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도시

광주민중항쟁과 제헌권력
Common City

조정환 지음


2010년 인디고서원 6월의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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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도시를 넘고 혁신도시를 가로질러 전지구적 공통도시로!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30년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 역사이자 그에 대한 대항운동 30년의 역사로 읽는다.  

 

5.18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 80년 광주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미래사회를 상상하고 구축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전지구적 다중의 세계사적 과제이다.

 

 

지금, 신자유주의 수동혁명이 무너진 자리에 냉소주의적 공동묘지를 만들 것인가 다중의 공통도시를 만들 것인가는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이 책에서 나는 정확히 30년 전 한반도 남서쪽의 한 도시 광주에서 벌어졌던 민중의 항쟁과 그곳에 구축되었던 해방도시의 기억을 다시 현재의 글로벌 시간 속으로 가져와서 보상, 민주화운동, 성역화, 기념 등으로 안정화되어 혁신도시라는 개발의 꿈속에서 빠르게 부패해 가는 80년 광주의 기억과 이미지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나는 이것이 공장, 대학, 기업, 농촌, 도시, 군대 등 모든 곳이 보편적 착취와 수탈의 공간이 되어 있는 현실의 전지구적 메트로폴리스를 다중의 공통도시로 변형시킬 길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이며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다양한 균열의 노력들 중의 하나일 수 있기를 바란다.(「책머리에」, 21쪽)

 

 

소개

 

『미네르바의 촛불』,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등의 저자이자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정치철학자 조정환이,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30주년을 맞아 광주민중항쟁과 그 이후 30년의 역사를 신자유주의 30년 역사이자 그에 대한 대항운동 30년의 역사로 조명하는 본격연구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5.18에 관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나 광주항쟁에 대한 미화나 기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지구적 대항운동의 맥락 속에 광주항쟁을 위치시키면서, 항쟁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정치철학적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단독 저작이다. 조정환은 ‘군사독재에 대항한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광주’라는 박제화되고 고정된 이미지형성을 통해 은폐된 지난 30년 역사 속의 균열들을 드러내고, 5월 운동의 향방을 다시 물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광주민중항쟁, 1987년 시민항쟁과 노동자투쟁 등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대한 수동적 대응과정이었던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혁신으로 인해 한국이 지난 30년 동안 세계시장으로, 전지구적 제국의 마디로 편입되었고, 생산의 비물질화로 인해 다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성이 등장했다는 입장에서 지난 30년의 역사를 분석한다. 부록에 수록된 글 「제헌권력과 폭력」과 문답형 용어해설을 통해 저자는  ‘제헌권력’, ‘다중’, ‘공통도시’ 등 자칫 생소할 수도 있는 개념들에 대한 친절한 배경설명을 제공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상세 소개

 

호헌(전두환)파와 개헌(김대중, 김영삼)파의 보수연합,

즉 신자유주의적 공모관계를 밝힌다!

저자 조정환은 1979년 10월, 박정희 정권이 붕괴하고 유신헌법의 발전주의적 독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 정치 무대에 세 가지 태도가 등장했다고 본다.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호헌파와 김대중, 김영삼의 개헌파, 그리고 전남도청의 시민군의 모습으로 출현한 제헌파가 그것이다. 결국 1987년 6월 항쟁으로 개헌파가 직선제 개헌을 획득하며 승리하였고 오늘날 87년 체제는 민주주의의 승리로 찬양되지만, 87년 체제란 1980년 5월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의 “체제적 석화”에 다름 아니다. 

1980년 5월, 호헌파는 광주민중을 폭도로 몰면서 무력으로 진압하였다.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나선 개헌파 역시 ‘학살 책임자’ 규명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고 뒤로는 책임자들을 석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광주민중을 뒤로 했다. 요컨대 1990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친 보수연합은 군사권력에 의지한 독재자(호헌파)와 직접선거로 선출된 정권(개헌파)가 아래로부터의 제헌권력을 무대에서 추방하는 동일한 효과를 초래했고 이 점에서 양자는 계급적 공모관계에 있는 제정권력의 표현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보상, 민주화운동, 성역화, 기념이라는 말 속에서 부패해 가는 80년 광주의 기억과 이미지에 균열을 낸다!

5.18 30주년을 맞는 2010년에, 저자는 광주민중항쟁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화두를 다시,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한다. 그는 1997년, 광주학살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짐으로써 광주 항쟁/5월 운동은 종료되었다는 인식이 한국사회에 팽배해졌다고 본다. 개헌파에 의해 주도된 ‘광주항쟁 박제화’의 정치적 효과는 광주 민중을 역사의 주체가 아닌 군부독재에 대항해 싸운 희생자, 순교자로 대상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영삼,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개헌파는 광주항쟁의 박제화와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본격화를 추진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5월 운동이 논의되고 있는 미봉적 방식과 운동의 박제화가 초래한 정치적 상황을 직시할 때에만 호헌권력과 개헌권력이 가리고 있는 민중항쟁의 구성과 사랑의 힘, 제헌권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광주는 군부독재와 싸운 것이 아니다. 광주 민중은 이미 신자유주의와 대항해 싸우고 있었다.”

- 조지 카치아피카스

저자는 광주민중항쟁이 군사독재에 대한 반대와 정치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넘어서 박정희가 시작하고 이명박에서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 지배에 대항한 민중들의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1979년 4월 경공업 여성 노동자들의 YH 노동자 투쟁에서부터 사북·고한 광산노동자 투쟁, 부마항쟁, 87년 6월, 96/97 노동자 투쟁, 대추리, 쌍용자동차, 용산까지, 그리고 전지구적 수준에서는 1994년 사빠띠스따 봉기 이후 시애틀 투쟁, 프랑스 방리외 투쟁, 2009년의 그리스에서의 반자본주의 투쟁까지, 이 모든 싸움들은 모두 “전지구적으로 산포된 광주항쟁의 지속”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오늘날은 전 지구가 1980년 5월의 광주이고, 그해 5월 29일의 전남도청이다.” 조정환은 영속적인 혁명과정 속에 광주를 위치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1980년 5월의 해방도시 광주와 결사항전으로 전남도청을 사수하려 했던 시민군의 창조적 역사는 우리시대에도 절대공동체와 코뮌의 기억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방도시를 넘고 혁신도시를 가로질러 전지구적 공통도시로!

저자 조정환은 1980년 5월 계엄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해방도시 광주의 활력은 개헌파에 의해 신자유주의적 혁신도시로 전용되었음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적 도시혁신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일반화하는 한편, 자본의 지배에 대한 불만과 항의, 새로운 삶을 향한 노력들 역시 고양시켰다. 오늘날 실재하는 이러한 다중의 활력이야 말로, 자본주의의 짜임을 넘나들며 새로운 제도양식을 발명하는 다중의 생명력의 유연한 공통되기, 광주의 제헌권력이 우리시대에 호출하는 ‘공통도시’를 위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음을 저자는 강력하게 시사한다.

 

 

본문 중에서

 

<다중들의 봉기로서의 광주민중항쟁>

계엄군과 직접 맞서는 시민군의 다수가 부르주아 사회와 지역공동체에서 낮은 지위에 있거나 배제되었던 여러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로 조직되었다. 항쟁의 후기에 조직된, 살아남을 가망성이 거의 없었던 기동타격대는 더욱더 이들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잡색부대였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하여 지역공동체는 다른 유형의 공동체로, 현존하는 주권질서와 화해할 수 없는 공동체로, 요컨대 정치적 자치공동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위와 항쟁은 자신의 존엄을 선언하기 위해 모인 다중들의 봉기蜂起로 변모한다.(「광주민중항쟁과 제헌권력」, 76쪽)

 

<개헌파와 신자유주의>

1980년 이전의 정치체제를 권위주의라 부른다면 그것은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의 부재를 의미한다. 박정희 정권은 군사력을 지렛대로 한 일당일인 독재체제를 공고화했고 유신과 계엄에 입각한 일방주의적 통치를 계속했다. 국제적으로 그것은 미국의 냉전 전략에 의해 짜여지면서 국내적으로는 군부와 재벌의 연합에 의해 지탱되었다. 이 체제에서 노동자와 민중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입각한 산업전쟁의 희생물로 배치되었다. 이 구조를 파열시킨 것이 광주민중항쟁으로 대표되는 1980년 전후 아래로부터의 일련의 반란들이다. 그런데 개헌파는 광주민중항쟁을 철저하게 형식민주주의 요구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것을 그러한 의미에서의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압력수단으로 사용했다. 그 개혁적 요구의 핵심은 정치적으로는 대의제의 구축, 경제적으로는 재벌체제의 해체와 자유경쟁, 그리고 군사적으로는 군부의 정치적 중립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신자유주의적 개혁과 어떠한 모순도 갖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해방도시에서 공통도시로」, 101~2쪽)

 

<제헌권력> 

제헌권력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질서 속에서 또 그것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제도를 창안할 수 있는 다중의 역능을 지칭합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낡은 질서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법적 규약들과 새로운 삶의 형식들을 부과하는 권력으로 이해됩니다. 일반적 사법이론에서는 제헌권력이 권력의 공백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제헌권력은 기존 권력이 온존하고 있을 때에도 제정권력을 규정하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사법이론에서 ‘제헌’은 협의로, 즉 헌법제정이라는 의미에 제한되지만 실제로 제헌권력은 이 성문적 헌법의 제정이라는 형식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물질적 수준에서도 작동합니다. 즉, 제헌은 사회적 노동의 협력적이고 소통적인 네트워크들의 창조적인 능력이면서 세계를 물질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역동적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헌권력은 정치적 권력이면서 사회적 권력이고 동시에 존재론적 권력입니다. 이 책에서 제헌권력이 삶능력에 상응한다면, 제정권력은 삶권력에 상응합니다.” (「문답형 용어해설」, 174쪽)

 

 

지은이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지금은 댐 건설로 수몰된 경상남도 진양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며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를 강의했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면서 문학운동의 주류였던 민족문학론에 맞서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하여 당시 문학운동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 말, 국가보안법에 의한 전국지명수배령이 내려졌고 1990년에서 1999년말까지 그는 9년 여에 걸친 기나긴 수배생활에 들어갔다. 그러한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1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그의 연구와 사유의 과정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고 이 ‘발견적 모색’의 긴 시간을 통해 그가 ‘자율주의로의 선회’라고 부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9년 12월 수배 해제 이후 그는 월간 『말』에 1년간 문화시평을 연재하면서 자율주의적 관점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제국 속에서 Whithin Empire, 제국에 대항하여 Against Empire, 제국을 넘어서 Beyond Empire’라는 의미의 ‘다중문화공간 왑 WAB’(지금의 다중네트워크센터) 을 통해 다중지성과의 접속을 이어 갔다. 그는 또 그 동안 발전시켜 온 현대사회와 사회운동, 그리고 문학 예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집약하기 위해 ‘조정환의 걸어가며 묻기’라는 연속 저작집을 내고 있다.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com]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연구사, 1989), 『노동해방문학의 논리』(노동문학사, 1990), 『지구 제국』(갈무리, 2002), 『21세기 스파르타쿠스』(갈무리, 2002),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갈무리, 2003),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 『제국기계 비판』(갈무리, 2005),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카이로스의 문학』(갈무리, 2006),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갈무리,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저, 그린비, 2008),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

 

편역서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C. 하먼, 갈무리, 1994),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5),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C. 하먼 외, 갈무리, 1995),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 1』(S. 볼로냐 외, 갈무리, 1997), 『자유의 새로운 공간』(A. 네그리 외, 갈무리, 2007)

 

번역서 『오늘날의 노동자계급』(A. 캘리니코스, 갈무리, 1994), 『디오니소스의 노동 1』(M. 하트 외, 갈무리, 1996), 『디오니소스의 노동 2』(M. 하트 외, 갈무리, 1997), 『사빠띠스따』(H. 클리버, 공역, 갈무리, 1998),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W. 본펠드 외,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J. 홀러웨이, 갈무리, 2002), 『무엇을 할 것인가』(W. 본펠드, 갈무리, 2004), 『들뢰즈 맑스주의』(N. 쏘번, 갈무리, 2005), 『다중』(A. 네그리 외, 공역, 세종서적, 2008)

 

 

참고할 수 있는 ‘광주 민중항쟁’ 관련 도서

 

『5월 18일, 광주』 (김영택 지음, 역사공간, 2010년 4월 19일 출간)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책. 저자는 공수부대가 무자비하게 저지른 살인적 과잉진압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5.18이 상식적인 시위진압을 넘어선 국가폭력임을 직감하고, 5.18이 사전에 음모됐을 가능성을 추적하는 데 온 힘을 쏟아 그 결과물을 이 책으로 도출했다.

  

 

제사

 

1980년 5월에 광주 민중은 광주를 해방도시로 만들었다. 광주의 민중들은 군부독재와 싸운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세계사적 투쟁을 수행했다.

1987년, 해방도시의 잠재력이 전국화되어 더 이상 지역적 봉쇄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자본은 전국적 해방운동들을 신자유주의적 혁신도시 건설의, 메트로폴리스의 지역클러스터 구축의 동력으로 전용했다. 

1997년, 신자유주의의 본격화는 5월 운동의 종결을 필요로 했다. 5월 사건을 역사적 항쟁이 아니라 학살사건으로 정리함으로써, 민중은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역사의 창조자가 아니라 역사의 희생자로 자리매김되었다.

2008년, 정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짓는다는 명분으로 전남도청을 철거하려 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혁신’과 자본의 메트로폴리스 구축을 위해서는 항쟁과 항전의 마지막 기억까지 삭제할 필요가 있음을 정부 자신이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지구적 수준에서 전개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혁신의 과정은 ‘해방’을 그 자체로 자립적일 수 없게 만든다. 민중은 전 지구적 다중으로 재구성되었다. 초국적 금융자본은 다중의 생산능력과 공통체를 착취한다. 이제 해방은 다중의 공통되기의 계기로서만, 공통적으로 자유롭게 되기의 한 요소로서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오늘날 공통되기는 혁신도시의 비명들 속에서 그것을 가로지르면서 운동하고 있는 다중적 변형과 생성과 창조의 과정이다. 그것은 전지구적 메트로폴리스를 전지구적 공통도시로 전환할 강력한 경향이자 활력이다. 광주의 경험 속에서 무엇보다도 절대공동체와 코뮌의 기억을 불러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공통되기의 활력이다. 

 

 

저자 후기

 

2008년 5월 26일 저녁 <“5.18 정신”을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로 광주민중항쟁 28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리고 있던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태평로가 청와대에서 곧장 뻗어 나온 듯한 모습으로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인도 곳곳에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을 한 전경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도로에는 전경차와 방송차가 빽빽이 도열하고 있었다. 청계천 부근에는 촛불시민들이 경찰과의 대치선에 운집하고 있었다. 5월 23일부터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는 가두시위가 시작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광주민중항쟁과 제헌권력」의 초고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작성되어 위 토론회에서 발표되었으며 『5.18 민중항쟁에 대한 새로운 성찰적 시선』(한울, 2009)에 수록되었다. 

명시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의 성격을 띠었던 촛불봉기와 용산투쟁, 쌍용자동차 점거파업 투쟁 등을 30여 년  전의 광주민중항쟁과의 연속성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래서 광주민중항쟁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전지구적 투쟁맥락에 위치지우려고 하는 노력은 한국어판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12호(2009년 9월 30일)에 기고한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이 책에서는 「책머리에」에 수록)과 이것을 계기로 작성했던 미발표 원고 「메트로폴리스촛불과 공장점거파업 속의 광주항쟁」에서 계속된다. 

「해방도시에서 공통도시로: 광주민중항쟁과 다중의 글로벌 코뮤니즘」은 「광주민중항쟁과 제헌권력」의 후속편으로서 2008년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금융위기 정세 속에서 광주민중항쟁 이후 30년을 분석하고 이 위기 정세에 대응할 다중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 글은 항쟁 30주년을 맞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 <5.18 30년, 그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가>에서 발표한 글이다. 2010년 3월 19일 오후 광주 NGO 센터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는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유족회 등 광주민중항쟁 관련단체 성원들을 비롯하여 항쟁 참가자들이 다수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날 있었던 여러 토론 내용 중에서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을 부상자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청중이 나의 발표문에 대해 던진 문제제기이다. 그는, 광주항쟁을 ‘제헌권력’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놀라운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것이 자칫, 광주 민중을 국가권력에 도전한 ‘폭도’로 몰아온 세력들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정당화할 빌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이 문제제기에 나는 국가권력과 제헌권력은 상호 찬탈 관계에 있는 대칭적인 권력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고 서로 이질적인 비대칭적 권력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요지로 답했는데 이것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서 나의 항쟁분석과 역사분석을 관통하는 주요 개념들에 대한 좀더 충실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었다. 부록으로 실린 「제헌권력과 폭력」이 그것을 위해 수록한 글이다. 이 글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대두된 ‘폭력’이라는 쟁점에 실천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기획했던 파노라마강좌 <폭력이란 무엇인가?>를 위해 쓴 강의안(2008년 12월 3일)을 개고한 것이다. 이 글은 권력, 활력, 폭력에 대한 철학적 일반 개념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제헌권력과 제정권력이라는 맞짝 개념으로 정치화하고, 다시 그것을 근대와 탈근대라는 역사적 문맥 속에 위치 짓는다. 

그리고 문답형으로 구성된 「문답형 용어해설」에서 나는 제정권력과 제헌권력의 관계라는 근본문제 외에도 민중으로부터 다중으로의 주체성의 이행, 그리고 해방도시(사회주의)와 혁신도시(신자유주의)의 변증법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나타나는 공통도시(코뮤니즘)의 경향과 비전 등에 대해 간략하지만 그러나 조금 더 친근한 설명을 하고자 했다.

지난 2년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책은, 광주민중항쟁을 사실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것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역사적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의 첫째 목적은 광주의 항쟁민중들을 폭도로 모는 것이 제정권력을 수호하면서 제헌권력의 도전을 무찌르기 위한 호헌파의 계급투쟁의 일환이었다는 것, 그리고 개헌파는 민중들의 투쟁을 자신의 근거이자 호헌파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여 권력에 접근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가 아니라 희생자로 이미지화하며 폭도론과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무대에서 제헌권력을 추방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호헌파가 민중을 범죄자로 만듦으로써 역사와 사회로부터 민중의 제헌적 힘을 추방한다면 개헌파는 ‘민중을 희생시키는 학살 책임자’를 규명하는 데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그렇게 한다. 이 양자의 계급적 공모는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모아 학살 책임자를 규명한 후 앞문에서 그들을 처벌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는 곧 그들을 사면하여 뒷문으로 내보내는 것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둘째 목적은 광주항쟁과 5월 운동 30년의 역사가 신자유주의 30년의 역사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광주민중항쟁은 신자유주의로 이행하는 자본주의에 맞선 전지구적 투쟁의 일환이자 그 초기적 양상으로 출현했으며 이후 국내외의 투쟁들에 커다란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오늘날에까지도 그것이 제기한 근본문제가 생생한 현재성을 갖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흔히 개헌파가 그렇게 하듯이 광주민중항쟁을 군부독재와 계엄령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규정하게 될 때 그것의 현재적 의의는 협소해지며 혁명적 의미는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광주민중항쟁과 그 이후의 역사를 여러 사회세력들 사이의 역관계의 변동과 추이에 따라 서술하면서 전두환 정권에서 오늘날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를 제헌권력에 대응하는 자본의 전략이자 그 갈등적 역관계의 현재적 도달점으로 서술하고자 했다. 요컨대 나는 광주민중항쟁을 기념해야 할 기억 속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재적 사건으로 다루려고 노력했다. 

셋째 목적은 지난 30년을 영속혁명의 과정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역사를 피상적으로만 읽으면 지난 30년은 호헌파의 무력진압에 개헌파의 법률적 진정(鎭靜)이 뒤따르는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장기진압의 역사로서, 제헌권력과 혁명의 단속적 패배의 역사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맑스가 말한 것처럼 혁명은 철저한 것이다. 5.18에서 현시된 제헌적 힘은 호헌파를 역사 무대에서 제거하고 그들을 포스트호헌파로, 개헌우파로 전향케 했으며 개헌파의 득세 과정과 중첩된 신자유주의화는 낡은 사회관계의 유제들을 파괴하고 여러 세력들이 묶여 있었던 다양한 유형의 종속관계들을 상호의존관계로 변형시켰으며 초국적 금융자본이라는 모순에 가득찬, 그래서 항상 위기에 시달리고 결코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사회관계를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노동을 공장을 넘어 사회 전체에 일반화할 뿐만 아니라 (물질노동과 비물질노동을 포함하는) 노동의 구성적 힘들을 유례없는 공통관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도시를 넘고 혁신도시를 가로지르는 공통도시의 경향에 대한 발견과 비전 제시는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적 수동혁명의 형식 속에서 진행된 실제적 사회관계의 이러한 변형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2008년의 촛불봉기를 제헌적 다중이 발명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책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그 위기 문제는 책의 성격상 자세히 서술되지 못했고 많은 부분 전제되고 있는 데 이 문제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분석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 『세계화의 갈림길』(가제)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이 세 권의 책을 우리가 어떤 시대, 어떻게 구조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성찰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논의하기 위한 일상적이고 전 사회적인 집단토론에 바치고 싶다.

 

 

목차

 

책머리에  11

메트로폴리스촛불과 공장점거파업 속의 광주항쟁  23

광주민중항쟁과 제헌권력  41

해방도시에서 공통도시로  91

제헌권력과 폭력  137    

문답형 용어해설  173

후기  187

 

∙ 일지  135  

∙ 연표  136  

∙ 찾아보기  

 

 

책 정보

 

2010.5.18 출간 l 127×188mm, 양장제본 l 아우또노미아총서22, Virtus

정가 12,000원 | 쪽수 200쪽 | ISBN 978-89-6195-025-1

 

 

구입처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미디어 기사

 

[한겨레] ‘5월 광주’ 스스로 다스리는 공동체의 출현

[경향신문] “광주항쟁 30주년은 신자유주의와 싸운 30년”

[조선일보] 한줄읽기 / 공통도시

[연합뉴스] "광주민중항쟁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제헌권력'"

[주간경향] 최재천의 책갈피 / 광주 민중은 신자유주의에 대항했다

[서울신문] 광주 5·18은 신자유주의와의 싸움?

[광주일보] ‘5·18’ 역사·정치·철학·문화로 톺아보기

[전남일보] '5ㆍ18 살육과 항쟁' 왜 일어났나

[광남일보] 공통도시

[전북도민일보] 신간소개 3권 / 공통도시

[경인일보] 새로나온 책 / 공통도시

[한국일보] 홍석률 교수 "5월 광주 고립은 지역감정 탓 아니다"

[경남도민일보] 눈에 띄는 새책 / 공통도시

[참세상] 5.18 광주를 불러오는 몇 가지 방법

[참세상] 다중과 제헌권력을 분리시킬 것인가 연결시킬 것인가

[국제신문] 책 읽어주는 여자 / 국가 VS 국가

[한겨레21] 잊혀진 시민군, 도청 기동타격대

[프레시안] 당신은 진짜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나?

[경향신문] 어제의 오늘 / 1980년 ‘광주항쟁’ 무력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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