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6.01.30 | 증오정치, 어떻게 한국 사회의 일상이 되었는가

[교수신문 2026.01.30] 증오정치, 어떻게 한국 사회의 일상이 되었는가 / 허요한(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강사) 기사 원문 보기 :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56650 한국 사회의 구성원 다수는 2024년 12월 3일,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내란의 밤을 목격했다. 여의도로 이동 가능한 이들은 당일 현장에 모여 군부대에 맞서 저항했고, 이윽고 전국 각지의 민중들이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집회와 시위에 참여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전개된 일련의 내란 옹호 행위에 대하여 독재, 제노사이드, 극우, 파시즘 등 다양한 맥락에서 분석하는 방법론이 제기되었다. 이 중, 권명아 동아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 「증오정치와 정착민 식민주의에 맞서는 정치적 행위자성에 대하여」(황해문화, 2025)에서 비상계엄과 증오정치를 한국 사회에 누적된 정착민 식민주의와 근대성 자체의 결과로 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증오정치의 역사적 경로를 파악하고, 페미니즘·퀴어 정치학, 비판적 장애학, 대항지역론 등 저항적 운동의 역량을 고찰하여 새로운 정치를 모색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권명아 교수에 의하면 파시즘은 합법화된 국가기구를 통해 대중의 자발성을 동원하고 포획한다. 근대성의 한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적대의 정치(반극우 담론을 포함)가 ‘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증오정치가 ‘투표정치’나 ‘정당정치’로 해결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힘’, 즉 사회통념에 영향을 받는 ‘법관국가화’라는 다수성의 원리는 법의 한계와 통념에 맞서 존재의 정치를 지속해온 ‘소수자 정치’를 지우는 효과를 갖는다. 반대로, 저자가 보기에 소수자들의 장기적 투쟁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저항의 방법·이념은, 일상화된 비상계엄을 극복하고 정착민 식민국가의 식민성을 넘어 탈식민화와 주권을 구축하는 대안이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전 지구적·지역적 증오정치를 돌파하고 한국 사회의 구체적 변화를 가늠할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명아 교수의 『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인종주의와 젠더정치』는 역사적 파시즘 시기 조선의 인종주의와 젠더 정치를 파고들어 한국 사회 증오정치의 한 기원을 밝힘과 동시에, 체제와 충돌하는 정동들을 고찰한 저작으로서 현재성을 갖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1차 세계대전에서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역사적 파시즘의 시대 식민지 조선을 대상으로 하여, 일본의 식민주의와 파시즘이 교차하는 과정을 인종주의와 젠더정치의 차원에서 조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파시즘의 젠더 정치학은 당대를 위기와 몰락, 쇠퇴의 시기로 인식하고, 감각하는 인식론과 감정구조, 표상, 의미화 체계 전반에 작동한다.”(42) 또한 “파시즘의 심리학은 혼혈적·잡종적인 것에 대한 공포와 혈통주의, ‘무정부주의적 상태’에 대한 불안과 질서에 대한 강박에서 만들어지고, 또 이를 자극한다.”(42) 이러한 분석은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의 정동 분석에도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을 빌려 오늘날을 바라본다면, 제주 4·3사건과 여순항쟁을 거치며 만들어진 ‘빨갱이’ 담론은 오늘날까지 지역을 매개로 한 인종주의적 은유로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970년대 파업여공, 1980년대 민주노동운동, 1990년대 이후 민주노총, 그리고 광주민중항쟁과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 담론으로 확산되어 왔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주옥순의 ‘엄마부대’,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정상 가족’의 문법으로 스스로를 ‘정상성’의 위치로 정립하면서 타자들을 배제하고 위계화한 파시즘 체제의 ‘가족국가주의’와 닮아 있다. 외국인 보호소의 반복된 인권침해 사례, 정부의 강압적 출입국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뚜안의 사례는 국가 장치에 의한 한국의 인종주의적 정동이 이주노동자에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의 약속에 ‘배반당한(Stiffed)’ 청년 남성들에게 ‘정상성’의 환상을 되돌려 주고자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상적으로 혐오하게 만드는 능력주의적 ‘청년정치’ 역시, 역사적 파시즘 체제에서 등장했던 청년 담론의 새로운 버전으로 볼 수도 있다. 조직적으로 형성되는 혐오담론과 증오정치로부터 느끼는 ‘불편함’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에 의하면, 2014년 이후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는 신자유주의 문제로만은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일제 말기 전시 동원 체제로써 구축된 역사적 파시즘의 경험이 한국전쟁, 박정희 체제를 관통하며 지속되거나 변형된 역사의 산물이다. 따라서 역사적 파시즘을 돌아보는 일에는, 2021년 ‘램지어 사태’에서도 확인되었듯 반복·강화되는 역사수정주의와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저자에게 이는 ‘강제’와 ‘자발’이라는 민족주의적 담론의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즉, 역사수정주의가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자발성과 자율적 주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문제적이라면, 민족주의적 입장의 강제 담론은 위계화된 억압의 다층성과 주체 형성의 복잡성 및 저항의 측면을 다양하게 드러내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복잡성을 드러내기 위해, 총력전 체제에서 일본 제국주의가 전선과 가정을 연결시키는 방법, 그리고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는 구도를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 시기 조선의 경우 “외부적으로는 일본-조선-신생 식민지라는 위계화를, 내부적으로는 천황-청년-총후부인-소국민”(124)으로의 위계화가 구축되었다. 여기서 ‘청년’과 ‘총후부인’은 조선 내부의 ‘사회주의적 여성’과 ‘신여성’을 부정하고 배제함으로써 만들어진 젠더정치의 일환으로, ‘민족적 정체성’의 시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복잡한 주체 형성 과정을 드러냈다. 이 시기의 청년 담론은 기존의 지식인 엘리트 정체성을 비판하고 혐오함으로써 청년을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 창출하는 식민지 내부의 헤게모니 재배치 과정을 보여주었고,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적 지식인이나 모던보이들 역시 황민화된 청년 담론에서 배제되었다. 권명아 동아대 교수의 『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인종주의와 젠더정치』는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의 식민주의와 파시즘이 교차하며 형성된 인종주의·젠더정치를 분석해, 오늘날 한국 사회 증오정치의 역사적 기원을 드러낸다. 이 책은 파시즘이 위기 인식과 공포의 정동을 통해 ‘정상성’을 조직하고 타자를 배제해온 과정을 추적하며, 현재의 혐오 담론을 이해하는 비판적 틀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정동 연구’는 ‘자발성’의 문제를 저항의 방식으로 접근하게 하는 새로운 방법론이다. 저자는 무감정과 무감각, 혹은 거부감, 움츠러들기, 조롱, 일탈적 태도, 무해한 유머 등을 수행하며 체제 입장에서 ‘골칫덩어리’가 되어 파시즘적 정동에서 벗어나는 저항적 주체들의 사례를 정동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보여준다. 주체들이 느끼는 일상적 거부감과 수동성은 “무관심-탈정동-지배적인 감정의 생명 정치에서 이탈하려는 소수자의 존재론적 책략”(80)이자, 식민 정책이 “현실화되지 않는 힘들”(301)이다. 이러한 틈새를 보여주는 “정동 연구는 정동이 우파 혹은 파시즘에 의해 전유되는 것에 저항하는 이론적 실천의 하나”(22)인 것이다. 저자는 책의 4부와 5부에 걸쳐 식민지 조선 내부에서 남방, 중국, 화교와의 인종화된 경쟁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며, 태평양 전쟁기에 형성된 남방에 대한 인종 공포와 혐오가 현재의 한국 사회에도 잔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전시 동원 체제에서 풍속 통제의 대상이 되었던 ‘전파매개적 신체’를 조명하는데, 저자는 그것이 신체적이거나 장소를 매개로 한 접촉과 커뮤니케이션을 통제 대상으로 함으로써 온전한 신체와 제거되어야 할 세포 사이의 교란적이고 모호한 전염의 무리인 ‘군중’에 가까웠다고 밝힌다. 이는 주로 사상 통제의 주요 대상이었던 지식인과 학생 범주를 넘어, 이 시기 군중의 통제가 일상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저자에 의하면 전시 동원 체제 시기에 중국적인 것은 사상 통제 대상으로 분류되었다가 풍속 통제 대상으로 급격하게 변용되는 사례이기도 했다. 검열 대상으로서의 중국 정동은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냉전기에 이르러 미국의 영향으로 형성되었는데, 역사적 파시즘 체제 시기의 중국 정동이 제국 일본인 정상성을 위한 배타적 대타항으로 설정됐다면 냉전 이후에는 미국인 정상성을 위한 배타적 대타항으로 작동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원적 고찰을 염두에 둔다면, 오늘날 COVID-19 팬데믹 시기에 중국인의 신체는 인종화된 병원감염체로 간주되는 동시에,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공산주의 국가의 인민, 부동산을 사들이는 국토 침략자, 온갖 괴담의 주인공인 범죄자 등, ‘자유’ 국가를 위협하는 인종화된 신체로 정동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2025년 말 대림동을 중심으로 가시화된 ‘자유대학’의 혐중 시위가 조장하려 한 정동에 맞서, 무관심과 냉소, 혹은 혐오에 대한 분노 같은 다양한 탈정동과 대안적 정동의 필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24∼2025년에 광장에 모인 몸들의 정동에 대한 역사화·맥락화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못했지만, 한국학 연구에서 근대적 지식생산 체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친일과 민족적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뿐 아니라 ‘문학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가닿아 있다. 2000년대 젠더, 서발턴,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이론을 빠르게 받아들인 한국문학 비평과 연구는 그 결론이 ‘문학’으로 회귀함으로써 이론의 함의와 지평을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문학 연구가 근대적 개념의 ‘문학’을 극복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숙고될 필요가 있다.

도서출판 갈무리

LOG IN 로그인
  • GALMURI
    • BOOKS
      • HYDRA
        • COMMONS
          • GALMURI
            • BOOKS
              • HYDRA
                • COMMONS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도서출판 갈무리

                  도서출판 갈무리

                  • GALMURI
                    • BOOKS
                      • HYDRA
                        • COMMONS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도서출판 갈무리

                          도서출판 갈무리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사업자정보확인

                          상호: 도서출판 갈무리 | 대표: 조정환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신은주 | 전화: 02-325-1485 | 이메일: galmuri94@gmail.com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2층(서교동) | 사업자등록번호: 105-90-32486 | 통신판매: 제2021-서울마포-1285호 | 호스팅제공자: (주)식스샵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