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21.12.31] 시대를 앞서간 혁명적 해방론자 '벤저민 레이' / 김계연 기자 기사 원문 보기 : https://www.yna.co.kr/view/AKR20211231052500005 1738년 9월 19일 미국 뉴저지의 한 퀘이커교 예배당에서 열린 집회 도중 소란이 벌어졌다. 키가 유난히 작고 턱수염이 수북한 한 남자가 새빨간 자리공 열매즙을 신도들 머리에 뿌리며 외쳤다. "주님께서는 동포를 노예로 삼은 자들이 피를 흘리게 하리라." 신도들은 이 남자를 들쳐메고 예배당 밖으로 내쫓았다. 예배당에 모인 신도 대다수는 아프리카 출신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노예제도가 "하늘에 태양과 별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였다. 그는 25년간 미국의 예배당을 돌며 이같은 게릴라 연극을 계속했다. '벤저민 레이'(갈무리)는 노예제도와 동물 착취 등 권리를 박탈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에 맞서 싸웠지만, 인류 역사에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급진적 사상가의 전기다. 역사는 노예를 소유했던 토머스 제퍼슨 같은 이들을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며 위인으로 기록하지만, 벤저민을 기억하는 역사가는 거의 없다. 신사가 아니었고 적당한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고상함이 부족했고 너무 거칠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허리가 휘는 척추후만증을 앓았던 그를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뒤틀린 광인으로 여기고 외면했다. "노예 생산 상품을 불매한 최초의 인물로서 벤저민은 소비의 정치를 개척하고 19세기 노예제 폐지 성공의 중심이 될 전략을 개시했다. 벤저민은 아마 그 시대에 지구상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