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2022.12.21] 광장을 구축하는 자리마다 작동해온 한국사회의 통치술을 ‘감정’이라는 렌즈를 통해 톺아본다 / 이종근 기자 기사 원문 보기 :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66155 '광장과 젠더-집합감정의 행방과 새로운 공동체의 구상(지은이 소영현, 출판 갈무리)'은 광장을 구축하는 자리마다 작동해온 한국사회의 통치술을 ‘감정’이라는 렌즈를 통해 톺아본다. 광장의 계급적·젠더적 탈구축을 시도하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즉 포스트 민주화 시대로의 이행 가능성을 모색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 등장하는 비인간들 - 외계인, 유령, 시체, 로봇, 게임 캐릭터, 좀비 등 - 은 타자의 얼굴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에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의 무게가 결합되어 등장한 조각난 개인 혹은 그 파편들이었다. 개인의 내적 차이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차이‘들’ 속의 보편적 지층을 마련하려는 일, 그것이 개인에 대한 사유가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난제인 것이다. 권력과 돈의 기이한 결합이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애도되지 못한 사회적 공분과 그것을 동력 삼아 유지되는 ‘열폭’사회에서, 부끄러움의 회복은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감수성 회복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분의 예기치 못한 향배를 이끄는 전환적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감정연구와 광장을 연결시킨다. 광장에서 일어난 사회적 힘의 폭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우리가 경험한 것은 혁명이었나? 연대와 공존의 느낌만은 아니었던 잉여의 감정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광장에 대한 익숙한 사고방식은 축적된 갈등과 모순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제어할 수 없는 힘으로 광장에서 터져 나왔고, 그 힘이야말로 사회변혁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2000년대 한국사회에서 여러 차례 분출한 광장과 봉기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기존의 설명 방식은 부족함을 드러낸다고 본다. 그래서 광장에 대한 감정연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본다. 저자에 따르면 광장의 시간은 떠도는 유동적 힘들이 상호적으로 전염되고 증폭되어 파동이 되는 과정이었다. 2008, 2016, 2022년의 광장이 입증하듯이 그 힘들은 때로는 예측하지 못했던 장소에 가닿기도 하였고, 내부에서 다양한 흐름들의 충돌이 있기도 했으며, 끝끝내 가시화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2016년 촛불봉기 내부의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가시화하는, 광화문 광장에 꾸려졌던 ‘페미존’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미래를 상상하려면 광장 속의 다양한 흐름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