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두스

김종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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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파우스트’ 이야기 『문두스』는 현대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회학자, 과학기술학자인 김종영은 황우석 스캔들을 모티브로 우리 시대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썼다. 

 

“민중은 과학이 아니라 욕망이다” 

『문두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판 한 과학자의 몰락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성공을 위해서 영혼을 판 한국인들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간략한 소개

 

사회학자, 과학기술학자 김종영의 장편소설 『문두스』는 ‘21세기 파우스트’로 기획되었다. 2005년 황우석 사태는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황우석은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난자 채취를 했고 이는 여성의 몸을 도구화시키는 생명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여주었다. “민중은 과학이 아니라 욕망이다.” 사회학자 김종영은 황우석 스캔들을 모티브로 우리 시대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썼다. 이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판 한 과학자의 몰락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성공을 위해서 영혼을 판 한국인들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문두스(Mundus)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세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려는 거대한 욕망을 의미한다. 

2년 동안 줄기세포 조작을 추적한 ‘강키호테’ 강대웅 기자는 국민적 영웅 권민중 박사의 연구 조작 의혹을 제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걸고 우리 시대의 파우스트와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가 격돌한다. 『문두스』의 스케일은 광대하다.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고 공간적으로는 서울, 영월, 예루살렘, 로키산맥, 아우슈비츠를 가로지른다. 

『문두스』는 호모 데우스(신적 존재)를 꿈꾸지만 호모 데멘스(미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드라마를 그림으로써 인간이 겪는 보편적인 모순, 욕망, 좌절, 꿈,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현대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의 정치, 정보, 경제, 과학기술 권력기관을 비판하고 있으며, 근대성과 과학기술에 대해서 근원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근대성에 대한 비판은 성, 사랑, 고향, 순수, 어린이, 시라는 대안 이미지 위에서 전개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 후에 현대 소설이 사소설화되고 심리학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문두스』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거대서사적 형상을 통해 이슈화하려는 반시류적 노력의 산물이며 문단 외부에서 문단에 가하는 서사적 충격의 하나다.

 

 

상세한 소개

 

황우석 스캔들과 사회학자 김종영

2005년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온 국민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아직 당시의 대혼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여파가 컸던 만큼 황우석 스캔들은 국내외의 수많은 책과 논문에서 언급되었으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소재가 되었다. 황우석의 논문 조작을 폭로한 방송국 PD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2014)는 “한 언론인의 집요한 투쟁”(임순례)을 중심으로 황우석 스캔들을 그렸다.

황우석 사태는 국제적인 스캔들이었다. 지난주 금요일(2023년 6월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다티야 타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다큐는 UAE에서 낙타 복제를 하고 있는 황우석의 근황과 함께 “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전한다. 이는 18년이 지난 지금 이 거대한 스캔들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문두스』의 집필 계기, 사회학자가 장편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사회학자 김종영은 2017년 작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지성의 도전』의 3부에서 황우석 사태와 황빠 현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황우석 동맹은 과학자, 정부, 시민으로 이루어진 지배지식동맹의 일환으로 한국 국민을 집단적으로 속였다. 저자는 전무후무한 이 사건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뿐 아니라 황우석 지지자(황빠)들도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자신의 글쓰기를 되돌아보게 만든 한 황빠를 만났다. 북파공작원들을 훈련시킨 군인 출신이었던 이 사람은 사회학자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늦은 오후 시간에 수원의 광교산으로 저자를 불렀다. 저자는 산에서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기억한다. 황빠 남성의 체구는 작고 깡말랐지만 다부졌고, 약간의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황우석 사태 전후로 황빠들의 격렬한 시위가 있었을 때 그는 검은색의 HID 요원 복장을 하고 시위에 나타나 경찰을 긴장시킨 인물이었다. 그는 황우석 사태를 음모 세력의 공작이라고 여기며 항의의 표시로 북파공작원들 손가락 30개를 절단하여 대통령에게 보내려는 기획을 해서 청와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당시 이 계획은 또 다른 황우석 열성 지지자 모 씨가 분신자살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왜 황빠가 되었습니까?” 김종영의 질문에 황우석 지지자가 대답했다. 그는 군대 전역 후 용역회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다. 네 살 난 아들을 둔 홀아비였다. 아들을 강하게 키운다는 신념으로 겨울 산에서 얼음찜질을 시켰는데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들의 병이 자동으로 나을 줄 알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열병에 걸려서 고막이 나갔고, 뇌척수에 장애가 생겨 장애자가 되었죠. 이제 아기는 여덟 살밖에 안 됐습니다. 돈이 몇 백 억이 들어가든 몇 천 억이 들어가든 저의 전 재산이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 . 저는 가는 세대이지만 아기는 앞으로 커가니까요. 우리 아기가 결혼을 하면 후세가 나올 거고 … 아기만이라도 건강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황빠 운동에 올인을 하게 된 거죠.” 사회학자는 광교산에서, 아들을 일으켜 세워 아들과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황빠가 된 아버지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이 황우석 지지자의 이야기는 사회과학적 언어로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저자는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 그 충격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았다. 그에 대한 해답을 준 사람은 저자의 대학원 시절 질적연구방법론(질방)을 가르쳤던 세계적인 석학 노만 덴진(Norman Denzin) 교수였다. ‘질적연구방법론’의 권위자인 덴진은 이미 이 주제에 대해 수십 권의 책을 출판한 학자이다. 흥미롭게도, 덴진 교수와 학생들은 질적연구방법론 시간에 시, 연극, 소설과 같은 일종의 예술을 한다는 것을 저자는 발견했다. 덴진 교수는 수십 년간 공부한 끝에 연구가 곧 예술이 되는 경지에 도달했던 것이다.

황우석 지지자의 사연은 사회학자인 저자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순종적인 글쓰기(docile writing)를 돌아보게 되었다. 박사로 훈련받았다는 것은 푸코가 말한 ‘훈육’을 가장 고되게,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받았음을 의미한다. 사회과학자 대부분은 과학의 세계에서 순종적인 몸(docile body)으로 길러졌고 순종적인 글쓰기를 한다. 그 황우석 지지자의 삶을 순종적인 글쓰기로 표현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래서 18년 전 저자는 21세기 파우스트를 쓰기로 결심한다. 황우석을 성공을 위해 영혼까지 판 21세기의 파우스트로 여겼기 때문이다. 장편소설의 초고 작성부터 출간까지는 꼬박 18년이 걸렸다. 

 

『문두스』의 줄거리

2년간 줄기세포 조작을 추적하던 JBS <비밀수첩>의 강대웅 기자는 국민적 영웅인 권민중 박사의 연구 조작 의혹을 제기한다. 권 박사는 3일 안에 증거를 대라고 압박하고, 국민들은 분노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강대웅은 영월의 중심에 실험일지가 숨겨져 있다는 이메일 제보를 받는다. 증거를 찾던 강대웅은 우연히 송수연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실험일지를 찾는 데 실패한다. 동강의 낙화암에서 술을 먹고 자살하려던 그는 죽기 직전 방송국 선배로부터 권민중이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강대웅은 방송국에서 파면된다. 그러나 강대웅은 권빠 나용배로부터 권 박사가 자살이 아니라 타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용배는 권 박사의 암살에 CIA, 프리메이슨, 한성그룹의 모비딕과 같은 비밀조직이 연루되었다고 말한다. 나용배는 강대웅과 함께 권 박사를 암살한 조직을 찾아 나선다. 

암살자를 찾는 과정에서 강대웅은 한성그룹의 문두스 타워를 방문하여 한거용 회장을 만난다. 한국 최고의 재벌이자 군수사업체까지 가진 한거용과 그의 아들 한상현은 강대웅에게 권 박사의 줄기세포기술이 들어 있는 검은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검은 가방을 찾아주는 대가로 그들은 강대웅에게 서울에서 가장 큰 빌딩인 ‘문두스 타워’를 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다. 한거용은 권 박사의 연구에 수천억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백혈병에 걸려 줄기세포 백혈병 치료제가 필요하기도 했다. 

강대웅은 권민중의 과거를 추적하기 위해서 부여로 간다. 그곳에서 무당이 된 권민중의 초등학교 여자 선생님을 만나 권민중이 어릴 때 영월 마차에서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강대웅은 영월 마차초등학교의 학생부를 뒤지지만 권민중이라는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다. 교장으로부터 마차탄광 건너편에 학생들의 일기장을 모아둔 ‘추억의 집’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강대웅은 일기장 수만 권을 뒤진다. 강대웅은 권민중의 원래 이름을 알게 된다.

서울로 온 강대웅은 나용배와 함께 국정원장의 약점을 이용해 모사드 바단 국장이 서울에 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를 의심하여 추적하다가 프리메이슨 요원으로부터 권민중과 모사드 사이의 빅딜을 알게 된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주는 대가로 권민중 박사는 예수 복제를 해주기로 했지만, 권 박사가 죽어서 거래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강대웅은 권민중의 출장계를 입수하고 과거 10년 동안 권 박사가 매년 2월에 공룡복제를 위해 캐나다 로키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나다 로키의 얼음호수 레이크 루이스 위에서 강대웅과 권민중은 결투를 벌인다. 강대웅이 권민중을 죽이려는 순간 조선 최대의 비밀결사조직 삼문대의 헬기가 나타나 이들을 구한다.

강대웅은 삼문대가 지휘하는 영월의 지하도시인 마차탄광 대실험실에서 깨어난다. 권민중은 삼문대의 수장이었고, 송수연은 임신부대인 화유십일홍의 멤버이자 삼문대 최강의 여전사이며 예수잉태를 할 여자였다. 그녀는 강대웅과 사랑에 빠진다. 삼문대는 성삼문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비밀결사조직으로 세조와 성삼문을 복제하여 인공지능인 알파로(AlphaLaw)로 역사를 심판하려 한다. 

강대웅과 송수연은 예수의 유골을 가져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간다. 강대웅은 예수무덤성당에서 예수의 유골을 건네받지만, 이 미션이 무모하다고 판단하여 송수연과 같이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마스의 습격을 받는다. 송수연과 강대웅은 모사드의 도움으로 예수의 뼈를 가지고 마차탄광으로 다시 돌아온다. 송수연은 줄기세포기술을 통해 예수를 임신한다. 한편 성삼문과 세조가 복제되어 역사의 법정에 서고 아무도 모르는 역사적 비밀이 밝혀져 삼문대는 충격에 빠진다. 

강대웅은 임신부대의 상당수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이현경으로부터 듣게 된다. 강대웅은 송수연의 출산을 멈추기 위해 줄기세포 정보가 담긴 검은 가방을 훔쳐서 한거용 회장의 문두스 타워로 간다. 이 사실을 안 권민중이 문두스 타워에 나타나고 권민중과 한거용의 과거 비밀이 밝혀진다. 마차탄광 대실험실은 삼문대에 의해 자동폭발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송수연은 아기를 낳고 모비딕, 모사드, 삼문대는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문두스’의 의미

문두스(Mundus)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어원적으로는 구멍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문두스’라는 제목은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며 이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등장인물들에게 문두스는 각기 다른 것을 의미한다.

권민중 박사에게 ‘문두스’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되려고 하는 야망, 파우스트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려는 거대한 욕망을 의미한다. 가장 위대한 기술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거대한 욕망 때문에 주인공 권민중은 ‘구멍’에 빠지고 만다. 

강대웅 기자에게 문두스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강대웅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기자이지만 ‘문두스 타워’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서 결국 판단 착오를 일으키며 ‘구멍’에 빠진다. 강대웅이 사랑에 빠진 삼문대 요원 송수연의 본명은 ‘이세상’이다. 강대웅에게 이세상은 자신의 모든 것이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야 하는 문두스이다. 송수연은 목숨을 걸고 예수를 잉태함으로써 삼문대의 임무를 완수하려 한다. 하지만 강대웅은 예수 대신 ‘이세상’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미션이 꼬이게 된다. 

한거용 회장의 비밀첩보조직의 이름은 ‘모비딕’이다. 한거용 회장은 서울의 중심부에 ‘문두스 타워’를 세워 자신의 과시욕을 만천하에 드러낸다. 한거용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자이자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자부하지만 백혈병에 걸린다. 백혈병을 고치기 위해 권민중 박사의 줄기세포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거용은 자신의 과거 때문에 거대한 구멍에 빠지고 만다. 

모사드 국장 바단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자로서 예수 복제를 통해 ‘신을 죽인 민족’인 유대인을 원죄로부터 구원하려 한다. 바단에게 문두스는 악이 가득한 지옥을 뜻한다. 바단은 줄기세포기술을 통해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하고자 하지만, 예수 복제를 시도함으로써 역사의 구멍에 빠지고 만다. 

조선 최대의 비밀결사조직 삼문대에게 문두스는 마차탄광 대실험실이다. 이 실험실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을 개발하여 성삼문과 세조를 복제함으로써 역사를 심판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어설픈 IT와 어설픈 BT가 만나 계획은 수포가 된다. 

성삼문과 이현경에게 문두스는 자식이다. 이들에게 자식은 세상의 모든 것이다. 성삼문은 단종에 대한 충성심에서 단종복위운동을 펼친 것이 아니라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세조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음이 밝혀진다. 이현경은 죽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식을 복제하지만 괴물 기형아가 태어남으로써 그녀의 계획은 수포가 된다. 

이 소설에서 ‘문두스’는 주인공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자 세상의 전부를 의미한다. 인물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 인해서 문두스라는 구멍에 빠지고 만다. 문두스는 세상에 태어나 신적 존재(호모 데우스)가 되려는 욕망을 품지만 결국 미친 존재(호모 데멘스)가 되어서 구멍에 빠지고 마는 인간의 운명을 상징한다.

 

『문두스』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

성공을 위해서라면 영혼을 파는 21세기 파우스트 이야기 『문두스』는 현대 한국사회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성공, 욕망, 과학, 학문, 희망, 좌절, 국가, 민족, 자본, 권력,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인지를 『문두스』는 질문하고 있다. 

첫째, 『문두스』는 황우석 사태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문두스』에는 “민중은 과학이 아니라 욕망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며, 주인공 과학자의 이름은 권‘민중’으로 설정되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줄기세포연구를 통해 성공하려 하는 권민중은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이든 가리지 않겠다는 집단적 야망과 심성을 드러낸다. 

둘째, 『문두스』는 한국 자본주의가 여성, 동물, 노동자 신체를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황우석은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난자 재취를 했다. 이는 여성의 건강권과 임신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서 여성의 몸을 도구화시키는 생명 자본주의의 폐해이다. 황우석과 그의 연구팀은 121명의 여성으로부터 2,221개의 난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대다수는 한국의 난모세포를 일본의 불임 여행객들에게 판매하는 브로커로부터 공급된 것이었고, 나머지는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조교 2명이 포함된 여성들에게서 기증받은 것이었다. 황우석 스캔들은 생의학의 혁신에서 여성의 생식노동, 임상노동이 기여하는 바와 여성의 신체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페미니즘의 논평과 분석이 쏟아지게 만들었다(『임상노동』, 5, 158쪽). 

또 『문두스』는 동물에 대한 자본의 지배도 문제시하고 있다. 쥐라기 공원을 만들어 관광산업을 확장시키거나 동물 난자를 인간 장기로 사용하는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문두스』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황우석은 원래 수의학과 교수였고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2023)에 따르면 지금도 UAE에서 동물복제와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당연히 셀 수 없이 많은 실험동물이 동원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생의학 혁신과 동물 연구 윤리라는 주제는 앞으로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문두스』는 보여준다.

『문두스』는 자본주의에 의한 노동자 신체의 착취를 비판하면서 한국 근대를 해체하려 한다. 반도체 백혈병에 걸린 한성그룹 노동자의 건강 문제와 진폐증에 걸린 광부의 건강 문제를 이 소설은 탄탄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1부 10장 「근대의 현상학」은 진폐증으로 사망한 광부들의 폐를 전시한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노동자들이 한국 근대에서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셋째, 『문두스』는 학살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재고를 요청한다. 『문두스』는 두 가지 학살을 다루는데 하나는 한국군이 자행한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이고 다른 하나는 나치가 자행한 아우슈비츠에서의 학살이다. 주인공 강대웅의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군인으로 말년에 암에 걸린다. 1부 3장 「태양으로 간 남자」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 베트남의 다낭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단했는데, 베트남 퐁디 마을의 학살에 관여했었고 이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를 만날 기회를 갖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다.

『문두스』의 다른 주인공인 모사드 국장 바단은 어린 시절을 아우슈비츠에서 보냈다.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뿐만 아니라 나치 제국주의 군대에도 광범위하게 존재했고, 따라서 한국, 중국, 대만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문제일 뿐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두스』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 『문두스』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테제에 도전하여 ‘악의 비범성’을 제시한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홀로코스트 학자 도리스는 악은 사유할 줄 모르는 인간이 만들어낸 평범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사유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악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학살을 위해 국가관료조직을 만들고 죽음의 수용소를 만들고 과학을 동원하는 등 악은 비범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악의 평범성’ 테제는 악을 평범한 것으로 치부해 버림으로써 악을 개인적이고 별것 아닌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을 낳는다. 이는 사회적 악에 대한 성찰성을 무너뜨림으로써 악을 정면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결국 악에 굴복하는 경향성을 낳는다. 최근의 독일 역사 연구와 홀로코스트학은 아이히만의 과거를 추적해 그가 나치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따른 사유의 무능력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학살에 가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음을 밝혀냈다. 나치 추종자들은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집단 학살을 주도했다. 이는 홀로코스트학계에서 논쟁을 발생시켰는데 히틀러는 집단 학살과 관련된 구체적인 명령을 내렸다기보다는 나치 집단들이 스스로 과격해지면서 자행된 것이라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이 소설은 한국인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테제를 정면으로 반박함으로써 사회적 악의 근원과 메커니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문두스』는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현대 과학과 인간의 욕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영생을 꿈꾸는 신적 존재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BT와 IT기술의 결합으로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은 인류 최초의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와 궤를 같이한다. 영생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인류의 보편적인 염원이자 수많은 이야기의 주제이며 소설 『문두스』의 화두이기도 하다. 

여섯째, 『문두스』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얻으려는 비밀결사조직 삼문대의 이야기를 조명함으로써 현대 한국의 핵위기를 성찰하게 한다. 삼문대는 이스라엘로부터 핵무기를 얻으려고 하고,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삼문대의 줄기세포기술을 이용해 예수를 복제하려 한다. 최근의 북핵위기는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촉발하고 있다. 『문두스』는 핵무장이 유일하고도 최선의 해결책인지에 대한 긴급한 사회적 논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김종영 Kim Jongyoung

 

과학기술학자이자 사회학자. 경희대학교 교수.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과학기술사회학 분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학연구』 편집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서울신문』과 『교수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학회 부회장과 국가교육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있었다. 지식과 권력 3부작인 『지배받는 지배자 :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한국사회학회 올해의 저서상,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 2015), 『지민의 탄생 :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 2017), 『하이브리드 한의학 : 근대, 권력, 창조』(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2019)를 출간했다. 그 이후 교육개혁에 대한 빗발치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 2021, EBS 다큐멘터리 방영)를 출판했다. 18년 전 황우석 사태와 황빠 현상을 연구하다 ‘21세기 파우스트’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책 속에서

 

“오렌지는 많이 먹었죠, 베트남에서. 죽도록 먹었죠. 한국에서는 절대 못 먹으니깐. 그 오렌지가 왜요?”

“오렌지가 아니에요. 에이전트 오렌지.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화학 물질이에요, 화학 물질. 오렌지 색깔의 화학물질을 미군들이 비행기에서 뿌렸어요.” ― 1부 3장 「태양으로 간 남자」, 57쪽

 

합창단은 시위대에서 초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을 끌어온 한성백혈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다. 한성은 반도체 산업을 통해 한국 제일의 재벌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들 100여 명이 화학약품에 노출되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 1부 6장 「문두스 타워」, 113쪽

 

탄을 캐는 그룹은 2~3명의 선산부와 3~4명의 후산부로 나뉘며 선산부의 반장이 탄맥을 발견하고 착암기로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막장에 넣고 도화선을 설치한 다음 터뜨린다. 후산부는 다이너마이트가 터진 후에 쏟아져 내린 탄을 광차에 싣고 옮기는 일을 한다. 탄광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나는 것은 메탄가스 폭발로 인한 것인데 그것 때문에 담배를 절대 탄광에서는 피지 않는다. ― 1부 10장 「근대의 현상학」, 181쪽

 

“질투라니, 헤르메스. 인공지능이 감정도 느끼나?”

“질투라는 단어를 배웠지만 그게 정확하게 뭔지 나는 몰라.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겠는데 느낄 수는 없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랑이지. 왜 인간들은 사랑이라는 것을 할까?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키잖아. 혼란을 부추기고 판단력을 마비시켜. 인공지능에게는 치명적이야.” ― 2부 2장 「화유십일홍」, 263쪽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이 어떤 것인지 아세요?”

“글쎄요. 당신이 쓴 책인가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한나 아렌트가 쓴 책 아닌가요?”

“그래요. 나의 인생은 그 책과의 투쟁이라고 볼 수 있어요.” ― 2부 6장 「악의 비범성」, 342쪽

 

“나 알파로는 조선왕조실록 모두를 읽었고 이 실록을 연구한 연구서들과 논문들을 모두 읽었습니다. 이 세상에 나만큼 조선의 역사에 정통한 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틀렸다는 겁니까?”

“조선왕조실록이 무지투성인데 어떻게 당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있겠소?”

“실록이 거짓말이라는 겁니까?” ― 2부 9장 「심판」, 400쪽

 

 

목차

 

1부

1장 세상의 기원 6

2장 알 리스카 32

3장 태양으로 간 남자 49

4장 음모 73

5장 불구덩이 속에서 90

6장 문두스 타워 109

7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28

8장 미륵 138

9장 NT-1 149

10장 근대의 현상학 169

11장 죽음의 왕 189

12장 호수 위에서 211

 

2부

1장 삼문대 236

2장 화유십일홍 257

3장 불룹타스 281

4장 엄마의 이름으로 294

5장 모비 홀 319

6장 악의 비범성 331

7장 리버스 카라마조프 또는 운명 347

8장 십자가의 길 373

9장 심판 384

10장 예수를 죽여야 한다 412

11장 모비 딕 433

12장 동강 위에서 447

 

 

책 정보

 

2023.6.23 출간 l 152×225mm, 무선제본 l 피닉스문예13, Cupiditas

정가 19,800원 | 쪽수 464쪽 | ISBN 9788961953238 03810

도서분류  1. 소설 2. 한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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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사

 

[연합뉴스] 신간 / 문두스

[교수신문] 킹 오브 클론, 내가 21세기 파우스트를 쓴 이유

[새전북신문] “민중은 과학이 아니라 욕망이다”

[이데일리] 200자 책꽂이 / 문두스

[경향신문] 황우석에서 삼성백혈병, 예수복제까지···자본·민족주의·욕망에 관한 사회학자 김종영의 소설 ‘문두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8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 문두스

[뉴스프리존] 『문두스』를 읽고

[The Korea Herald] 21st century Faust 'Mundus,' inspired by disgraced scientist Hwang Woo-suk

[울산저널] <문두스>, 욕망의 교향악…소설 <문두스> 서평

[대학지성 In&Out] ‘21세기 파우스트’ 이야기 … “민중은 과학이 아니라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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