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23.11.17] ‘닫힌 세계’, 인지의 창의성…그래서 혁명도 가능하다 / 고명섭 선임기자 기사 원문 보기 :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16673.html "움베르토 마투라나(1928~2021)는 ‘자기생성’이라는 개념을 창안한 칠레 생물학자다. 마투라나의 초기 연구는 신경생물학에 집중됐는데, 이 연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두 편의 논문이 1969년 발표한 ‘인지생물학’과 1972년 동료 생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함께 쓴 ‘자기생성: 살아 있음의 조직’이다. ‘자기생성과 인지’는 이 두 편의 논문을 묶은 책이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마투라나 생물학에 자극받아 사회체계이론을 확립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20세기 후반 이래 학문 세계를 흔들어댄 이 간결하고도 밀도 높은 저작이 마투라나 연구자 정현주(전남대 철학박사)의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마투라나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두 가지 핵심 물음이 줄곧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이야기한다. 하나는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었고, 다른 하나는 ‘생명체는 주위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였다. 첫 번째 물음이 후에 ‘자기생성’으로 귀결했고, 두 번째 물음이 ‘인지생물학’으로 열매를 맺었다." "인간도 자기 내부의 인식 체계를 통해 지각을 재구성한다. 외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보는 우주도 우리 내부의 폐쇄적 인지 체계 안에서 구성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마투라나는 이 발견의 내용이 ‘일종의 우주론’이고 ‘초월적 경험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하면서 그 발견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한다. “물질은 정신이 창조한 것이고, 정신은 물질이 창조한 것이다.” 물질이 인지능력을 창조하고, 그 인지능력이 다시 물질의 존재 양태를 재구성한다는 이야기다. 이어 마투라나는 ‘자기생성’과 ‘인지’를 종합한다. 모든 살아 있는 체계는 자기생성 체계이며 이 자기생성 체계는 인지를 통해서 자기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자기생성 체계는 인지 과정이 있는 동안만 존재한다. 인지 없는 생명은 죽은 생명이다. 그러므로 자기생성과 인지 과정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