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체

인간되기에 관하여
Hyposubjects :
On Becoming Human

티머시 모턴·도미닉 보이어 지음
안호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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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지금은 초월적 초주체가 계속해서 지구를 괴롭히고 있어. 그러나 초주체는 점점 더 불안정하고, 심지어 유령 같은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어. 초주체의 단면적인 존재는 영속적으로 화합되질 않아. 자신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반쯤 알아챈 초주체는 콧방귀를 뀌며 어떤 대안도 부정하고, 격렬하게 비난하며, 구원 기계와 사후 세계 구원을 팔아먹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괴로워하는 이 수많은 생물체가 도널드 트럼프, 보리스 존슨, [브라질의 극우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라고 불리는 풍선 안으로 들어가 공중으로 날아가기를 바라며 풍선을 부풀리고 있어. 그러나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그래비티>에서처럼, 그 대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은 폐허에서 미래를 조직하여 지구로 돌아가는 길고 험난한 항해를 준비하는 거야.

 

 

간략한 소개

 

이 책은 초객체 시대의 동반자가 될 것은 초(hyper)주체성이 아니라 저(hypo)주체성이라고 주장한다. 블랙홀, 생물권, 지구 온난화, 항생제, 플라스틱 봉투, 자본주의 같은 초객체들은 끈적거리는 안개처럼 우리를 초과하고 감싸며, 어색하고 예기치 않은 나타남을 만들고, 위선과 조잡함과 두려움을 일으킨다. 『저주체』의 저자들은 세계를 초객체적 시대로 인도하는 데 일조한 특정한 종류의 인간들을 ‘초주체’라고 부른다. 초주체들은 냉소적으로든 진실하게든, 이성과 기술을 일을 완수하기 위한 도구로 휘두르며, 명령하고 통제하고, 초월을 추구하며, 자신의 지배력에 심하게 도취된다. 그러나 이제 초주체들의 머릿속에서조차도 초주체들을 위한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저주체성은 기후 변화와 자본 같은 끈적거리는 힘들의 효과로 인해 고통받는 어떤 비체적 조건처럼 들리지만, 그 약함과 하찮음의 감각, 지식과 행위 능력의 결여를 우리가 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지 저자들은 질문한다. 우리의 현재 상태로 오는 길은 사물, 사람, 피조물에 대한 장악과, 인류가 언제나 더 잘 알 거라는 우리 종의 능력에 대한 이상한 신념으로 포장되었었다. 저주체는 많은 실수를 할 것이지만 바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주체들의 정치적 기획은 조직적이고 투명한 강제된 움직임이 아니라 오히려 내파적인 용해성 탈연결 기획일 것이다. 『저주체』라는 기획은 한 권의 책이지만, 저자들은 독자가 이 책을 게임으로서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우리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저월시키기 위한 훈련에, 저주체가 되어가는 이 모험에 함께하자고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상세한 소개

 

하나의 게임과 두 명의 게이머

『저주체』라는 게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저주체』는 어떤 게임일까?

게임이 곧 시작된다. 이번 게임의 참가자는 두 명, 자신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공연을 펼칠 두 명의 게이머이다(혹은 두 명이 아닐 수도 있다). 게임에 입장하기 전에, 등장인물 시트를 확인해 보자. 시트 한 장에는 티머시 모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시트를 읽어 보면, 이 등장인물의 직업은 철학자이자 생태학자로, “객체지향 존재론”(OOO)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의 이력이 화려한데, 『하이퍼객체』(현실문화, 2024)라는 저서에서는 우리가 플라스틱, 방사능 물질, 자본주의, 지각판, 태양계, 지구 온난화 같은, 시간과 공간에 걸쳐 물리적으로 거대한 초객체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피력하며 어둠 속에 숨어있던 초객체들의 은신 기술을 해제했다.(모턴의 저서 Hyperobjects의 한국어판은 『하이퍼객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 『저주체』에서는 ‘초객체’라는 번역어를 사용한다.) 『실재론적 마술』(갈무리, 2023)이라는 저서에서는 객체들 사이의 인과관계가 두 개의 당구공이 둔탁하게 부딪치는 것만큼 명백하지는 않다며 혼란을 퍼뜨렸다. 심지어 『어두운 생태학』(갈무리, 근간)에서는 풀 수 없는 생태학적 수수께끼를 선보이며 마술을 건다. 『저주체』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게이머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장의 등장인물 시트에는 도미닉 보이어라고 적혀 있다. 직업은 작가, 미디어 제작자, 인류학자이다. 등장인물 소개에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인간과학 분야의 에너지 및 환경 연구 센터’에서 창립 디렉터로 활동했으며, 남부 멕시코에서의 풍력 발전 정치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이 등장인물은 씨민 하우와 함께 기후 변화로 사라진 아이슬란드의 첫 번째 주요 빙하(오케이)에 관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 <낫 오케이[안 괜찮아]: 세계 끝의 작은 빙하에 관한 작은 영화>(Not Ok: a little movie about a small glacier at the end of the world)를 제작했다. 

이제 게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 가능한 한 많은 개념을 장난감으로 바꾸고 세계에 관해 진술하기. 그리고 장난감을 너무 깔끔하게 정의하지 않기. 그리고 두 등장인물이 대화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대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과 논쟁하기도 하는 우리(We)로서의 나(I)를 환각적으로 사용하기(누가 무엇을 말하는지 들키면 게임 끝이다). 

 

도래할 주체를 위하여

게임의 규칙에 따라, 이야기는 초객체로 시작한다. 초객체는 시간과 공간에 걸쳐 대량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사물이다. 블랙홀은 하나의 초객체이고, 지구 온난화도 하나의 초객체이며, 생물권도 하나의 초객체이다. 우리는 초객체적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물론, 우리는 그저 초객체적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종으로서의 우리가 시공간에 걸쳐 대량으로 분산된 사물인 한, 우리가 바로 초객체이다. 

저자들의 생각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자본주의처럼 우리가 지구를 파괴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대부분의 초객체는 인간에 기원을 둔다. 특정한 종류의 인간이 세계를 초객체적 시대로 인도했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종류의 인간을 초주체(hypersubject)라고 부른다. “초주체는 전형적으로는 백인이고, 남성이고, 북부의 사람이고, 영양상태가 좋고, 모든 의미에서 근대적”이다. 초주체의 시간은 끝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폐허에서 미래를 조직하여 지구로 돌아가는 길”은 저주체성(hyposubjectivity)을 배양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본다. 부분적으로 “저주체는 초객체가 그 자신에 관해 느끼는 방식”이다. 이 게임에서 발견된 저주체의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저주체는 인류세의 토착종이며, 이제야 막 자신이 무엇이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2) 저주체를 둘러싼 초객체적 환경과 마찬가지로, 저주체 또한 다면적이고 다원적이며, 아직-아님이고, 여기도 저기도 아니며, 부분의 합보다 작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저주체는 초월적(관계들을 뛰어넘어 상승하기)이라기보다는 저월적(관계들을 향해 이동하기)이다. 저주체는 권력은 물론 절대적 지식과 언어를 추구하거나 가장하지 않는다. 대신 저주체는 놀고, 보살피고, 적응하고, 아프고, 웃는다. 

(3) 저주체는 필연적으로 페미니즘적이고, 반인종차별주의적이며, 다인종적이고, 퀴어적이며, 생태적이고, 트랜스휴먼이자 인트라휴먼이다. 저주체는 남성백색이성애석유근대성의 규칙과 그 규칙이 요약하고 강화하는, 정점에 선 종의 행동을 재인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주체는 멸종 판타지의 축복-공포를 저지하기도 하는데, 저주체의 이전들·지금들·이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4) 저주체는 스콰터이자 브리콜뢰르이다. 저주체는 틈과 비어있음에 거주한다. 저주체는 사물을 뒤집어 놓고 파편과 잔해로 작업한다. 저주체는 탄소 격자 생활과의 연결을 끊고, 비축된 에너지를 자기 목적을 위해서 해킹하고 재분배한다. 

(5) 저주체는 기술근대 레이더가 감지할 수 없는 곳에서 혁명을 일으킨다. 저주체는 자신이 현존하지 않거나 현존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끈기 있게 무시한다. 저주체는 여기에 진술된 모든 것을 포함하여 저주체를 요약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저주체성에 관한 고정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이머들은 아직-아닌 도래할 것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저주체성이 어떠한 것일지에 관해 소리 내어 생각할 것이다. 게임의 등장인물 시트와 게임의 규칙이 준비되었고, 이제 게임의 목표 또한 마련되었다. 이제 저주체에 관해 더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소리 내어 생각하고, 우리 자신을 저월시키기 위해 훈련하는 일만 남았다. 

 

TIP.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작다

함께 게임을 진행할 독자들을 위해 게임에는 한 가지 짧은 팁(TIP)이 추가되었다. 이 팁이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작다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문제를 다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이데올로기가 우리를 냉소적 이성에 가두어 놓는 한 가지 방법은 표준적인 전체론을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폭발적 전체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표준적 전체론은 예를 들면 “신이 물리적으로나 존재론적으로나 언제나” 부분보다 “크다고 말하는 유일신론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장치로 표현”된다. 

한국어판을 위해 추가된 모턴의 부록 글에서, 모턴은 “신은 농업 문명의 왕, 모든 사람에게 이 전체가 그들보다 ‘더 큰 무언가’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전체에 속해 있음을 확신시켜 주는 존재자다”라고 말한다. 이런 존재론에서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므로 부분이 망가져도 전체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분을 교체하면 될 따름이기 때문이다(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에 대한 모턴의 거부는 대자연에 대한 모턴의 거부와 동일한 형태를 띤다). 이는 체계에 대한 어떤 저항도 체계를 바꾸지 않을 테니 저항은 사전에 무력화되었다고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론이 이 폭발적 전체론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저자들이 말하듯, “가장 잔인한 속임수는 우리가 우리의 초객체적 조건 ― ‘자본주의’나 ‘지구 온난화’ 같은 것 ― 의 원천에 주목하기 위해 전개하고 싶어 하는 매우 비판적인 범주들 또한 그 부분의-합보다-큰 존재론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턴의 주장처럼,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다면, 전체를 바꾸는 것은 절대적으로 가능하다. 

 

책의 구성 : 장난감들이 널브러진, 철학을 위한 놀이터

이 책은 지은이들의 「한국어판 서문」과 「사회적으로 거리를 둔 서문」, 「작게 생각하기 위한 지침」, 다섯 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어서, 아무렇게나 쌓은 더미, 쓰레기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저자들이 말하듯이, “어떤 사람의 쓰레기장은 다른 사람의 놀이터”이다. 이 놀이터를 구성하는 장난감들을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 초객체, 나르시시즘, 백인 소년들, 고리화, 십 대들, 장난감들, 게임들, 스쾃들, 장내 세균, 객체지향 존재론, 현존재, 바나나들, 현상학, 아동도서들, 우주영화들, 혁명적 하부구조, 미시-모험자들, 지구촌, 오소재, 우익 판타지들, 금융 자본, 사변적 실재론, 다운로드들, 축복-공포, 롤플레잉 게임들, 감산, 초월, 초과, 내파, 특이점, 저월, 탈연결, 로봇 청소기 룸바들, 저월, 전체론, 묵시 해체하기, 체계들, 남성백색, 욕망, 비만, 상관주의, 매끄러운 기능, 정신노동, 스캐빈저들. 이런 장난감들은 함께 조립되어 더 많은 장난감을 생성하고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로운 전개로 이끈다. 부록에는 독자들을 위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작다”는 명제를 설명하는 티머시 모턴의 논문 「새로운 전체론」이 추가되었다. 

 

 

지은이

 

티머시 모턴 Timothy Morton, 1968~

 

철학자, 영문학자, 생태이론가.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옥스퍼드 대학 마들린 칼리지에서 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시에 나타난 음식과 섭생, 소비의 문제를 다룬 논문 “Re-Imagining the Body”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라이스 대학 영문학과의 리타 시 거피(Rita Shea Guffey Chair) 교수이다. 그레이엄 하먼, 레비 브라이언트, 이언 보고스트와 함께 ‘객체지향 존재론’(OOO)이라는 사변적 실재론의 한 갈래에 속하며, 주로 OOO의 생태학적 함의를 탐구한다. 저서로 Ecology without Nature (2009), The Ecological Thought (2010), 『실재론적 마술』(2013 ; 2023), 『하이퍼객체』(2013 ; 2024), 『인류』(2017 ; 2021), 『어두운 생태학』(2018 ; 근간), 『생태적 삶』(2018 ; 2023), 『저주체』(2021 ; 2024, 보이어와 공저), The Stuff of Life (2023), Hell (2024) 등이 있다.

 

 

도미닉 보이어 Dominic Boyer, 1970~ 

 

작가, 미디어 제작자, 문화인류학자. 현재 라이스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에너지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든 사람 중 하나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동대학의 ‘인간과학 분야의 에너지 및 환경 연구 센터’에서 창립 디렉터로 활동했다. 저서 Energopolitics (2019)는 남부 멕시코의 풍력 발전 정치에 관한 연구로, 씨민 하우와 함께 진행한 “Wind and Power in the Anthropocene” 시리즈의 일부이다. 보이어는 하우와 함께 기후 변화로 사라진 아이슬란드의 첫 번째 주요 빙하(오케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Not Ok>도 제작했다. 저서로 Spirit and System (2007), Understanding Media (2013), The Life Informatic (2015), 『저주체』(2021;2024, 모턴과 공저), No More Fossils (2023) 등이 있다. 

 

 

옮긴이

 

안호성 Ahn Ho Sung, 1995~

 

와세다대학교에서 서양 철학을 전공하고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사변적 실재론에 관심이 많으며, 옮긴 책으로는 『사물들의 우주 : 사변적 실재론과 화이트헤드』(갈무리, 2021), 『탈인지 : SF로 철학하기 그리고 아무도 아니지 않은 자로 있기』(갈무리, 2022), 『실재론적 마술 : 객체, 존재론, 인과성』(갈무리, 2023), 『사변적 은혜 :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신학』(갈무리, 2024), 『저주체 : 인간되기에 관하여』(갈무리, 2024)이 있다.

 

 

책 속에서

 

저희의 방법은 저희가 저월(subscendence)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저월은 인간 생활세계-보다-훨씬-더-거대한-것을 구성하는 관계·분해·창발의 공-생산적(sympoietic) 혼란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움직임에 관한 것입니다. 저월은 초주체들(hypersubjects)의 초월 방법에 대항해서 작용합니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9쪽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친밀함(intimacy)이라고 불려야 해. 너를 피하고 마스크를 쓰기로 한 나의 결단은 네가 살기를 바란다는 걸 의미하지. ― 0.00001 : 사회적으로 거리를 둔 서문, 13쪽

 

저주체가 그 자신과 세계를 향해 스스로 도래할 때, 우리는 그저 구경꾼이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그렇지만 우리는 필요에 따라 도움의 손길을 뻗고자 하지. 어떤 사람의 쓰레기장은 다른 사람의 놀이터인 법이거든. ― 0.0001 : 작게 생각하기, 16쪽

 

저주체의 다른 측면은,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한 종으로서의 우리 자신의 독자성에 대한 감각에 거대하고 나르시시즘적인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거대한 존재자 사슬의 정점에 있으면서 우리 자신을 인류세에 빠뜨린 장본인이지만 동시에 구원자, 우리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존재자이기도 하다는 감각을 다루어야 한다는 거야. ― I. 초객체들, 나르시시즘, 백인 소년들, 고리화, 십 대들, 장난감들, 게임들, 스쾃들, 장내 세균, 31쪽

 

일단 네가 실제로 초객체 같은 것의 이름을 지을 수 있게 되면, 그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잃기 시작한다는 거야. 왜냐하면 현존하는 것에 대한 깨달음의 전형적인 변증법적 순환에서 지식은 무언가가 구체화되는 과정의 초입이 아니라 구체화 과정의 끝자락에 이르러서야 성립되거든. 그래서 내가 보기에 우리가 초객체와 저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희망적인 신호야. ― I. 초객체들, 나르시시즘, 백인 소년들, 고리화, 십 대들, 장난감들, 게임들, 스쾃들, 장내 세균, 49쪽

 

스쾃은 명백하게 불법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쾃이란 모든 것의 조건이라는 주장을 우리는 하고 있는 거야. 내 뱃속에 스쾃하는 박테리아들이 있다는 걸 알잖아. 걔넨 심지어 집세도 안 내. ― I. 초객체들, 나르시시즘, 백인 소년들, 고리화, 십 대들, 장난감들, 게임들, 스쾃들, 장내 세균, 54쪽

 

누가 가장 좋은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논쟁하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쏟고 싶겠어? 내가 보기에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한 것 같아. 개념을 두고 투덕거리는 것은 홀로세에 우리가 부렸던 사치였어. ― II. OOO, 현존재, 바나나들, 현상학, 아동도서들, 우주영화들, 혁명적 하부구조, 미시-모험자들, 125쪽

 

저주체로 있음의 잠복적 형태와 저주체로 있음의 더 활기차고 자각적인 방식이 있지. 그건 초객체와 관련해서도 중요해. 마치 네가 크툴루의 촉수 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계가 변하는 것처럼, 초객체들이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세계가 바뀌지. 그 이후의 세계는 결코 같은 것일 수 없어. 공포는 그 판단 속에 있어. 그리고 광기가 뒤따르지. ― III. 지구촌, 오소재, 우익 판타지들, 금융 자본, 사변적 실재론, 다운로드들, 축복-공포, 롤플레잉 게임들, 

 

주어진 개념 집합이 사실 존재론적으로 그 집합이 경계선을 그려서 모으는 사물들보다 더 작다는 통찰은 우리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신자유주의와 대립할 수 있게 하지. 우린 할 수 있어, 다른 것을 해낼 수 있어. 왜냐하면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실제로는 자신의 구성요소보다 작은 것임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야. 물리적으로 그건 거대할 수 있어. 무장한 경찰들을 통해 지구 전체를 덮는 거지. 그러나 존재론적으로 말해서 신자유주의는 북극곰 한 마리보다 작아. ― V. 저월, 전체론, 묵시 해체하기, 체계들, 남성백색, 욕망, 비만, 상관주의, 매끄러운 기능, 정신노동, 스캐빈저들, 171쪽

 

나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착상이 신플라톤주의적 형태를 통해 다듬어진 농업 시대의 유일신교(그것이 이슬람교가 되었든, 기독교가 되었든, 유대교가 되었든)에서 유래한 일종의 트윗이라고 생각한다. ― 부록, 230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8

 

0.00001 : 사회적으로 거리를 둔 서문    11

0.0001 : 작게 생각하기    15

 

I. 초객체들, 나르시시즘, 백인 소년들, 고리화, 십 대들, 장난감들, 게임들, 스쾃들, 장내 세균    23

 

II. OOO, 현존재, 바나나들, 현상학, 아동도서들, 우주영화들, 혁명적 하부구조, 미시-모험자들    59

 

III. 지구촌, 오소재, 우익 판타지들, 금융 자본, 사변적 실재론, 다운로드들, 축복-공포, 롤플레잉 게임들    103

 

IV. 감산, 초월, 초과, 내파, 특이점, 저월, 탈연결, 룸바들    139

 

V. 저월, 전체론, 묵시 해체하기, 체계들, 남성백색, 욕망, 비만, 상관주의, 매끄러운 기능, 정신노동, 스캐빈저들    169

 

0.0002 : 몇 가지 추천 글 & 영상     214

 

부록 : 새로운 전체론  221

 

 

책 정보

 

2024.6.20 출간 l 130×188mm, 무선제본 l 카이로스총서104, Mens

정가 17,000원 | 쪽수 240쪽 | ISBN 9788961953511 03100

도서분류  철학, 사변적 실재론, 객체지향 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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