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현대의 삶 형태에 관한 분석을 위하여
A Grammar of the Multitude :
For an Analysis of Contemporary Forms of Life

빠올로 비르노 지음
김상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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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포드주의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삶­-형태, 대안-­형태에 관한 분석

 

 

편의주의, 냉소주의, 두려움, 엑소더스, 호기심, 잡담, 기적, 탁월한 기예 등 일상의 단어들로 채워져 있는 이 책은 ‘다중’ 개념을 축으로 한 세미나의 기록물이다. 언어철학, 정치경제학, 윤리학에서 나온 개념들을 결합시키면서 빠올로 비르노는 현대의 공적 영역을 성찰할 때 ‘민중’ 개념이 아니라 ‘다중’ 개념이 가장 적실하다고 주장한다. 다중을 혐오한 홉스의 말을 빌리면, ‘국가에 맞서 반란을 일으킬 때, 시민은 민중에 맞서는 다중이 된다.’ 하지만 스피노자 등과 더불어 정의되는 다중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이중의 성질을 띤 개념이다. 즉 다중은 자신 내부에 상실과 구원, 묵인과 갈등, 예속과 자유를 모두 담고 있다. 민중 개념이 다수에서 출발해 주권국가 등과 같은 일자에 이르는 반면, 다중 개념은 일자에서 출발해 다수에 이르지만, 이 때의 일자는 공동체나 주권이 아니라 소통 및 언어라는 공통의 장소이다. 그러므로 언어와 소통은 이방인의 경험으로부터, '편치 않음’으로부터 파생된 불안을 다중 내부에서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을 주는 '공통들'이다. 이 때문에 다중은 권력을 장악하거나 새로운 국가를 구축하는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다원적 경험들, 비-대의제적 민주주의의 형태들, 비-국가적 정치로 아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 이러한 이중의 성질을 띠고 있기에 다중은 전쟁터인 동시에 근대정치이론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한 오늘날, 새로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한 것이다. 

 

 

내용 소개

 

자율주의적 입장에서 본 오늘날의 삶-형태에 관한 분석서, 비르노의 『다중』

‘다중’ 또는 ‘멀티튜드’가 인문사회과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10일 서강대학교에서는 ‘맑스코뮤날레의 쟁점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주제는 「계급, 그리고 시민, 민중, 다중」이었다. 여기에서 일반인들이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단어 하나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다중’이라고? ‘다중’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민중’과 ‘시민’ 등 기존의 개념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이기에 이에 관해 ‘논쟁’을 한다는 말일까? 그리고 어떠한 경로로 ‘다중’이 사회과학계 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시점을 1999년의 시애틀 시위와 2001년의 시위로 옮겨보자. 혹자는 이를 아나키즘의 새로운 부활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다중』(갈무리, 2002)이라는 책에서 이탈리아 철학자 빠올로 비르노는 이를 새로운 정치 주체의 출현과 연결시킨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포스트-포드주의로 변화하는 것에 발맞추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기존의 민족국가나 국민국가로 양도하는 것에 저항하는 새로운 주체, 즉 ‘다중’이 출현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민중’이 아닌 ‘다중’

사실 한국 사회에 ‘다중’ 또는 ‘멀티튜드’라는 이름의 도착은 이탈리아의 아우또노미아 이론가이자 인문사회과학 저서로는 보기 드물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제국』의 저자인 안또니오 네그리가 이 땅에 상륙하면서 존재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아우또노미아 이론가인 이탈리아의 철학자 빠올로 비르노에 따르면 ‘다중’은, 비단 17세기의 정치철학의 거대한 대척점인 홉스와 스피노자의 대결지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정치사상에서 항상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물론 숫자의 많고 적음과 관련되어 있는 부정적인 모습으로서. 예를 들어 『성경』의 「마가복음」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들은 다수이다.”(5장 9절) 이때 다수는 ‘레기온’인데, 이것은 문어(文語)로 ‘다중’(multitude)을 뜻한다. 하지만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다중’은 양적인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양식이다. 

빠올로 비르노가 『다중』이라는 아주 짧고도 압축적인 책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새로운 존재양식이다. 저자는 우선 근대정치에서 ‘민중’ 개념만이 우리에게 전달되었지만, 사실 ‘민중’ 개념은 특히 17세기에 ‘다중’이라는 개념과 일대격전을 펼친 후에 살아남았다고 밝힌다. ‘저자는 민중’ 개념의 부모가 홉스라면 ‘다중’ 개념의 부모는 스피노자라고 하면서, ‘다중’ 개념이 패배한 까닭은 ‘민중’이 국가와 불가분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근대국가의 형성에 있어서 ‘민중’이 일정한 자기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국가가 있다면 민중이 있는” 것이다. ‘민중’이 ‘일자’나 ‘하나의 의지’와 긴밀한 연결 관계를 맺었다면, ‘다중’은 ‘다수’의 위협으로 국한되었다. 

그러나 국민국가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고 지구화(세계화)가 넘쳐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 생산양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국민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민중’의 생명력은 소진되었으며, 그리하여 전에는 무참히 패배해 온갖 비난과 저주 세례를 받았던 ‘다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말하자면 포드주의적 생산양식 및 일관생산라인이 종말을 맞았고, 지성이나 지각, 언어적 소통이 생산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의 주요한 자원이 되었다는 것이 이러한 이행에 결정적인 요점인 것이다. 가령 ‘지금은 근무중. 조용히 하시오’가 포드주의적 생산양식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근무중이므로 얘기를 하세요’는 새로운 생산양식을 대표하는 표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그저 개연성 있는 일화일 뿐이지만, 오늘날의 노동이 얼마나 소통을 자신의 생산동력으로 포섭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미적 취향, 윤리적 결정, 정서, 감정 등이 노동의 세계에서 극히 중요한 가치를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생산자’와 ‘시민’, ‘공’과 ‘사’를 구별했던 경계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구별불가능 속에서 다중이 자신의 존재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다중’의 존재양식

저자는 ‘민중’ 범주로는 결코 파악될 수 없는 ‘다중’의 존재양식, 즉 언어놀이, 삶의 형태, 물질적 생산의 성격 등 다양한 범위에 걸친 범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중’이라는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서, 인류학, 언어철학, 윤리적 성찰 및 정치경제학을 불러들인다. 

이는 ‘다중’이라는 용어가 여러 개의 술어를 몸에 걸치고 있는 문법적 주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술어들을 해명하기 위해 개체화 원리(단독자를 단독성으로 만들고 개체를 개체성으로 만드는 것에 관해 주목하는 오래된 철학적 물음), 푸코의 ‘삶-정치’ 개념, 편의주의(기회주의)와 냉소주의라는 오늘날 ‘다수’의 삶 형태를 규정하는 감정적 기분을 끌어들여 분석을 전개하고, 마지막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파스칼이 분석했고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철학적인 주제의 반열로까지 격상된 두 개의 현상들인 잡담과 호기심에 입각해 오늘날의 존재양식을 규명한다. 

 

‘다중’은 노동계급의 종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다중이 민중과 대립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노동계급과 대립된 것은 아니다. ‘다중’이 노동계급을 대체했다거나 노동계급이 종말을 고했고 ‘다중’이 출현했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얘기일 뿐이다. “맑스뿐만 아니라 모든 진지한 사람의 의견에서도 노동계급은 어떤 습관, 어떤 용법 및 관습 등등과 일치하지 않는다. 노동계급은 이론적 개념이지 기념사진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적 잉여가치와 절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현대의 노동계급은…민중의 특질이 아니라 다중의 특질을 지니고 있다. 역으로 이러한 다중은 더 이상 국가성(statualit)에 대한 ‘민중적’ 소명을 주장하지 않는다. ‘다중’ 개념은 노동계급 개념을 전복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정의상 ‘민중’ 개념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사실 ‘다중’이라고 해서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이 민중의 존재양식이 아니라 다중의 존재양식을 주장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엄청나게 많은 변화―멘탈리티, 조직의 형태와 갈등의 형태―가 있게 된다. 아주 복잡해진다. 오늘날에는 다중이 있고, 노동계급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우리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단순해지고자 한다면, 그저 적포도주 한 병을 비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양가적 존재양식으로서의 ‘다중’

하지만 ‘다중’에 관해 말할 때 무엇보다 먼저 피해야 할 것은 ‘다중’에 관한 모든 ‘장밋빛’ 환상이다. “다중은 존재양식이다.…하지만 모든 존재양식과 마찬가지로, 다중은 양가적이다. 다시 말해서 다중은 자신 내부에 상실과 구원, 묵인과 갈등, 예속과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중요한 요점은 이러한 양자택일의 가능성들이 민중/일반의지/국가라는 성좌 안에서 나타났던 것과는 상이한, 특수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46쪽) 

다시 말해서 다중이 ‘양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중이 서로 상반되는 방향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는 특징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것은 노예상태로 가는 방향일 수도 있고 해방이라는 방향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편의주의(기회주의), 냉소주의의 편으로, 즉 타인보다 더 우월해지기 위해서 모든 기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상태로부터의 탈출과 엑소더스로 표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의 엑소더스는 영토 위에서 일어나는 탈출이 아니라 우리가 놓여 있는 장소로부터의 탈출이다. 국가의 속박으로부터 탈출하거나 임금노동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소비주의나 스펙타클의 사회로부터 탈출하는 것 등… 아무리 시위를 하고 저항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이럴 때에는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의 사유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따리의 사상과 접속되는 것이다.

 

 

지은이

 

빠올로 비르노 Paolo Virno, 1952~

 

빠올로 비르노는 1952년 이탈리아의 나뽈리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대에 이탈리아의 다양한 혁명 운동에 참여했다. 로마, 밀라노, 또리노의 공장노동자들과 함께 정치활동을 했다. 이후 (안또니오 네그리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979년 소위 ‘4․7 재판’에 연루되어 반체제단체 구성 혐의로 투옥되었다. 정식 재판을 받기 전에 수감되는 구금생활인 “예방구금” 상태에서 3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에야 무죄로 석방되었다. 비환원주의적 유물론, 즉 자연과 역사, 언어활동과 제반생산관계를 결합시킬 수 있는 유물론으로 이르는 길을 찾고 있으며, 1997년부터 이탈리아의 깔라브리아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윤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습관과 유물론』(1986), 『세계성―감각적 경험과 공적 영역 사이에서 ‘세계’ 관념』(1994), 『말 중의 말―언어의 힘과 한계』(1995), 『기적, 탁월한 기예, 그리고 ‘기시감’―세계 관념에 관한 세 개의 에세이』(1996), 『현재의 기억―역사적 시간에 관한 시론』(1999), 『엑소더스의 실행』(2002) 등이 있고 마이클 하트와 공동편역한 『이탈리아의 급진 사상』(1996) 등이 있다. 이외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잡지 『다중』(Multitudes)과 지속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이

 

김상운 Kim Sang Woon, 1969~

 

김상운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맑스, 푸코, 들뢰즈-가따리, 네그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에 머물면서 이탈리아의 미학이론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지오르지오 아감벤의 글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벤야민, 아렌트, 데리다, 지젝 등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양창렬과 함께 공역한 『들뢰즈 사상의 진화』(갈무리, 2004)가 있으며, 웹저널 『자율평론』(http://jayul.net) 등에 번역글을 기고하고 있고, 학술모임 ‘자유정신’에 참가하고 있다. (sanggels@freechal.com)

   

 

목차

 

영어판 편집자 서문 : 우리, 다중 9

 

서문 37

  1. 민중 대 다중 : 홉스와 스피노자 37

  2. 내쫓긴 다원성 : ‘사적’과 ‘개별적’ 42

  3. 다수에 관한 세 가지 접근방법 45

 

제1강 공포와 방어의 형식들 49

  1. 두려움/불안이라는 용어 쌍을 넘어 49

  2. 공통의 장소와 ‘일반지성’ 58

  3. 공적 영역이 없는 공공성 66

  4. 다수를 위한 어떤 일자인가? 70

 

제2강 노동, 행위, 지성 79

  1.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의 병치 83

  2. 탁월한 기예에 관해 :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글렌 굴드까지 85

  3. 공연 예술가로서의 말하는 사람 93

  4. 문화산업 : 예견과 범례 96

  5. 무대 위의 언어 102

  6. 노동에서의 탁월한 기예 105

  7. 악보로서의 지성 109

  8. 국가 이성과 엑소더스 115

 

제3강 주체성으로서의 다중 125

  1. 개체화 원리 127

  2. 애매한 개념 : 삶-정치 136

  3. 다중의 감정적 어조 143

  4. 잡담과 호기심 151

 

제4강 다중과 포스트-포드주의적 자본주의에 관한 10가지 테제 165

 

서지 목록 192

 

부록 1 탁월한 기예와 혁명, 엑소더스의 정치이론 199

  1. 행위, 작업, 지성 199

  2. 작업 없는 활동 202

  3. 공적 지성, 거장의 악보 208

  4. 엑소더스 213

  5. 무절제의 미덕 215

  6. 다중, 일반지성, 공화제 221

  7. 저항권 228

  8. 예기치 못한 것을 기다리며 233

 

부록 2 노동과 언어 240

 

부록 3 다중과 개체화 원리 249

  1. 전-개체적 253

  2. 이중적인 주체 259

  3. 맑스, 시몽동, 비고츠키 : ‘사회적 개인’ 개념 263

  4. 다중의 집단 267

 

부록 4 다중과 노동계급 271

 

옮긴이 후기 : 다중에 관한 탐구 276

찾아보기 287

 

 

책 정보

 

2004.11.1 출간 l 152×223mm, 무선제본 l 아우또노미아총서5, Mens

정가 15,000원 | 쪽수 296쪽 | ISBN 9788986114713

 

 

구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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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사

 

[한겨레] 자율주의 주체로 되살아나는 '다중'

[동아일보] 인문사회 / ‘다중’…포스트포드주의 시대

[경인일보] 이런 책도 나왔어요 / 다중

[부산일보] 책세상 / 다중

[전남일보] 새로 나왔어요 / 다중

[조선일보] 학술 / 정보화 시대의 삶은 '민중' 아닌 '다중'이다

[경향신문] 서재에서 / 권력 오류 바로잡는 다중의 힘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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