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하는 것이지, 시간이 객체들을 생성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한 비주류 철학자와 한 이례적인 고고학자가 시간을 주제로 ‘반시대적인’ 객체지향 관점에서 협연하는 이중주!
이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시간에 관하여 생각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가빈 머레이 루카스
간략한 소개
이 책은 한 비주류 철학자와 한 이례적인 고고학자가 시간을 주제로 ‘반시대적인’ 객체지향 관점에서 협연하는 이중주이다. 시간의 본성 및 시간을 개념화하는 가능한 방식들에 관해 철학자와 고고학자가 협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담고 있다.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과 고고학자 크리스토퍼 위트모어에 따르면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하는 것이지, 시간이 객체들을 생성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실재가 끊임없는 유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많은 현대 철학자들의 확신에 맞서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은 온갖 종류의 객체가 시간이 창발하는 실재의 기반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시간이 역사적 사건들의 행로라고 믿는 서사적 확신에 맞서서 고고학과 연관된 마주침들 및 객체들은 고고학적 객체들을 규정한 바로 그 시간적 한계 설정에 반발한다. 『반시대적 객체』는 우리로 하여금, 객체를 인간의 범주들을 담기 위한 용기로 쓰일 수 있는 불활성 물질로 여기는 근대적 관념을 재고하자고 제안한다.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한다’는 공리는 이산적인 객체들이 존재의 스펙터클의 일차적 작인이라는 견해이다. 즉 이 책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끊임없이 진전하는 시간에 관한 선형적 구상은 거부되며, 시간에 대한 다양한 비선형적 개념들로 대체된다. 위트모어는 ‘삼투하는 시간성’ 개념이 자신이 옹호하는 새로운 고고학의 목적에 적절하다고 본다. 시간을 사물들 내부와 사이에 있는 활동력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는 삼투를 이런 활동력들의 총합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트모어는 말한다. 하먼은 선형적 시간에서 서로 떨어진 거리와는 무관하게 객체들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에 의지하는 ‘위상학적 시간’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상세한 소개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시사하듯, 일상적으로 우리는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가면서 삼라만상의 흥망성쇠를 관장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객관적 작인이라고 생각한다. 『반시대적 객체』에서 그레이엄 하먼과 크리스토퍼 위트모어는 시간이란 그 안에서 ‘존재의 스펙터클’이 연출되는 어떤 선재적 무대라는 직관적 견해를 거부한다.
이 책은 시간 및 시간과 객체들의 관계에 관한 사유에서 혁명적인 전환을 이루어낸다. 하먼과 위트모어는 객체들과 무관하고 객체들에 선행하는 하나의 텅 빈 용기로서의 시간 안에 객체들이 ‘담겨 있다’는 견해를 거부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히려 객체들이 시간에 우선하는 것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반시대적’(untimely)의 의미
하먼과 위트모어는 『반시대적 고찰』이라는 니체의 유명한 에세이 모음집의 제목에서 ‘반시대적’(untimely)이라는 형용사를 차용했다. 이러한 표현은 저자들의 생각이 철학과 고고학의 주류 사조들에 어긋나고 또 시대의 유행을 거스른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비주류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OOO)은 “실재는 끊임없는 유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믿는 많은 현대 철학자들의 확신에 도전한다. 하먼은 오히려 객체들이 ‘실재의 기반’이라고 단언한다. 또 하먼에 따르면 “시간은 실재의 심층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오늘날 지배적이다. 하먼은 이에 맞서서 객체들로부터 창발하는 ‘표면적인’ 시간을 부각함으로써 시간의 ‘비실재성’을 말한다. 따라서 『반시대적 객체』는 ‘연속적인’ 유동이나 과정을 우선시하는 철학에 맞서 ‘이산적인’ 객체들을 옹호하는 그레이엄 하먼의 철학적 행보를 부각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다.
공저자이자 고고학자인 크리스토퍼 위트모어의 경우는 어떨까. 통상 고고학은 “인간이 남긴 물질적 유물을 통해서 인간의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간주된다. 이 책에서 위트모어는 고고학에 관한 이런 일반적인 견해가 여러 가지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고고학에 대한 이런 통념이 고고학자들이 발굴하고 연구하는 객체들을 “어떤 과거로의 운반체라는 부차적인 지위”로 격하함으로써 현실적 객체들의 역할을 경시한다는 것이다.
위트모어에 따르면 고고학적 객체들은 현재의 인류가 과거에 도달하는 데 사용하는 ‘운반체’에 불과하지 않다. 오히려 고고학적 객체들은 다양한 시간적 차원들을 포함하면서 ‘현재 여기에 있는’ 객체들로서 그 자체로 관심을 받을 만하다. 위트모어에게 고고학은 “과거의 모습을 구상하기 위해 우리가 아직 입수할 수 있는 단서로부터 과거를 탐구하는 현재에 관한 분과학문”이다.
보통 고고학자들은 “유적지들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형시킨 형성 과정, 엔트로피적 과정, 그리고 누적 과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위트모어는 말한다. 위트모어는 새로운 고고학에서는 그러한 변형 과정, 엔트로피적 과정, 누적 과정이 포괄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간’의 다양성
우리는 보통 시간에 대한 선형적 구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우리는 시간이란, “과거를 뒤에 남기는 식으로 전진하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먼과 위트모어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외양 및 용도와 관련하여 정위된 객체들의 기반을 배경으로 삼고서” 시간성을 비선형적 방식으로 개념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를 참조하면서 ‘삼투하는 시간성’ 개념과 ‘위상학적 시간성’ 개념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위트모어와 ‘삼투하는 시간성’
위트모어는 ‘삼투하는 시간성’ 개념이 자신이 옹호하는 ‘새로운’ 고고학의 목적에 적절하다고 본다. “조용한 가속, 우레와 같은 가속, 그리고 역류와 맴돌이의 시기들로 특징지어지는 시간은 ‘삼투한다.’ 선형적 시간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이 삼투하는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꽤 가까이 있을 수 있다.” 위트모어는 삼투로서의 시간을 “저수지에 고여 있거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시간, 걸러지고 흡수되는 시간, 갑자기 가속하고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 참신성과 반복의 소용돌이 내에서 파열되고 되돌아오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위트모어는 삼투하는 시간성의 일례로서 그리스의 카자르마(Kazarma)에서 발굴된 고대 무덤을 고찰하는데, 여기서는 미케네 문명의 유물이 그 이후 문화들의 잔해 및 최근의 객체들과 공존한다. “미케네에서는 역류 또는 소용돌이가 그 방, 그 품목들, 그 그릇, 그 내용물, 이전에 그것들을 품은 토양, 그리고 그것들을 발굴하기 위해 작업한 고고학자들의 내부에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형성된다.” 위트모어는 ‘삼투’로서의 시간 개념이 “시간에 관한 격동적인 이미지, 심지어 날씨 같은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라는 이유로 그 개념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위트모어는 이렇게 말한다. “저에게 삼투는 현실적 객체들보다 아무튼 더 깊거나 그것들과 분리된 어떤 원초적 유동을 수반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시간을 사물들 내부와 사이에 있는 활동력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는 삼투를 이런 활동력들의 총합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먼과 ‘위상학적 시간’
그레이엄 하먼은 위상학적 시간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위상학적 시간은 선형적 시간에서 서로 떨어진 거리와는 무관하게 객체들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에 의지한다. 이 개념은 그레이엄 하먼이 형태(형상, form) 개념을 선호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먼은 “형태의 이동, 존속, 그리고 번역에 매혹되었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하먼은 물질(질료)이라는 범주를 철저히 경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당신이 사물들에 관해 작업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런 사물들의 형태들에 관해 작업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질과 같은 것은 결코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373쪽).
위상학적 시간에서는 “연대기적으로 멀리 떨어진 시점들이 형식적 유사성을 통해서 서로 가까워진다.” 예컨대, 하먼에 따르면 “1950년대에 ‘치킨’ 게임을 벌이는 두 명의 만취한 십 대 청소년과 중세 기사들 사이의 연대기적 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위상학은 시간을 수축시킬 수” 있다. 또한, 위상학은 “외관상 공존하는 요소들 사이의 방대한 시간적 차이를 강조할 수” 있다. 하먼은 선사 시대 기술(불), 신석기 시대 기술(바퀴, 유리), 19세기 기술(피스톤), 그리고 20세기 기술(컴퓨터, 에어백)의 회집체로서의 자동차를 위상학적 시간의 일례로서 제시한다. 그리하여 “삼투는 주로, 시간이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게 함으로써 선형적 시간을 뒤엎는 반면에 위상학적 시간은 다른 방식으로, 시간적 거리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킴으로써 선형적 시간을 뒤엎는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객체지향 존재론의 사중체 모형과 시간론
『쿼드러플 오브젝트』, 『예술과 객체』 등 한국어판이 출간된 하먼의 많은 주저들을 통해 이제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레이엄 하먼의 사중구조는 다음과 같이 존재를 설명한다.
우선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OOO)에 따르면 생명체든 생기 없는 사물이든 추상적·상상적 존재자든 사회적 집합체든 간에 현존하는 모든 것은 객체이다. 객체는 모두 두 가지 ‘균열’에서 비롯되는 어떤 한 공통적인 존재론적 구조, 하나의 사중 구조를 공유한다.
첫 번째 균열은 실재적인 것(Real, 모든 관계에서 물러서 있는 것)과 감각적인 것(Sensual, 관계적인 것) 사이에 있다. 두 번째 균열은 객체(Object)와 성질들(Quality) 사이에 있다. OOO는 이 두 가지 균열로써 우주 속의 모든 객체를 특징짓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사중체 모형을 구성한다.
그 모형은 실재적 객체(RO), 감각적 객체(SO), 실재적 성질들(RQ), 그리고 감각적 성질들(SQ)이라는 네 가지 극(pole)을 포함한다. 하먼의 사중체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네 개의 극 사이에서 형성되는 네 가지 긴장 또는 상호작용(SO-SQ, RO-SQ, RO-RQ, SO-RQ)이다. 『반시대적 객체』의 주제이기도 한 OOO 시간은 바로 그 네 가지 긴장 중 하나이다.
OOO 시간은 SO(감각적 객체) 극과 SQ(감각적 성질) 극 사이에서 생성된다(SO-SQ 시간). 즉 시간은 어떤 한 감각적 객체와 그 감각적 성질들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된다. 하먼과 위트모어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간성은 모든 것이 생겨날 수 있게 하거나,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게 하거나, 또는 아무것도 생겨날 수 없게 하는, 객체들과 성질들의 상호작용이다”(268쪽). 또는, 다르게 서술하면, “우리가 시간이라고 일컫는 것은 변화하는 우유적인 성질들을 갖춘 어떤 오래가는 감각적 객체의 표면 현상일 따름이다”(423쪽). 하먼은, 시간을 개념화하려면 안정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것도 필요하기에 감각적 객체(SO)와 감각적 성질(SQ)의 쌍이 제격이라고 주장한다.
OOO 시간과 실재적 변화
이처럼 OOO는 전적으로 시간을 객체들의 ‘감각적’ 영역에 위치시키며, 그로써 시간을 실재의 ‘표면’에 위치시킨다. OOO 시간은 실재의 ‘심층’에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OOO에서 시간은 관계적인 감각적 객체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OOO는 시간을 심층적인 것으로 여기는 최근의 경향과 직관에 맞서 표면적인 시간을 부각한다.
그렇다면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OOO는 어떻게 설명할까? OOO는 시간이 “인과적 상호작용의 유일한 현장”이라고 말한다. OOO에 따르면, 감각적 객체들과 달리 실재적 객체들은 본성상 서로 직접 접촉할 수 없다. 실재적 객체들은 감각적 영역의 매개를 통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 “감각적 영역에서 어떤 실재적 객체는 그 밖의 사물들의 우연한 배치들 및 음영들과 접촉한다”(268쪽). 감각적 객체들과 성질들 사이의 감각적 상호작용들은 객체들의 숨겨진 실재적 핵심들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때때로 이런 감각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한 실재적 객체와 다른 한 실재적 객체 사이에 순간적인 연계”가 이루어짐으로써 실재적 변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하여 OOO 시간은 간헐적으로 생겨나는 ‘획기적인’ 사건들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사실상 장기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안정성이 지배하는 시기들이 있다. 그 밖의 시기들에서는 하나의 위기가 그다음 위기를 초래하고, 심지어는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268쪽).
책의 구성과 성격
『반시대적 객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례적인 책이다. 이 책은 “어떤 한 철학자와 어떤 한 고고학자가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하는 방식들에 관해 진행한 협동 연구”의 결과물이다. 현대에 이와 같은 철학과 고고학의 협동 연구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철학과 고고학 분야에서 최근 시간의 본성 및 시간을 개념화하는 가능한 방식들이 이 책에서처럼 명시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 역시 드물다. 시간이란 두 분야에서 매우 근본적인 주제임에도 자주 탐구되지 않는다.
그레이엄 하먼은 객체지향 존재론(OOO)이라고 불리는 고유한 형이상학적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헌신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위트모어는 고대 그리스의 물질적 유산을 주로 연구하는 고고학자이자 고전학자이다. 두 저자의 주목할 만한 공통점은 그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주류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륙철학 및 분석철학의 지배적인 사조들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하먼은 현재 철학과가 아니라 남가주 건축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사실에서 짐작되듯이, 현대 철학의 풍경에서 예외적인 인물이다.
또 위트모어 역시 ‘전형적인’ 고고학자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을 채택하여 고고학의 작업을 재고찰하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위트모어는 고고학의 작업이 “인간의 물질적 유물을 통해서 인간의 과거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전통적인 정의를 수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고고학이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유용한 이야기, 알레고리, 교훈, 또는 이해를 생성할 목적으로 사물들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재규정한다. 그레이엄 하먼 역시 브뤼노 라투르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썼고 라투르의 이론을 중시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라투르가 하먼과 위트모어의 또 하나의 연결 고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하먼과 위트모어는 다양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위트모어가 드는 사례들은 주로 고대 그리스 문명과 그것이 현대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풍경과 얽혀 있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하먼은 철학적 문헌에 대한 풍부한 참조와 더불어 다양한 예시, 인용, 그리고 일화를 소개한다.
서문과 다섯 개의 장, 그리고 맺음말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의 구조는 학문적 배경이 상이한 두 저자의 상황을 반영한다. 1장 「시간과 객체」는 하먼과 위트모어가 공동으로 저술했다. 2장 「시간의 고대성」과 4장 「시간의 근원으로서의 객체들」은 각각 위트모어와 하먼이 단독으로 집필한 장이다. 여기서 그들은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접근법을 독자적으로 전개한다. 크리스토퍼 위트모어가 쓴 2장에 바로 이어지는 3장 「2장에 관한 논의」와 그레이엄 하먼이 쓴 4장에 뒤이은 5장 「4장에 관한 논의」는 직전의 장에 서술된 내용에 대해 묻고 답하는 대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구성은 독자가 하먼과 위트모어의 상이한 목소리들을 분명히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는 두 저자는 한목소리로 발언하고 있지 않다. 두 사람은 서로 명시적인 논쟁을 벌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대화를 통해 가다듬어 나간다.
이 책은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사유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진지한 책이다. 이 책에서 하먼과 위트모어는 철학자와 고고학자 사이의 독특한 대담 형식으로 시간과 역사에 관한 기본적인 의문들에 대하여 매우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또한, 현대 인문학의 상태와 방법에 관한 참신한 논평들도 전개한다. 오늘날 인문학의 현황에 적극적인 관심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반시대적 객체』는 뛰어난 성취를 이룬 저서로, 고고학에 관한 급진적인 객체지향적 이론을 전개하는 동시에 시간의 객체에의 의존성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제시한다. ― 존 코그번,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교수
이 책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시간에 관하여 생각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혁명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가빈 머레이 루카스, 아이슬란드대학교 교수
이 책은 진정으로 사유를 촉발하고, 몰입하게 하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읽을거리다. ― 마르친 리흐테르, 바르샤바대학교 교수
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Graham Harman, 1968~
미합중국 아이오와 출신의 철학자. 2000년부터 최근까지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현재 남가주건축대학교 철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변적 실재론 운동을 선도한 핵심 인물이다. 『아트 리뷰』에 의해 세계 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으로, 또 존재론 분야 파올로 보찌 상의 2022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네트워크의 군주』, 『쿼드러플 오브젝트』, 『브뤼노 라투르』, 『비유물론』, 『반시대적 객체』(공저), 『사변적 실재론 입문』, 『예술과 객체』, 『건축과 객체』, 『반시대적 객체』(공저) 등이 있다.
크리스토퍼 위트모어 Christopher Witmore, 1974~
미합중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고고학자. 현재 러벅 소재 텍사스 공과대학교에서 고고학 및 고전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렌즈를 통해 고고학을 ‘사물들에 관한 연구로서의 고고학’으로 재구성하는 ‘대칭적 고고학’을 선도하는 적극적인 현장 고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은 고대 그리스의 물질적 유산, 현대 고고학 이론, 사물 연구, 인류세의 인간/비인간 실존에 관한 물음들, 인간-기술-환경의 관계들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고고학을 먼 과거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분야에서 현재, 과거, 미래에 개입하는 분야로 재정립하는 데 주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Archaeology(공저), Archaeology in the Making(공동 편저), Old Lands, 『반시대적 객체』(공저), Pasts Otherwise(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김효진 Kim Hyojin, 1962~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인류세 기후변화와 세계관의 변천사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네트워크의 군주』,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객체들의 민주주의』, 『질 들뢰즈의 사변적 실재론』, 『#가속하라』, 『사물의 통치』, 『실재론의 부상』, 『반시대적 객체』 등이 있다.
책 속에서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을 마치 그것이 만사를 앞으로 밀어내는 별개의 인과적 작인인 것처럼 간주하는 관념을 거부한다. 오히려 우리는, 이런저런 객체가 출현하기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 사이에 비대칭성을 창조함으로써 시간을 생산하는 것은 바로 객체들이라고 주장한다. ― 한국어판 지은이들 서문, 4쪽
이 책에서 우리는 균형 잡힌 척도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우리가 우호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철학과 고고학 사이에 연결 관계와 상호 이해가 구축되고, 그 결과 그 두 분야가 일상적인 기대와는 다른 것들이라는 점이 밝혀짐으로써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서문, 15쪽
이 책에서 우리는 시간을 하나의 용기로 간주하는 관념에 맞서서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한다는 명제에서 공통 기반을 찾아낸다. 우리는 OOO가 시간이 객체들의 표면에서 생겨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생산적인 방안을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 ― 1장 시간과 객체, 79쪽
봉인된 퇴적물이든 매장물이든 또는 테라스 벽이든 간에 사물들의 무게는 언제나 그것들이 다른 한 영역에서 봉인된 과거에 대하여 이야기하리라는 기대로 가늠되었고, 그리하여 고고학은 자신의 사물들을 그것들 자체가 아닌 무언가의 파생물인 것으로 간주했다. ― 2장 시간의 고대성 : 그리스의 객체들, 107쪽
고고학자가 당면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이 사물들이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에 관한 물음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체로 그리고 그 밖의 사물들과 관계를 맺고서 존속하였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 2장 시간의 고대성 : 그리스의 객체들, 152쪽
고고학을 “인간의 물질적 유물을 통한 인간의 과거에 관한 연구”로 규정하는 통속적인 정의와 관련된 문제는 그것이 “물질적 유물”로 파악되는 객체들을 수단이라는 종속적 지위로 격하하고 그 목적에 겉으로만 그럴싸한 우선성을 부여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 3장 2장에 관한 논의, 174쪽
OOO는, 유적의 과거 실재는 우리가 접근할 수 없도록 사라지기에 고고학자 또는 심지어 여행객에 의해 재연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하여 유적 자체는 여전히 유적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으로 유적 자체의 존재가 소급적으로 변형된다. ― 4장 시간의 근원으로서의 객체들, 323쪽
저에게 형식주의는 철저한 고립성과 관련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모든 객체에는 문지기가 있기에 오직 한정된 수의 영향이 그 문을 통과할 뿐이라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에도 그런 영향은 (자본이 그것이 접촉하는 모든 것을 더럽히게 되어 있는 방식으로) 해당 객체를 직접 지배하지 않고 오히려 그 객체의 고유한 견지에 의거하여 부분적으로 변형됩니다. ― 5장 4장에 관한 논의, 417쪽
『반시대적 객체』라는 이 책은 시간과 관련하여 고고학과 철학 사이의 수많은 교차점을 탐구하는 한편, 또한 그것은 인간과 사회의 장기적인 변화의 견지에서 고고학과 OOO의 공생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 시간 모형에 관한 단상, 423~424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들 서문 4
감사의 글 10
사진 목록 11
서문 12
1장 ― 시간과 객체 / 그레이엄 하먼, 크리스토퍼 위트모어 21
2장 ― 시간의 고대성 : 그리스의 객체들 / 크리스토퍼 위트모어 83
3장 ― 2장에 관한 논의 169
4장 ― 시간의 근원으로서의 객체들 / 그레이엄 하먼 253
5장 ― 4장에 관한 논의 325
시간 모형에 관한 단상 419
참고문헌 426
인명 찾아보기 451
용어 찾아보기 456
책 정보
2025.3.28 출간 l 사륙판 130×188mm, 무선제본 l 카이로스총서111, Mens
정가 29,000원 | 쪽수 464쪽 | 무게 456g | ISBN 9788961953818 93100
도서분류 철학, 객체지향 존재론, 고고학
북카드
바로가기
구입처
미디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