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024.09.27] 디지털이 통치하는 도시를 경계한다 / 김은주(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기사 원문 보기 :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883 에드워드 소자(1940∼2015) 전 미국 UCLA 교수(도시계획)는 도시와 비도시, 공간과 비공간,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간의 경계를 와해시키고 융합하는 관계적 공간을 ‘포스트 메트로폴리스’로 칭한다. 산업자본주의 도시이자 현대의 거대 도시인 메트로폴리스와는 달리 포스트 메트로폴리스는 근대적 도시 개념을 해체한다. 이러한 포스트 메트로폴리스는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자본에 의해 재구성되고 분절되고 양극화된 프랙털 도시이자, 경제 불평등이 야기한 사회적 양극화가 계급적, 민족적, 인종적인 교차와 함께 ‘혼종성’을 지닌 도시이다. 『디지털 폴리스』 포스트 메트로폴리스에서 도시의 삶이 실재적이면서도 상상계적(imaginary)인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로 제시된다는 점에 착안해, 디지털 기술을 통과하는 인간·사물·정보·이미지의 다양한 이동과 연결인 디지털 네트워크이자 기술 매개적 도시 공간을 디지털 폴리스라는 개념으로 제안한다. 디지털 폴리스는 포스트모던적 조건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혼종적 연결인 포스트 휴먼의 조건으로의 이행이며, 디지털 기술과 매개된 도시이자 새로운 도시 공동체의 형상이다. 디지털 폴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가 디지털 매체로 작동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디지털 매체가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디지털 폴리스는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코드에 기반을 둔 자동화로 도시를 운영한다. 디지털 폴리스의 공간은 사물과 사물이나 인간과 사물의 인터페이스로 기능한다. 이 책은 도시의 삶과 경험, 문제 인식과 해결이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도시성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분석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네트워크 연결성이 확대되면서 교육·교통·정보·통신 등을 통과하는 기술 매개 경험이 도시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 매개로 인해 도시 공간, 도시 문화, 도시 병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이 인간의 조건에 미친 영향과 도시성 자체의 변화를 포착하는 개념이 디지털 폴리스이다. 『디지털 폴리스』는 엮은이인 필자의 기획으로 디지털 플랫폼, 유토피아, 공동체의 세 가지 주제어로 각기 묶인 3부로 구성돼 있으며 9명의 필자들의 글을 실었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판데믹을 통해 ‘디지털 폴리스’를 줌 미팅 같은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이 교육·회의·비즈니스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간과 공간의 거리가 좁혀지는 기술매개적 공간 경험을 보편화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대중화와 쇼핑, 음식 주문 등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하는 도시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경제의 활성화 또한, 사물들의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폴리스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동시대 도시에서의 삶이 새로운 기술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는 지금-여기를 학제간 연구로 접근하고 간 학제적 담론으로 설명한다. 주요하게 탐구하는 바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인간 존재의 변화와 디지털 도시성의 변화가 디지털 기술과 매개해 어떻게 공동체를 달라지게 했으며, 어떤 공동체가 생겨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폴리스』는 통치의 재구조화로 사회적 금지와 규율과 관련된 도시문화의 확장과 정교한 감시와 경찰 체계를 갖춘 요새 도시구축 현상을 비판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기술만능주의의 낙관과 ‘효율이 극대화되는 자동화된 스마트 시티의 미래’상과 거리를 둔다. 스마트 시티와 디지털 폴리스를 동일시할 경우, 도시의 재난과 위험을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디지털 기술을 도시 통치술의 도구 장치로만 사용하고, 그로 인해 폐쇄적인 안전을 지향하는 빗장 공동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디지털 폴리스에서 창출되는 부의 상당 부분은 플랫폼을 소유, 통제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권한을 가진 자본과 권력이 가져간다. 이 책은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의 연결, 경계, 사이를 디지털 폴리스의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좋은 곳’(eu-topia)과 ‘없는 곳’(ou-topia)의 의미를 지닌 유토피아와 정치 공동체로서 디지털 폴리스의 가능성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