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2022.02.03]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적 의제를 감각과 사물이라는 코드로 해석 / 이종근 기자 기사 원문 보기 :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35736 '감각과 사물(지은이 김은성, 출판 갈무리)'은 한국 사회의 주요 사회적 의제를 감각과 사물이라는 새로운 코드로 해석한다. 이는 감각학과 물질문화연구를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보건사회학, 환경사회학, 감시연구, 사회운동 연구 등 전통적인 사회과학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도덕, 시민권, 권력, 공간, 정치, 경제의 개념을 감각 또는 사물로 새롭게 구성한다. 도덕과 인격의 물질성, 장소 도덕, 소리 시민권, 감각 권력, 공간 권력, 물질정치, 감각 자본 등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독자들은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감각과 사물이 사회과학의 핵심적인 개념들 속으로 묻어 들어가는 것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식과 판단의 나침판이 되어 왔던 기존 통념들을 깨고 한국 사회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할 수 있을다. 사회 속에서 우리의 감각은 자연적이지 않으며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마음대로 보고, 마음대로 듣고, 마음대로 만질 수 없다. 우리의 감각은 사회 질서 속에서 훈련되고 규율된다. 감각이 사회에서 규율될 때 시민의 권리와 의무가 형성된다. 감각적 실천은 사회적인 것이며, 사회적인 것은 감각을 통해 구현된다. 감각은 몸뿐만 아니라 사물을 매개로 실천된다. 감각과 사물은 권력과 정치를 행사한다. 서로 다른 감각에 따라 권력의 실천은 달라진다. 새로운 사물의 출현으로 정치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도덕은 정신에 묶여 있지 않으며 사물 및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경제적 삶에도 감각과 사물은 깊이 관여한다. 감각과 사물이 없는 우리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감각과 사물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나머지 사람들은 감각과 사물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으며, 때로는 감각과 사물이 사회적인 것과 무관하다고 해석한다. 흔히 감각은 본능적인 것이고, 정신과 문화와는 별개라고 말한다. 감정과 감각을 구분하는 데도 사람들은 익숙한데, 감정은 정신의 영역에, 감각은 신체의 영역에 따로 가둔다. 이러한 통념 속에서 정신과 몸, 자연과 문화,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간의 이분법은 매우 견고하다. 전통적인 사회과학도 이러한 통념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 이 책 『감각과 사물』은 이 통념에 도전하면서 사회과학의 감각적, 물질적 전환을 요청한다. 이 책은 최근 인문 사회과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사변적 실재론, 행위자 연결망 이론, 신유물론 등과 맞닿아 있다. 이런 새로운 이론들은 인간과 존재론적으로 동등한 사물의 역할에 주목함으로써 인간, 자연, 기술, 문화, 정치, 경제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의 신유물론 연구는 지나치게 이론 지향적이며 한국 사례에 대한 경험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신유물론은 전통 인문 사회과학의 직관적 사유를 전복하는 이론적 혁신성을 가지고 있으나, 경험연구를 통해 그 이론을 치밀하게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사회구성주의, 후기구조주의 같은 다양한 이론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성격을 신유물론의 경험연구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감각과 사물에 대한 사유를 경유하여 한국의 사회 현상에 대한 경험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