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1.12.31] 새 책 / 벤저민 레이 기사 원문 보기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123010100001832 1738년 9월 19일 미국 뉴저지의 한 퀘이커교 예배당에서 열린 집회 도중 소란이 벌어졌다. 키가 유난히 작고 턱수염이 수북한 한 남자가 새빨간 자리공 열매즙을 신도들 머리에 뿌리며 외쳤다. "주님께서는 동포를 노예로 삼은 자들이 피를 흘리게 하리라." 계급의식, 인종의식, 성별의식, 환경의식을 통합한 혁명적인 세계관을 가진 벤저민 레이의 일대기다. 벤저민 레이는 대부분의 유럽인이 인간을 속박하는 것을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하던 시대에 대서양 노예무역상들의 해상 대학살을 고발했다. 200여 년 전에 동물의 권리를 위해 채식을 시작하고 퀘이커의 성별 위계에 반대한 인물의 생애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저항의 울림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