적의 정의감을 다룬다. 포로가 된 선장을 평가할 때 그가 선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따졌다는 사례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6장 「여성 해적들 : 앤 보니와 메리 리드」는 앤 보니와 메리 리드를 통해 해적과 젠더 문제를 새롭게 읽게 만드는 장이며, 7장 「“세상에서 그들을 소멸시키다”」는 국가와 상인이 해적을 “인류의 적”으로 악마화하고 처형과 군사작전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8장 「“죽음 자체에 대한 도전”」은 해적의 유머, 조롱, 교수대 문화, 해적기 상징을 다루며, 마지막 결론 「피와 황금」은 해적을 둘러싼 폭력과 자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매혹을 다시 정리한다.

 

이 책은 단지 해적을 새롭게 보는 책이 아니라 역사를 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만드는 책이다. 레디커의 “아래로부터의 역사” 접근은 국가, 영웅, 제도, 전쟁의 기록에서 밀려난 사람들, 즉 이름 없이 사라진 평선원들, 탈주자들, 항구 빈민들을 역사의 전면으로 끌어온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자유를 매우 물질적인 차원에서 보여준다. 해적의 자유는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임금을 빼앗기지 않는 것, 선장에게 매질당하지 않는 것, 공동체 안에서 발언권을 갖는 것, 자기 삶의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해적의 책이면서 동시에 노동의 책이자 민주주의의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쉬운 도덕 판단 대신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사람들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다른 삶을 택했는가? 누가 누구를 범죄자로 부르는가? 폭력은 언제 반란이 되고, 반란은 언제 다시 억압으로 돌아가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만국의 악당』이 오늘 한국어로 읽힐 가치가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지은이 

 

마커스 레디커 Marcus Rediker 1951~

 

미국의 교수, 역사가, 활동가. 켄터키주 오웬스보로에서 태어났다. 밴더빌트 대학 자퇴 후 3년간 공장 노동을 했다. 1976년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현재 피츠버그 대학교 대서양사 석좌교수이다.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 『히드라』, 『노예선』, 『대서양의 무법자』, 『벤저민 레이』 등 총 16권의 책을 저술 및 공동집필 또는 편집했으며 이는 모두 “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의 책들은 조지 워싱턴 도서상, 미국학회(ASA)의 존 호프 프랭클린 도서상, 미국역사학회(AHA)의 제임스 A. 롤리 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17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토니 부바 감독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아미스타드의 유령>을 제작했고 극작가 나오미 월래스와 함께 희곡 『벤저민 레이의 귀환』을 썼다. 수년 동안 사형 폐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회 정의 및 평화 운동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옮긴이 

 

박지순 Park Ji Soon 1983~

 

대구대학교에서 재활심리학을 공부했고 현재 경상북도인재평생교육재단 경북RISE센터에 재직 중이다. 장애, 성별, 문화 등에 따른 차별 해소 및 교육과 사회 분야에서의 평등권 실현을 위한 연구와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 번역서로는 『노예선』, 『메이데이』, 『대서양의 무법자』, 『벤저민 레이』, 『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 등이 있다.

 

 

추천사

 

마커스 레디커는 해적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줘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다. 『만국의 악당』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로빈 D. G. 켈리, 『자유의 꿈』의 저자

 

이 책은 황금시대 해적들의 뒤집힌 세계를 낭만화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치밀한 연구는 아래로부터의 역사 서술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 알프레드 영, 『마스커레이드』의 저자

 

각국의 권력자들에 의해 ‘인류 모두의 적’으로 규정되었던 해적들은, 18세기에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후의 세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죽음의 깃발 아래에서 폭압의 세계 속에 자유를, 위계가 지배하던 곳에 평등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은 해적들이 살고자 했던 삶과 실제로 살아낸 삶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 아이라 벌린, 메릴랜드 대학교 석좌 교수

 

 

책 속에서

 

항의와 저항의 상징으로서 해적행위가 가진 힘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졸리 로저 깃발은 이제 태국의 민주화 청년운동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등장했습니다. 그 상징의 가장 최근 출처는 일본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실 자체가 해적이 여전히 전 세계의 대중문화와 정치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9

 

해적들은 선장의 권한을 제한하고 자본주의 상선 업계의 많은 관행에 저항했으며, 다문화, 다인종, 다국적 사회질서를 유지했다. 그들은 상선 사업과 왕립 해군이 보여주는 잔혹하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배를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매우 명확하게 그리고 전복적인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 1장 두 가지 테러 이야기, 35

 

스페인 계승 전쟁(1702~1713) 이후 발생한 해적행위의 폭발적 증가는 누구에게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의 상인들은 이미 1713년에 해군 본부에 보낸 편지에서, 평화의 시기에 해적들이 그들의 무역을 방해할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 2장 해적행위의 정치 산술, 40

 

해적들은 언제나 자원자들, 특히 활기차고 열정적인 자들을 선호했다. 그들이 집단 내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고 자기방어를 더 튼튼히 했으며 궁극적으로 공해상에서의 약탈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었다. 샘 벨라미의 무리는 “누구도 억지로 데려가지 않으며, 본인의 뜻에 반해 함께 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3장 누가 “해적질”에 나서는가?, 85

 

전리품의 분배는 함선의 규약에 따라 명확하게 규제되었다. 이 규약은 선원의 기술과 임무에 따라 전리품을 할당했다. 해적들은 몫을 나누기 위해 자본주의 이전의 분배 체계를 활용했다. 선장과 조타수는 한 명 반에서 두 명 사이의 몫을 받았으며, 포수, 갑판장, 항해사, 목수, 그리고 의사는 한 명 하고도 4분의 1에서 반 명의 몫을 더 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한 명 몫을 받았다. ― 4장 “선상의 새로운 정부”, 116

 

일단 해적들이 붙잡은 선장의 “성격”을 판단하고 나면, 다음으로 그들은 그의 함선을 어떻게 할지 정했다. 선원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쁜 선장의 선박은 대개 불태우거나 침몰시키는 방식으로 파괴되었다. ― 5장 “선원들을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다”, 148

 

앤 보니와 메리 리드 그리고 그녀들과 같은 다른 여성은 당시 문학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보니와 리드는 디포의 유명한 주인공 몰 플랜더스의 현실판이었다. ― 6장 여성 해적들 : 앤 보니와 메리 리드, 188

 

해적의 이미지는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인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바다는 위험이 가득한 먼 곳으로, 재난이 자주 일어나는 장소였으며 영국과 식민지로 침입할 수 있는 잠재적 경로였다. 나아가 그것은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자연의 공간이기도 했다. ― 7장 “세상에서 그들을 소멸시키다”, 210

 

근본적으로 18세기 초의 해적행위는, 사회적으로 조직된 죽음에 맞서는 삶을 위한 투쟁이었다. ... 스티드 보닛의 무리 중 한 명인 애버딘 출신의 윌리엄 스콧은 1718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해적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간단하고도 조용한 자기변호를 했다. “내가 한 일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였다.” ― 8장 “죽음 자체에 대한 도전”, 239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6

 

1장 두 가지 테러 이야기 11

2장 해적행위의 정치 산술 39

3장 누가 “해적질”에 나서는가? 67

4장 “선상의 새로운 정부” 101

5장 “선원들을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다” 135

6장 여성 해적들 : 앤 보니와 메리 리드 165

7장 “세상에서 그들을 소멸시키다” 199

8장 “죽음 자체에 대한 도전” 229

결론 피와 황금 261

 

감사의 말 271

옮긴이 후기 276

후주 280

인명 찾아보기 328

용어 찾아보기 333

 

 

책 정보

 

2026.3.26 출간 | 사륙판 130x188mm, 무선제본 | 아우또노미아총서 89, Cupiditas

정가 22,000원 | 쪽수 336쪽 | 무게 343g | ISBN 9788961954136 03900

도서분류  역사, 해적, 대서양 세계, 해양사, 노동사, 제국과 식민주의, 사회사, 아래로부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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