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집

임미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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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란의 시가 이처럼 따뜻하게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에 대한 그의 태도는 ‘낮게 흐르다 / 품을 듯 품을 듯 다 놓아주고 / 다시 몸 벌려 품어 주는 / 살래천 순한 강물’(‘살래천’) 같이 느껴진다. 한 마디로 말하면 모성이다. 껴안되 놓아 주고, 품되 소유하지 않는 너그러운 모성이 이 시집의 바닥에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혼자 소유하지 않고 잡초와 산짐승과 새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 이응인(시인), 「배꽃으로 피워 올린 시정(詩情)」 중에서

 

 

출간의 의미

 

문학의 위축 속에서도 그간 노동시의 끊임없는 실험과 투쟁의 힘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온 <마이노리티 시선> 서른여섯 번째 책으로 임미란 시인의 첫 시집 『외딴집』이 출간되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2000년에 『밀양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 임미란 시인은 현재 밀양의 다블산 자락에 살고 있다. 다블산은 시인이 직접 배농사를 짓는 곳일 뿐만 아니라 우렁차고 푸른 솔이 외롭고 쓸쓸한 이를 쉬어가게 하는 곳이며(「솔아 푸른 솔아」), 관음사 홍천 큰스님의 천수경과 뻐꾸기의 울음소리(「사월 초파일」)가 들리는 시인의 시정이 묻어나는 곳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시집에서 시인은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그의 땀내와 직접 기르고 매만진 나물 향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과 반가움”(이응인 시인)을 시에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다블산의 인적도 드문 ‘외딴집’에 살지만  “검둥이도 숨어버린 마당엔 / 눈발 섞인 바람만 법석이니 / 결국 우체부도 쉬는가 보다.”하며 집 밖의 생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다. 

그래서 소나무와 뻐꾸기 등 생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시인의 시는 따뜻하다. 따뜻함의 저변에는 “낮게 흐르다 / 품을 듯 품을 듯 다 놓아주고 / 다시 몸 벌려 품어 주는 / 살래천 순한 강물”(「살래천」)과 같은 모성이 흐르고 있다. 즉 껴안되 놓아 주고, 품되 소유하지 않는 너그러운 모성이 이 시집의 바닥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시집 『외딴집』은 경제 위기와 추운 겨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시인의 말

 

눈이 천지를 뒤덮은 아침

아궁이 앞에서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듣는다.

참 고요하다.

온기가 손끝에서 심장으로 전해진다.

자꾸 기분이 좋다.

옆자리에 슬그머니 누렁이가 와서 앉는다.

동무같이 나란히 불을 쬔다.

따뜻함까지 나누어서 더 좋은

닫힌 듯 열린

외딴집엔

굴뚝에 연기 치솟고

함박눈 포근히 내린다.

 

 

시인 소개

 

1960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2000년 『밀양문학』에 시를 발표, 활동을 시작했다. 

밀양 다블산 자락 “이화농원”에서 배농사를 지으며 밀양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천사 

 

임미란 시인은 농부입니다. 공기 속에 보이지 않는 산소와도 같은 소중한 농부입니다. 흙과 물과 햇볕처럼 없어서는 안 될 농부입니다. 이른 아침에 “산사 떨리는 종소리와 / 우주의 고귀한 생명들 /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농부입니다. 이렇게 모든 생명을 아끼고 섬기는 농부가 쓴 시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 냄새와 땀 냄새에 푹 젖습니다. 이 시집은 잔머리만 굴러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메마른 양심을 봄비처럼 촉촉하게 

적셔 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누구나 이 시집을 읽으면 우리 둘레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과 자연의 소중함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 서정홍 (농부 시인)

 

 

[발문요약] 배꽃으로 피워 올린 시정(詩情) 

 

어둠이 다블산을 타고 내려도 배밭은 환했다. 산자락 가득 배꽃이 피는 밤, 밀양문학회 몇몇 회원들이 모였다. 먹고, 떠들고, 마시고, 노래했다. 하지만 아무도 시를 읊지 않았다. 그날 밤 배꽃은 어둠의 속살을 환히 열어 이윽하게 향기를 피우고, 다들 그 꽃향기에 취해 버렸으니, 그 자체로 시가 되고도 남았다. 우리를 불러 모은 배밭 주인 임미란 시인, 그를 만난 지도 십 년이 넘었다. 그는 밀양 시내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배농사를 짓고, 이웃 포도밭에 품앗이를 가고, 시를 쓰며 산다. 배 한 쪽이 입 안 가득 달큰하게 배어나듯 그의 삶이 배어나는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오기를 오래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수줍고 겸손한 마음에 내 기다림만큼 머뭇거리다 이제야 첫 시집을 세상에 내보낸다고 하니 그저 반가운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그의 시는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그의 땀내와 직접 기르고 매만진 나물 향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과 반가움으로 가득 차 있다.

 

1. 자연이 품어 안은 아름다운 삶터

 

나무들이 윙윙 소리를 내기에 / 아무도 오지 않을 성 싶지만 / 키대로 자라 마른 풀 사이로 / 지난여름 새끼였을 / 노루가 슬쩍 놀다 가면 

장작 연기 매캐한 / 난로 앞에 앉아 더 매서운 / 산속 바람 소릴 듣는다. // 사나흘 꼬박 앓고 보니 / 사는 것이 만만치 않아 / 꼭꼭 채비 해 두었던 / 속이 더 붉은 / 늙은 호박 한 덩이 안고 와 / 무얼 해먹을까 궁리를 하는데 // 검둥이도 숨어버린 마당엔 / 눈발 섞인 바람만 법석이니 / 결국 우체부도 쉬는가 보다. ― 「외딴집」 전문

 

그는 산속 외딴집에 산다. 겨울이라 사방에서 바람 소리만 윙윙대는 곳이다. 게다가 ‘사나흘 꼬박 앓고’ 나니 사람이 그립고 바깥세상이 그립다. 온종일 기다려도 사람 그림자는 흔적도 없고, ‘키대로 자란 마른 풀 사이로’ ‘노루가 슬쩍 놀다’ 갈 뿐, ‘산속 바람’만 더욱 매섭다. 이러니 몸만 아픈 게 아니다. 바람 소리가 더 차고 매섭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그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속이 더 붉은 / 늙은 호박 한 덩이 안고 와 / 무얼 해먹을까 궁리를’ 한다. 자기 속으로 웅크리며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아픔 몸으로 일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만큼 그는 태생적으로 건강하다. 그래도 눈길은 자꾸만 밖으로 향한다. ‘검둥이도 숨어버린 마당엔 / 눈발 섞인 바람만 법석이니 / 결국 우체부도 쉬는가 보다.’ 인적이 끊어진 시골에서 신문과 편지를 가져오는 우편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는 바깥세상의 소식을 가져오는 유일한 통로이다. 그런데 ‘눈발 섞인 바람만’ 난리를 치는 걸 보니 오늘은 ‘결국 우체부도 쉬는가 보다’. 마지막 행에서 기다림의 끝에 젖어드는 외로움을 한껏 느끼게 만든다.

밤이면 외로움은 소리로 다가온다. 검둥이와 누렁이가 환장한 듯 짖어대면 멧돼지가 내려왔다는 신호다. 밤이면 어미 멧돼지가 주린 배를 안고 찾아와 배나무 가지를 부러뜨리고 배 봉지를 찢어 놓는다(‘도둑의 눈’). 처량히 우는 풀벌레 소리 선잠을 깨워 돌아보면 ‘서산에 달 지도록 / 마실 간 사람 / 기척이 없’다(‘풀벌레 우는 밤’). 산속의 밤이 이처럼 그를 잠들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산속에서 밤만 있으랴.

 

2. 힘겨운 농사일, 사람은 그립고

 

제초제 한 번 살포에 / 오 년 동안 땅이 죽는다며 / 남편은 매일 힘들게 풀을 베며 / 친환경 농사를 고집하지만 / 남들은 게으르다 손가락질이다. // 잡초만 수북하니 / 메뚜기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 어둠 속 반딧불이도 / 제 세상인 듯 떠다니는데 // 개밥을 주거나 / 잘 여문 밤을 줍거나 / 한참 배를 수확할 때 / 노루며 꿩, 토끼 같은 작자들 / 때때로 마주쳐도 / 웃자란 풀 속으로 / 슬쩍 엎드리면 그만이니 // 게으른 사람들이라 / 만사에 눈감아 줬더니 / 풀이며 짐승과 / 하찮은 미물들까지 /  지들이 주인인 줄 안다. ― 「이화농원」 전문

 

‘친환경 농사’란 구절을 읽는 순간, ‘참 힘들게 농사짓는구나!’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친환경 농사’를 좀 나은 먹거리, 좀 비싼 먹거리 정도로 인식할지 모르지만, 농사꾼에게는 전혀 다르다. 친환경 농사 좋은 줄 알지만 왜 안 짓겠나? 관행농법과 비교하면 첫째, 힘들다. 다음, 고생에 비해 큰돈 안 된다. 그러니 소위 말해 철학이 없으면 친환경 농사 못 짓는다. 그러나 그는 이미 ‘잡초만 수북하니 / 메뚜기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그 속으로 들어가 살고 있다. 거기서 ‘노루며 꿩, 토끼 같은 작자들’ 만나고 ‘하찮은 미물들’과 함께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

(… 중략 … )

임미란의 시가 이처럼 따뜻하게 와 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에 대한 그의 태도는 ‘낮게 흐르다 / 품을 듯 품을 듯 다 놓아주고 / 다시 몸 벌려 품어 주는 / 살래천 순한 강물’(‘살래천’) 같이 느껴진다. 한 마디로 말하면 모성이다. 껴안되 놓아 주고, 품되 소유하지 않는 너그러운 모성이 이 시집의 바닥에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혼자 소유하지 않고 잡초와 산짐승과 새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랴.

 

수돗물 꽝꽝 얼어대는 이 저녁 / 밥상 위에 반찬 가지 수 많단 건 / 둘러앉을 사람 또한 많은 거지 // 삶에 내몰리어 거리를 헤매던 이

하나 둘 돌아오니 / 차가운 댓돌 위 신발 가득하네. ― 「행복」 전문

 

그의 삶과 마찬가지로 그의 시도 또한 눈 맑은 독자들과 만나 행복해지기를 빈다.

 

*「발문」 전문은 시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응인(시인)

 

 

목차

 

1부

 

011  이른 시간

012  초봄

013  적막한 산 속에선

014  부자로 사는 법

015  소나기

016  가을은

017  겨울 남천강

018  아버지와 갈치

020  보리타작 마당

022  봄비

023  김장 배추

024  도둑의 눈

026  산사

027  외딴집

028  농사꾼이란

029  봄

 

2부

 

033  이끌림  

034  감꽃  

036  이화농원  

038  어떤 표지석  

040  공식  

041  큰언니  

042  집으로 오는 길  

043  단잠  

044  봄이 올 때까지  

046  운정댁  

048  푸짐한 것은  

049  노인  

050  솔아 푸른 솔아  

051  10월의 풍경  

052  비밀투표  

053  배꽃  

054  손님맞이  

 

3부

 

057  비 오는 날

058  간고등어

060  사월 초파일

061  고것

062  상추쌈

063  치매

064  살래천

066  어미

068  시집살이

069  행복

070  늙은 연애

072  길

073  통증

074  해탈

075  남지 유채 축제

078  긴 하루

 

4부

 

081  우주야 우주야  

082  부부 싸움  

083  비 갠 저녁나절  

084  아침이 오는 소리  

086  검둥이  

087  나를 반기는 것들  

088  단오 무렵  

090  사람 좋은 종태  

092  산비둘기  

093  생각 또 생각  

094  이때쯤이면  

096  어쩌다 쉬는 날  

097  매미 소리  

098  노인 무료 급식소  

100  풀벌레 우는 밤  

101  가로등과 달과 오솔길  

 

발문 - 배꽃으로 피워 올린 시정(詩情) / 이응인  102 

 

 

책 정보

 

2013.1.12 출간 l 122x190mm, 무선제본 l 마이노리티시선36

정가 7,000원 | 쪽수 116쪽 | ISBN 9788961950626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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