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이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
Without Criteria :
Kant, Whitehead, Deleuze, and Aesthetics

스티븐 샤비로 지음
이문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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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비로는 화이트헤드를 중심 무대에 올리면서 우리에게 현대 철학을 위한 매혹적인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 준다. 화이트헤드의 개념들이 지니는 풍요로움과 영원함을 논증하면서, 샤비로의 이 책은 다른 학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며, 희망하건대, 화이트헤드로 돌아가는 길을 새롭게 열어 줄 것이다. ― 마이클 하트

 

 

간략한 소개

 

『기준 없이』에서 스티븐 샤비로는 하나의 철학적 공상을 제안하고 탐험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대신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탈근대 사유를 위한 지침이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이데거의 물음은 이런 것이다. “어째서 차라리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반면 화이트헤드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어째서 늘 새로운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대중음악에서 DNA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샘플링되고 재조합되고 있는 세계에서,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의 질문이야말로 진정 긴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준 없이』는 탈근대 이론, 특히 하이데거가 아닌 화이트헤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관점에서 감성론/미학 이론을 다시 사유하면서 행하는 샤비로의 실험이다.

샤비로는 화이트헤드를 질 들뢰즈와 연관시킨다.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공명과 친화성을 찾아내고, 화이트헤드에 대한 들뢰즈적 독해와 들뢰즈에 대한 화이트헤드적 독해를 제안한다. 또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관념들을 통해 작업하면서 칸트를 참조한다. 샤비로는 칸트의 사유에 들어있는 일정한 측면들이 화이트헤드와 들뢰즈가 받아들인 철학적 “구축론”(constructivism)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주장한다.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는 일반적으로 함께 묶여 다뤄지는 철학자들은 아니다. 그러나 『기준 없이』는 이 세 명의 철학자를 나란히 놓으면서 현대 예술과 미디어 실천들의 관심(특히 디지털 영화와 비디오 부문에서의 발전들)에 속하는, 그리고 문화이론의 논의들(상품 물신주의에 관한, 또 내재성과 초월성에 관한 질문들이 포함된 논의들)에 속하는 다양한 쟁점들을 조명한다. 더 나아가, 화이트헤드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통해서 그리고 아주 최근의 이론적 담론에서 나타나는 “윤리적 전회”와의 꼼꼼하고 사려 깊은 대조를 통해서 사비로는 현대 문화에 대한 비판적 미학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상세한 소개

 

스티븐 샤비로와 『기준 없이』

스티븐 샤비로(Steven Shaviro,1954~)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 1981년에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웨인 주립대학교 영어학과 드로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영화 이론, 시간, 미학, 과학소설, 범심론, 자본주의, 정동, 주체성 등이다. 샤비로는 2021년에 『사물들의 우주』, 그리고 2022년에 『탈인지』의 한국어판이 갈무리 출판사에서 출간됨으로써 현대철학의 새로운 흐름인 ‘사변적 실재론’의 저자 중 한 명으로 한국 사회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기준 없이』(영어판 2009년 출간)도 사변적 실재론과 관련이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사변적 실재론을 직접 논증하기 위해 저술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후속 저작인 『사물들의 우주』(영어판 2014년 출간)와 『탈인지』(영어판 2016년 출간)에서 샤비로가 전개하는 사변적 실재론은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형이상학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샤비로는 『기준 없이』에서 화이트헤드 철학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섬세한 해석을 전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변적 실재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주로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맺는 철학적 연대성을 해명할 뿐 아니라, 나아가 양자의 철학이 칸트의 세 가지 비판(특히 『판단력비판』)과 맺는 관계를 미학/감성론의 관점에서 해명한다. 

 

아름다움은 진리보다 더 광범하고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

샤비로가 보여주는 화이트헤드 철학에 대한 해석은 넓게 보아 그레이엄 하먼이나 데넷 및 베넷과 같은 사변적 실재론자들의 입장과 공유하는 몇 가지 철학적 주제와 입장에 대한 기초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아름다움은 진리보다 더 광범하고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라는 화이트헤드의 유명한 격언에 대한 샤비로의 강조와 해석은 그레이엄 하먼 같은 철학자가 주창하는 제1철학으로서의 미학이라는 입장과 공명하는 점이 분명히 있다. 샤비로는 “모든 진정한 실재론은 사변적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왜냐하면 “실재와 마주할 때 우리는 사변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다”(『사물들의 우주』, 130쪽). 

그런데 이러한 사변적 실재론의 성립 조건은 정확히 사물 자체의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칸트의 입장, 즉 우리가 자신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하거나 사물에 대한 우리 자신의 개념 밖에서 사물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샤비로는 그레이엄 하먼과 화이트헤드가 상관주의의 순환에서 벗어나 전-비판적 또는 전-칸트적인 독단주의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 전-비판적 자유를 실현하는 길을 모색했다고 평가한다. 그러한 사변적 실재론의 길은 긍정적인 존재론적 테제와 긍정적인 인식론적 테제를 함께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히 화이트헤드는 그 길을 인식론적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미학에 단적으로 초점을 맞춤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샤비로가 볼 때 미학은 내재적이고 비인지적인 접촉의 영역이기 때문에 인식에 선행할 뿐 아니라, 오히려 지식으로 이끄는 유혹적 측면조차도 갖는다는 것이다. 

샤비로는 『판단력비판』의 전반부, 특히 미학에 관한 칸트의 논의에서 칸트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칸트 자신의 체계 구축법에서는 배제된 사변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칸트는 미적 판단을 단지 지성의 필연적 작동에서 벗어난 예외로 간주하는 것 같지만, 실제 칸트의 정식은 이 이상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 없이』에서 샤비로는 칸트, 화이트헤드, 그리고 들뢰즈가 사변적 미학의 구성을 위한 맹아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적 맥락에서 샤비로는 메이야수의 극단적 우연성과 하먼의 불변하는 진공 속에 갇힌 객체의 대안으로서 화이트헤드의 사변적 미학을 제안한다(『사물들의 우주』, 279쪽). 샤비로가 해석한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적 세계에서 현실적 계기들의 경험은 실제로 그 근본에서 미적이며, 그렇게 미적인 것을 통해 우리는 세계 속에서 행위를 하며, 세계와 세계 속 다른 사물들을 사고의 단순한 상관항으로 환원함이 없이 그들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샤비로는 『기준 없이』를 하나의 실험이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바로 하이데거 대신 화이트헤드로 몸을 돌려 귀를 기울이는 관점에서 탈근대 이론을, 특히 미학 이론을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이다. 

 

하이데거 대신 화이트헤드였다면

스티븐 샤비로는 만일 화이트헤드가 탈근대적 사유의 영감의 원천이었던 하이데거의 자리를 대신했다면 지금 우리의 지적 풍경은 아주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샤비로는 만일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 과도하게 사로잡혀있는 일부 문제들은 덜 중요한 것이 되었을 것이고, 오히려 다른 질문과 전망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구체적으로 샤비로는 『기준 없이』의 「서문」에서 여러 주제를 통해 화이트헤드와 하이데거를 비교하면서 20세기의 이 두 사상가가 비록 반본질주의적이고 반실증주의적인 새로운 사유의 길, 철학의 새로운 방식, ‘경이’라는 철학의 능력을 발휘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사용하는 개념과 방법, 정서와 정신에서 매우 다를 뿐 아니라, 철학의 여러 문제들(철학에서의 시작의 문제, 철학사에 대한 물음, 형이상학에 대한 물음, 언어에 대한 태도, 글쓰기 스타일, 과학 기술에 대한 입장, 재현에 관한 물음, 주체성에 관한 물음)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된다고 본다. 이 책의 서두에서 샤비로는 그 모든 문제에 대해서 화이트헤드가 하이데거보다 우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결국 “만일 하이데거 대신 화이트헤드였다면”, 철학에 대한 ‘구축론적 접근’이 하이데거와 그의 후계자들의 입장을 특징짓는 끊임없는 해체의 과업들보다 우선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독단적인 언명이 아닌 끊임없이 개정에 열려 있는 사변과 구성 및 발명이 미덕이 되는 지적인 풍토가 정착되었을 것이라고 샤비로는 예상한다. 한마디로 샤비로가 이런 가정을 시도하는 이유, 그런 가정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문제에 관한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하이데거가 아닌 화이트헤드를 통해서 적어도 우리 시대에는 해체가 아니라 구축, 즉 구성이 철학의 진정한 과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기준 없이’의 의미

샤비로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잘 설명해 준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이트헤드와 들뢰즈가 동일하게 미학을 자신들의 철학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있는 방식이 현대 서구 사상에서 미학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판단력비판』의 임마누엘 칸트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칸트는 미학을 인식론(『순수이성비판』의 주제)과 윤리학(『실천이성비판』의 주제) 모두에 종속시키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미학을 예외들의 영역, 즉 경험적 지성 및 도덕법칙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경우들의 영역으로 개방하고 있다. 

샤비로에 따르면 화이트헤드와 들뢰즈는 모두 칸트의 미학적 예외주의를 급진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미감적 판단에 관한 칸트의 설명을 아마도 칸트가 알았다면 놀랐을 법한 급진적인 지점으로까지 밀어붙이면서도 여전히 칸트 자신의 공식화에 근거를 두고 있다. 화이트헤드의 우주론은 그가 현실적 계기들(actual occasions)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시작되고, 들뢰즈의 존재에 관한 설명은 그가 독특성들(singularities)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칸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지성의 기초적 개념들에 대한 미학적 예외들, 도덕법칙의 명령들에 대한 미학적 예외들로 간주했다. 

그러나 화이트헤드와 들뢰즈는 그러한 미학적 사례들이 지성의 개념들이나 도덕법칙의 명령들에 대해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그러한 미학적 사례들이 기존의 규범들(즉 ‘기준’)로부터 벗어나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서 미학적 사례들이 순응하지 못하는 그 규범들이 소급적으로 정립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이 제멋대로인 사례들에 기초해서일 뿐이며, 또한 그것들을 종합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칸트는 이미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독특하다고 말했다. 그것들은 (경험적 지식을 입법하는) 지성의 범주들을 낳을 수 없고, (도덕성을 근거 짓는) 명령이나 명법들의 토대가 될 수도 없다. 칸트에 따르면, 실제로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모방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납득할 수 없는 실패작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본보기적[범형적]인 것이다. 기껏해야 그것들은 모방될 수 있을 뿐이다. 독창적인 작품들은 새로운 독창적인 작품들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이다. 이때 그 새로운 작품들은 독창적인 작품들을 모방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독창적이고자 노력함으로써 자신들의 본보기[범형]를 따르려 애쓸 뿐이다. 

『기준 없이』의 주장은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모두 본보기들[범형들]과 모방에 근거한 칸트적인 미학적 실천을 취하되, 이러한 실천을 칸트가 배제했던 형이상학적 사변이라는 바로 그 영역들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미학은 더 이상 인식론과 윤리학의 규칙들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바로 그것들의 실천을 위한 근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지만‘기준 없이’는 오히려 기준의 발생 ‘근거’가 된다. 

 

최근 화이트헤드 철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과학철학, 철학(신유물론, 사변적 실재론), 미학 등 여러 분야에서 화이트헤드(1861~1947)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샤비로는 『기준 없이』의 한 각주에서 구축론 철학자로서의 화이트헤드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이해가 이자벨 스탕게스가 쓴 책(『화이트헤드와 함께 사유하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스탕게스가 제안하는 철학적 구축론은 비토대론의 입장으로서, 진리가 모든 경험에 독립하여 이미 세계 안 저기에 존재하거나 마음속에 존재하면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그 대신 화이트헤드의 철학적 구축론은 다양한 과정과 실천을 통해 경험 내부에서 어떻게 진리들이 생산되는지를 살펴보는 입장이다. 이는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단지 주관적일 뿐임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진리는 항상 어떤 현실적 과정에서 구현되며 이 과정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그러한 과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것은 아니다. 화이트헤드에게 주체성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이루고 있는 궁극적인 경험의 단위인 현실적 존재(현실적 계기)에게만 허용된다. 무엇보다 구축론은 인간의 인식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두지 않는데 그 이유는 진리를 생산하고 구현하는 과정들이 반드시 인간적인 과정들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브뤼노 라투르와 마찬가지로, 스탕게스가 해석한, 그리고 샤비로가 이어받아 해석한 화이트헤드에게 진리를 생산하는 실천과 과정에는 인간 존재들뿐만 아니라, 동물, 바이러스, 암석, 기상 시스템, 중성미자와 같은 “행위자”들이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서 구축론이 상대주의를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스탕게스는 들뢰즈와 과타리에게서 인용한 한 구절에서, 구축론은 “진리의 상대성이 아니라, 반대로, 상대적인 것의 진리”를 주장한다고 말한다. 샤비로에 따르면 이러한 상대적인 것의 진리와 이 진리의 생산에 있어서 비인간적인 작인들을 주장할 때, 철학적 구축론은 그토록 많은 탈근대 철학, 실제로 칸트 이후의 철학을 특징짓는 인간 중심주의 및 반실재론과는 대조되며, 궁극적으로는 실재론의 입장에 서게 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점들은 화이트헤드의 철학적 구축주의가 오늘날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사변적 실재론 및 비판적 미학주의와 공유하고 있는 특징들이다. 화이트헤드의 철학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몇 가지 이유는 위에서 샤비로가 열거한 특징들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칸트, 화이트헤드, 그리고 들뢰즈

화이트헤드와 들뢰즈는 칸트 이후에 세계를 파악하는 제삼의 길을, 보다 비밀스럽고 숨겨진 길을 드러내 보여준다. 『기준 없이』는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를 칸트와의 관계 속에 위치시킬 뿐 아니라, 그의 사유를 질 들뢰즈의 사유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21세기에 화이트헤드가 주장했던 것과 오늘날의 삶과 사회를 위한 그의 주장들이 갖는 문제들 모두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의 철학에서 탈근대적 미학 이론을 다시 사유해내고자 한다. 그는 이를 주로 화이트헤드를 들뢰즈와 비교함으로써 수행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들뢰즈는 화이트헤드에 관해서 몇몇 책에서 간략하게만 썼을 뿐이고 따라서 그가 얼마나 화이트헤드의 철학에 정통했는지, 또는 그가 어느 정도나 화이트헤드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샤비로가 보기에 화이트헤드의 작업과 들뢰즈의 작업 사이에는 상당히 중요한 친화성과 공명들이 존재한다. 

샤비로는 이 책에서 두 철학자 사이 일종의 릴레이를 설정했고 그럼으로써 두 철학자 각각이 상대방의 저작에 나타나는 난점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고백한다.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가 공유하는 친화성은 비변증법적이고 고도로 심미화된 비판 양식을 향해 작업해 나가는 방식인 정동과 독특성에 대한 그들의 강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샤비로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관념들을 통해 작업하면서 거듭해서 칸트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수적임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는 칸트주의적인 사상가 내지는 “비판주의적” 사상가로 간주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같은 칸트 이전 철학자들과 더 잘 조화를 이룬다고 평가되곤 한다. 심지어 들뢰즈는 칸트를 자신의 “적”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샤비로는 칸트 사유의 특정한 주요 측면들(특히 『판단력비판』에서의 “미에 관한 분석론”)은 화이트헤드와 들뢰즈가 함께 포함하고 있는 철학적 구축론을 위한 길을 닦아놓았다고 주장한다.

 

 

추천사

 

샤비로는 화이트헤드를 중심 무대에 올리면서 우리에게 현대 철학을 위한 매혹적인 새로운 비전을 제공해 준다. 화이트헤드의 개념들이 지니는 풍요로움과 영원함을 논증하면서, 샤비로의 이 책은 다른 학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며, 희망하건대, 화이트헤드로 돌아가는 길을 새롭게 열어 줄 것이다. ― 마이클 하트, 듀크 대학, 『제국』, 『다중』, 『공통체』의 공저자

 

위대한 산문과 깊은 통찰로 가득 찬 이 책에서, 스티븐 샤비로는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의 철학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 대한 새롭고도 중요한 다이어그램(일람표)을 그려낸다. 그렇게 하면서, 샤비로는 각각의 사상가들에 대한 ― 특히 미학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 새롭고 생산적인 탐구의 선들을 열어주고 있다. 이 책은 많은 현대적 문제와 논쟁(그중 일부만 열거하자면, 철학, 비평이론, 신학과 미학에서의 논쟁들)을 관통하고 있는 세분화를 동반한, 성숙하지만 재치가 넘치는 철학적 비판에 속하는 책이다. 아주 극소수의 독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독자는 샤비로가 특유의 미적 감각과 압정으로 조절한 듯 절제된 방목적인 대담함을 갖고 개진하는 관념들에 의해 감명받고 자극받게 될 것이다. 샤비로는 사려 깊은 엄밀함, 적의와 [전공 분야의] 칸막이 구분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적 관대함, 그리고 세심하게 논증된 본문 해석을 결합하는 이 엄청나게 어려운 과업을 성취해 냈다. ― 제임스 윌리엄스, 던디 대학, 『질 들뢰즈의 횡단적 사유』, 『기호의 과정철학』의 저자

 

 

지은이

 

스티븐 샤비로 Steven Shaviro, 1954~

 

미국의 철학자. 문화비평가.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현재 웨인주립대학교 영어학과 드로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사는 영화 이론, 시간, 미학, 과학소설, 범심론, 자본주의, 정동, 주체성 등이다. 가장 널리 읽힌 샤비로의 책은 1990년대 초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태를 개괄한 “이론 픽션” 작품 Doom Patrols이다. 영화이론서인 The Cinematic Body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인간 신체의 정치학, 남성성의 구성, 마조히즘의 미학 등을 탐구하였고 라캉적 수사가 현대 영화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경향을 검토했다. 이자벨 스탕게스의 화이트헤드 독해의 영향으로 화이트헤드에 관한 저서인 『기준 없이』(갈무리, 2024)를 출판했다. 2014년 출간된 『사물들의 우주』에서는 화이트헤드의 사변적 실재론에 관해서 썼고 2010년 작 『탈인지』로 2017년에 ‘과학소설과 기술문화 연구상’을 받았다. 예술형식으로서의 뮤직비디오에 관한 방대한 작업을 하며 2017년에 저서 Digital Music Videos를 출간했다. 저서로 Connected, or What It Means to Live in the Network Society, Post-Cinematic Affect, Extreme Fabulations 등이 있다.

 

 

옮긴이

 

이문교 Lee Moonkyo, 1969~

 

프랑스의 툴루즈-장-조레스 대학에서 들뢰즈와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을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여러 대학(한신대, 단국대, 홍익대)에서 서양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논문으로 「들뢰즈와 화이트헤드」, 「화이트헤드의 시간론」, 「화이트헤드의 신에 대한 카오스모스적 해석은 타당한가?」가 있다.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에, 그리고 칸트 이후의 생성과 과정 개념을 중심에 둔 현대 형이상학 체계들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며 동아시아 전통 철학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책 속에서

 

『기준 없이』에서 나는 화이트헤드의 사상과 들뢰즈의 사상 사이의 놀랍고도 예기치 못한 친연성들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 두 사상가 모두 세계를 열린 다양체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양자 모두 우리에게 이러한 다양체들이 고정된 실체들이 아니라 유한하지만 진행 중인 과정들이라고 말해 준다. ―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7쪽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관념들을 통해 작업하면서 나는 거듭해서 칸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면 적어도 칸트의 특정 영역들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수적임을 발견했다. ― 서문, 23쪽

 

『판단력비판』은 칸트의 체계에서 단지 지엽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화이트헤드가 철학은 이성 대신 “순수 느낌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제삼 비판(『판단력비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1장 기준 없이, 58쪽

 

화이트헤드가 실체들뿐만 아니라 형상들을, 또는 현실적 존재들뿐만 아니라 영원한 객체들도 반드시 실재적인 것들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할 때, 그는 윌리엄 제임스의 근본적 경험론의 정신 속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2장 현실적 존재와 영원한 객체, 105쪽

 

수용의 방식으로서의 “주체적 형식”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화이트헤드를 칸트의 초월론적 감성론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칸트가 특권화하고 인식의 전면에 내세우는 모든 것에 대해서 화이트헤드는 그것에 선행하며 또한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떤 운동에 이끌린다. ― 3장 정서의 맥동, 135쪽

 

새로운 것의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바로 이중 인과의 이율배반을 다루고 있는 화이트헤드의 방식이다. 칸트 못지않게 화이트헤드는 작용인과 목적인을 구분하면서도 그것들을 화해시키기를 추구한다. ― 4장 빈틈의 생명, 191쪽

 

기관 없는 신체와 상당히 비슷하게, 신은 단지 준-원인일 뿐이다. 신은 현실적으로 우주를 창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화이트헤드에게 창조는, 정확히 들뢰즈와 과타리에게서 창조가 모든 욕망하는 기계들의 생산적인 활동성인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현실적 계기들의 합생적인 결단들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 5장 신, 또는 기관 없는 신체들, 271쪽

 

화이트헤드는 사유가 그것의 한계로까지 밀어붙여질 때 그리고 그것의 “시론적인 정식들”이 변화된 상황들의 압력 아래서, 또는 단순히 추가적인 증거 앞에서 붕괴될 때, 마비되기보다는 자극된다고 주장한다. ― 6장 귀결들, 306쪽

 

 

목차

 

한국어판 지은이 서문  5

서문 : 어떤 철학적 공상  11

 

1장 기준 없이  29

2장 현실적 존재와 영원한 객체  61

3장 정서의 맥동  117

4장 빈틈의 생명  161

5장 신, 또는 기관 없는 신체들  213

6장 귀결들  299

 

‘살아있는 추상의 기술들’ 총서 편집자 서문  335

옮긴이 후기  337

참고문헌  351

인명 찾아보기  361

용어 찾아보기  364

 

 

책 정보

 

2024.2.24 출간 l 130×188mm, 무선제본 l 카이로스총서101, Mens

정가 24,000원 | 쪽수 368쪽 | ISBN 9788961953412 93100

도서분류  서양철학, 미학, 현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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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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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기준 없이 :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

[한겨레신문] 화이트헤드 ‘과정철학’과 들뢰즈 ‘사건철학’의 만남

[시사의 창] 새로 나온 책 / 기준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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